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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차의 기묘한 선전기사

by 격암(강국진) 2019. 12. 17.

만약 미국에서 이런 기사가 난다고 해보자.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평론가로부터 최고의 점수를 얻은 현기차의 새로운 모델 쭈그리. 요즘 한국에서는 없어서 못판다고. 하지만 이 차는 한국에서만 팔고 미국에서는 팔지 않는다. 


이런 기사가 정말 현기차에게 도움이 될까? 미국에서 차를 팔고 싶다면 현기차는 세계 어디에서도 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차를 팔지는 않는다고 하는 소식을 소비자에게 전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 현기차는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딱 위에서 말한 저런 기사를 낸다. 오늘 아침에 본 기아의 텔루라이드가 미국에서 평론가에게 최고차로 뽑혔고 3800cc의 이차가 3천5백만원대에서 판매를 시작하지만 한국에서는 팔 의사가 없다는 기사가 그렇다. 현기차는 그 자금력으로 언론사에게 협박을 해서라도 이런 기사를 못쓰게 해야 할 것같은데 오히려 반대로 현기차가 돈줘서 선전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이런 기사가 신문방송에 꾸준히 나온다. 





우리는 이런 기사들을 많이 봐서 그것이 기묘하다고 여기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이 아니라 싱가폴이나 홍콩이나 일본에서 현기차가 이미지 관리를 한다고 해보자. 그럼 거기에선 다를까? 아니다. 텔루라이드가 미국에서 잘나가지만 여기서는 안파는 상품이라는 말을 싱가폴이나 일본에서 할 리가 있는가. 


그럼 정말 이런 기묘한 기사가 왜 나올까? 내가 보기엔 이런 기사를 쓰는 언론사나 그걸 그냥 지켜보고 방관하거나 오히려 그런 기사를 기뻐하는 현기차나 자국민 비하의 감정에 깊게 매몰되어 있다. 그런 기사를 쓰고 선전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그 대단하다는 선진국 그러니까 미국같은 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차를 현기차가 만들었다. 아 대단하지 않은가. 그러니 그 차는 못사도 다른 차, 다른 가격, 다른 조건으로라도 현기차를 사자", 이런 메세지가 채워져 있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는 그걸로도 충분히 감지덕지 할거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는 미국 소비자와는 다를 것이고, 차별받아도 기꺼이 감지덕지 할거라는 건방진 발상은 도대체 누구의 시대적 착각인가? 예를 들어 삼성이 핸드폰 팔면서 미국이나 일본은 이 핸드폰을 팔지만 한국인들은 아직 그런 수준이 못되니 이 모델은 한국에서 안판다고 동네방네 선전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과연 한국 사람들은 우리는 아직 주제가 못된다고 생각할까? 애플이 그런 짓을 해도 자존심상하고 기분나빠하는데 하물며 한국 기업이 그렇게 하면 매우 불만이지 않을까?


나는 평생 현기차를 사지 않기로 한지 오래되었다. 차라는게 그렇게 수십대 살 것도 아닌데 2등 소비자 취급까지 받아가면서 살 생각이 없다. 내 생각이 바뀐다면 아마도 이런 언론사 기사에 대해 현기차가 좀 다른 접근을 하는 모습이라도 봐야 바뀔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에는 직구라는 이상한 제도가 고착화되었다. 한국 제품을 지구 반대편에서 거꾸로 수입하면 싸지는 이상한 현실이 만든 제도다. 사업가들은 직구라는 제도가 소비자의 불만을 쌓아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소비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나는 반드시 현기차가 적절한 변명거리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소비자가 보게 되는 것은 현기차의 이해되는 설명이 아니라 위에 보이는 저런 뻔뻔한 기사라는 것이고 그런 기사가 포털을 도배하는 것을 현기차는 자랑스러운 듯 내버려두는 현실이다. 애국심 마켓팅같은 시대에 뒤진 생각을 언제까지 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현대 재벌가가 무슨 존경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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