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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교토 여행의 기록 2

by 격암(강국진) 2019. 7. 3.

교토 여행 둘째날의 주제는 교토의 아라시 야마였습니다. 교토대학에서 한시간쯤 버스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아라시 야마는 대나무숲과 강변의 상점가 그리고 덴류지등으로 유명합니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좋은 평을 해주고 있는 곳이었으며 결코 나쁜 곳으로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면 저로서는 지루한 곳이었습니다. 상점가는 상업화 느낌이 너무 났고 덴류지의 건물이나 대나무숲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또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만약 이곳이 유명하지 않아서 조용하고 제가 우연히 이런 곳에 갔었더라면 저는 이곳을 극찬했을 것입니다만 반대로 너무 유명해서 관광객으로 시끄러운 것이 현실이고 보니 이런 곳에 가서 힐링을 할 것도 아니고 힐링이 안된다면 절이며 자연이 무슨 소용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광지를 비교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입니다만 대나무 숲도 담양의 죽녹원쪽이 저는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교토 여행이 나빴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래에 보여드릴 것처럼 이 날도 실패한 날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라시 야마 앞의 덴산노유라는 온천에 가서 목욕을 했던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요. 


교토 시내버스. 일일권을 사면 하루 종일 버스를 타도 된다. 거리에 상관없이 같은 요금을 내는 체계다. 


천산의 온천 즉 덴산노유 들어가는 길


온천인데 소원비는 곳이 있어서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봤다. 


목욕탕 입구


본래는 가볍게 하려던 목욕이 이 날의 메인 이벤트가 되고 말았던 이유는 이 날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사도 목욕탕에 딸린 곳에서 했고 생각보다 훨씬 더 길게 목욕을 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아내와 딸도 비가 오니까 이 온천에 딸린 노천 온천이 훨씬 더 그럴듯했기 때문입니다. 비오는 날 누워서 처마바깥으로 내리는 비를 다리에 맞다가  몸이 좀 차가워지면 온천에 들어가는 시간은 참으로 멋지더 군요. 뭔가 좋은게 있으면 계획따위는 버리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 우리는 온천에서 시간도 많이 쓰고 밥도 먹었습니다. 모두 이 시간만으로도 하루가 매우 보람찼다고 말할 정도로 이 시간은 만족스러웠으며 정작 아라시야마에 가서 식당들을 보다보니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치는 거리의 식당보다는 목욕탕의 식사가 더 거품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가 와서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휴식장소



온천의 구내 식당. 일본은 목욕탕에 술과 음식을 파는 것이 발달되어 있다. 


식사하러 앉은 자리 옆의 장식


내가 먹었던 튀김 정식.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비가 그쳐있어서 우리는 아라시산쪽으로 걸었습니다. 걷는게 힘들다는 약간의 투덜거림이 있었지만 사실 거리가 걷는 쪽이나 버스기다려서 타는 쪽이나 크게 차이가 나는 거리는 아닙니다. 이 날은 비가 워낙 많이 와서 손님이 좀 없었지만 손님이 좀 없다는 것도 거리에 가득 가득 외국인 손님이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여기가 세계적 관광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라시야마의 부엉이 카페


덴류지 가는 길


기념으로 살까말까 고민하던 풍경


덴류지 가는 길


덴류지의 건물


덴류지 옆의 대나무 숲 입구


대나숲에 있는 신사. 진학과  교통안전 그리고 출산에 대해서 비는 곳이 각각 따로 있다.


출산을 비는 사람들


거리변의 부처상


아라시 야마 강변에 있던 나무 


우리는 이렇게 사람많은 곳을 다니느니 차라리 본격적으로 교토 시내를 보는 쪽이 낫겠다고 해서 다시 시내로 나왔습니다. 교토의 니조성부근은 바둑판처럼 길이 되어 있어서 장소를 말때 xy좌표를 말하는 것처럼 합니다. 그러니까 가와라마치거리와 3조거리가 만나는 교차점은 가와라마치3조가 되는 것이죠. 3조와 4조거리가 화려한 도심인데 저희는 우선 가와라마치를 따라서 4조에서 3조쪽으로 걸었습니다. 


3조쪽으로 걷는 길


기념품 가게의 풍경


시간은 어느덧 저녁에 접어들었습니다. 교토에는 카모가와라는 강이 있습니다. 이 강의 주변에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 가게들은 특이하게 강변쪽에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반대쪽에서 들어가는데 이 입구는 아주 좁은 골목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거리는 미리 모르고 가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보다 넓은 기야초거리쪽에서 보면 전혀 그 반대쪽에 좁은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잘 보면 가끔 설마 이런 구멍의 반대편에 골목이 또 있을까 싶은 좁고 긴 골목이 있습니다. 그걸 지나가면 화려한 이자카야 골목이 펼쳐집니다. 한번보면 대단한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처음에는 신기하지요. 유명한 까닭에 여기도 외국인들이 득실대는 곳입니다. 


기야초거리의 풍경. 이곳은 넓다.


기야초거리


폰토초거리. 아내가 왜 이런 곳으로 들어가냐고 저항했을정도로 좁은 골목을 지나면 펼쳐진다.


폰토쵸거리. 이쪽에서 들어가면 강변의 테라스에 앉을 수 있지만 종종 가격이 매우 비싸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카모가와강.



우리는 폰토초거리와 카모가와강변을 산책하고 일본 라면을 먹은 뒤 도토루 커피숍에 들러서 발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찍은 이 날의 사진은 이게 다군요. 폰토초거리는 막연히 들은 적이 있었던 거였고 기대했던 아라시야마는 기대만 못했지만 목욕탕시간이 좋았고 비올 때는 비가 와서 좋았고 비가 멈춰서 시내 산책을 할 수 있던 것도 좋았습니다. 


마음속에 난 이걸해야지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면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길 수 없고 계획대로 했는데 기대만큼 좋지 않은 일이 많습니다. 여행에서는 때로 집착을 하지 말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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