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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조국 의혹에 무관심한가.

by 격암(강국진) 2019. 9. 24.

요즘 조국 뉴스가 워낙 많다. 나는 이런 종류의 뉴스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에 흘려보내지만 그러기에는 뉴스가 너무 많다. 사람들을 만나봐도 무슨 표창장 위조가 사실이냐는둥 무슨 펀드비리가 사실이냐는 둥 말이 많다. 물론 장관을 하는 사람에게 결정적 하자가 있다면 그것에 주목하고 그 장관에게 반대도 해야겠지만 나는 지금의 조국논쟁에는 기초부터 말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모든 소문의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확인해 봐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물어보자. 고위공직자니까 검증이 중요하다고? 대통령을 뽑을 때도 조국처럼 뽑았나? 국회의원들은 어떤가? 이명박이나 박근혜에 대한 여러가지 소문들이나 실제 비리 사항에 대해 수사하기 위해서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몇번이나 되는가? 대통령은 장관과는 비할 수도 없이 중요한 자리지만 나는 몇억짜리 펀드의 운영이나 심지어 자녀의 봉사상 표창장의 위조사항을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특히 소문이 소문으로 남을 뿐 당사자가 직접 관여한 적도 없고 당사자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슨 고위공직에 있었던 것도 아닌 경우에 말이다. 


어떤 사안이 있을 때에는 서둘러 그것과 관련된 일들의 시시비비에 빠져들기 전에 그 일들과 애초의 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어차피 세상에 사실은 무한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요리사를 평가하는데 그 사람의 초등학교 성적이나 그 사람의 패션감각이나 그 사람의 부모가 어느정도의 재산이 있는가를 가지고 진실규명에 나서지는 않는다. 그게 맛집 요리사를 평가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또 정성적으로 관련이 있어보여도 정량적인 면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람도 기록도 완벽하지 않다. 그것이 정말 중요한 일인가를 안따지고 파헤치다보면 우리는 우리가 엉뚱한 일에 몰두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명박을 보라. 이 명박이 대통령될 때 얼마나 수사했나. 그런데 지금 일개 장관에 대한 검증으로 우리는 어디서 뭘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봉사상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서 말해보자. 그런 상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 또 벌떼처럼 화가 나서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10만원은 조카에게 줄 용돈으로는 큰 돈이지만 국가 예산을 논할 때는 정말 아무 의미가 없는 돈이다. 그러니 사안이 뭔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봉사상 표창장 따위는 대학교수니 무슨 회사 대표이사니 하는 정도의 인맥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휴지에 불과하다. 위조가 있었나 없었나를 논하기 전에 이런 문제가 장관임명과 관련하여 수사대상이 된다는 것자체가 어이가 없다. 


펀드 운용기사들도 보면 나오는 단어가 어마어마하다.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조국 일가가 모두 대단한 사기꾼이며 그 집안의 재산을 모두 사기로 불려서 수십억의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하는 것같다. 적어도 고의적으로 그런 인상을 흘린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한발 뒤로 물러서서 보면 이야기는 금방 달라진다. 조국 일가의 투자 이야기는 삼성의 후계자 승계 싸움 같은 거대한 돈이 오고가는 것이 아니다. 조국 집안이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가 모두 불투명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다시 이명박을 보라. 그 집안은 다스의 소유주로 알려져 있는데 다스는 매출규모가 조단위고 현대에서 일감몰아주기로 불과 몇년만에 급성장했다. 이런 돈이면 그리고 이런 정도의 성장세면 비리를 의심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런 규모의 돈을 위해서라면 직위나 명예를 위험에 빠뜨려서라도 비리를 저질렀을 것같다. 


다시 조국을 보라. 조국이 몇억이 탐이 났으면 지금의 이미지도 유지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조국이 서울대 법대교수가 된 것만 해도 20년이 가까워 온다. 조국이 돈이 좋고 출세가 좋아서 가족 사기단을 유지하면서 이날 이때까지 살았다고?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었는데 당시에 대학교수에 불과한 조국이 저지를 수 있는 권력형비리라도 있나? 권력이 있어야 비리를 저지를 것아닌가. 그런 건 수사를 하고 있는 검사들에게 더 어울리는 의혹이다. 우병우도 그렇고 심지어 윤석렬만 해도 그렇다. 다 재산이 엄청나다. 조국만큼 되거나 조국보다 훨씬 더 많다. 돈이 굴러다니는 법조계에서 돈과 명예를 원하는 사람이 조국처럼 살았을까?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하면서 수사하는가. 


물론 그랬을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한결같기만 하고 실수나 유혹이 없었겠는가. 나는 의심도 안하고 수사도 안해야 된다는게 아니다. 했다. 청문회도 했고 수사도 했다. 하고도 있다. 그런데 왜 이리 과민반응하고 난리인가.  조국밖에는 법무부장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검증의 눈으로 다시 다른 사람을 한번 보자. 누가 지금 조국처럼 검증해서 괜찮다고 하나. 나경원. 황교안, 우병우, 윤석렬, 양승태 누군가? 


조국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게임의 법칙을 너무 심하게 어기는 사람을 보면 부끄러워해야 한다. 조국의 딸은 어느새 최순실의 딸 정유라처럼 말해지기도 한다. 그런가? 박근혜 정권은 겨우 그정도로 탄핵된 정권이었나? 최순실이 겨우 이정도 비리로 욕먹었던 것인가?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말 대한민국에 다수인가? 이런 태도는 박근혜나 최순실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는 것이다. 조국을 욕하고 싶다고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나는 오히려 조국이 하고 싶다는 검찰 개혁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논의와 비판이 실종된 것이 더 안타깝다. 민정수석이나 법무부장관이나 모두 정권의 중요한 자리인데 자리를 옮겨 앉느라고 이런 시끄러운 일이 생길 필요가 있을까? 나는 왜 조국 의혹에 무관심한가. 부끄러워서 그렇다. 애들도 아니고 그만 해라. 차라리 법무부 장관이 해야할 일에 대해 비판하라. 요리사 뽑으면서 외모 평가만 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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