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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은 올바른가.

by 격암(강국진) 2019. 2. 14.

우리는 종종 흔히 그렇게 말하지만 단어 선택이 이상한 경우를 보게 된다. 더 이상한 것은 그걸 지적해도 고쳐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은 누군가가 그 단어선택의 오류를 통해서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오류를 일부러 만들고 일부러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사실 실제로 이런 일을 실행하는 사람은 언론사의 기자들인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단어선택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누구나 알만한 오류를 무시하거나 반복하고 혹은 스스로 저지른다고 할 때 그걸 의도가 없는 단순 착오로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어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좋은 예는 친일파다. 친일이란 일본과 친하다는 뜻인데 해방된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친일파는 나쁘다같은 문장이 통하고 있다. 친일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민족배신이 문제지. 그러니까 우리가 친일파는 나쁘다고 하면 문제가 생기고 민족을 배신하고 적극적으로 이득을 챙긴 사람들이 그저 일제 시대에 그 시대의 질서에 따라 선량하게 산 사람들과 자신을 한꺼번에 섞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하기로 한다면 일본여자와 결혼한 사람만큼 일본과 친한 사람도 없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가 과거사를 말할 때 분노하는게 이런 것인가? 일본 혹은 일본 사람과 친해서? 


일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전세계에 징병제를 하고 있는 나라가 몇개 안되고 우리는 그 중의 하나다. 그러니까 종교나 문화적 이유로 병역을 마치는 것에 문제가 되는 나라가 얼마나 있겠는가. 이건 주로 우리 문제고 이 문제에 대해 전세계의 잣대는 2차적인 문제다. 그들이 징병제에서 병역을 마친다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알겠는가. 그런데 어쨌건 번역에 의한 것이건, 올바른 이유이건 누군가가 이것을 양심적 병역거부로 말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의무로 큰 봉사를 하는 행위를 비양심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단어는 계속해서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다. 


아주 최근에는 음란사이트 접근금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나는 이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문제의 시작은 내가 느끼기로는 리벤지 포르노나 몰카비디오같은 컨텐츠의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에서 주로 대두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혹은 저작권 문제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문제는 현행법으로도 합법적이지 않은 불법동영상에 대한 금지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음란사이트를 불법동영상과 이음동의어인 것처럼 쓴다. 이건 포르노를 강간과 같은 것으로 쓰는 거나 마찬가진데도 그렇다. 그러니까 불법동영상 배포나 시청을 막겠다던가 하고 나온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음란을 막겠다고 하니까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단어의 선택이 가지는 중요성을 무시한 당국이나 언론사의 무지한 혹은 고의적인 말장난이 여론을 만들고 있는 면이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면에 대해 애초에 민감하지 못했던 당국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말로 의사소통을 한다. 우리의 말이 조심스럽지 못하면 그것은 마치 거대한 망치로 저녁요리를 하겠다는 것처럼 된다. 음식물이 엉망이 되고 만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고 만다. 기회주의자들이 은근슬쩍 남의 비극에 끼어서 자신들만 이득을 챙기려고 하는 것을 용인하게 된다. 


사실은 이런 부분을 꼼꼼히 챙기라고 세상에는 언어의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데 그 전문가중의 하나인 언론사가 전혀 자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범죄를 저지른다. 강간범을 발발이라고 불러서 피해자들을 개에게 당한 사람으로 만들지를 않나, 중학생 사건이니 여대생 사건이니 하고 불러서 사건의 가해자에게 주목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주목이 가도록 하는 일이 한 예일 것이다. 이런 지적도 많이 있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같다. 


세상이 어려운데 있지도 않은 문제를 말로 만들어 내는 일은 우리 미리미리 줄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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