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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는 아직도 과소평가되고 있다.

by 격암(강국진) 2020. 3. 22.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지내면서 한국과 세계의 코로나 환자수가 얼마나 늘어나는가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확진자 수의 그래프에 그 나라가 얼마나 테스트를 하는가를 표시하는 경우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 결과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확진자 수 그래프들을 믿을 수가 없게 됩니다. 현실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 몇주간의 상황을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테스트를 하는 나라는 한국이며 그 한국이 하는 테스트가 하루에 만건이 좀 넘는 정도입니다. 이 정도의 테스트를 한 나라는 지금은 이탈리아가 유일하며 이 이탈리아도 이렇게 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루 2천건을 밑돌았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경우 신천지 교인들에 의해 감염이 확산되었고 그 지역도 주로 대구 경북지역으로 한정되었습니다. 신천지 교인들만 보면 테스트를 해서 처음에는 60%가 양성판정이 나올정도였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하루 확진자수 증가가 천명을 넘은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은 테스트를 해 본 사람중에 최대 10% 미만 만이 실제로 양성판정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즉 한국의 테스트는 미리 지역적으로 그리고 종교적으로 누가 양성판정받을지 알면서 검사를 했는데도 검사를 광범위하게 한 결과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최대 10% 미만이었다는 겁니다. 사실은 요즘 같으면 1-2%정도만 양성이 나옵니다. 99%의 테스트는 그냥 의심가는 사람들을 검사해 본 겁니다. 한국의 확진자수는 그러니까 진짜 환자수와 같을 거라고 믿게 됩니다. 


이걸 제가 강조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 예를 들어 이탈리아와 미국에서는 상황이 이와는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누가 감염되었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그 넓은 나라에서 전국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접촉한 사람을 미리 찾아서 검사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런데 나오는 확진자 수가 엄청납니다.  이탈리아는 3월 21일 결과를 보면 단 하루에 확진자 수가 6천명입니다. 이것은 이탈리아가 하루에 만명을 검사한다면 검사한 사람 5명중 3명이 확진받는다는 뜻입니다. 다른 나라도 엄청납니다. 미국은 5천6백, 독일은 4천5백, 프랑스는 천6백, 스페인은 3천5백입니다. 


이 결과자체도 놀랍지만 사실은 지금 테스트를 얼마나 어떻게 하면서 이 신규 확진자수가 나오는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유럽과 미국에서 나오는 확진자수는 과소평가된 걸로 봐야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정부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건 그게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하루에 확진자가 5천 6백이 나오는데 이게 과소평가라면 진짜로는 하루에 만명씩 늘고 있는 겁니다. 지금의 추세가 3-4일만 계속된다면 하루에 10만명씩 늘어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감염자가 몇만건씩 늘어나는 상황이 되면 하루에 만건 정도 하는 테스트가 감염자의 숫자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미국에서는 지난겨울 독감에 4천만명이 걸려서 만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하는 걸 보면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런 독감정도로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하지만 독감치료와 코로나 치료가 다르고 치사율이 다르며 때문에 독감때문에 의료 체계가 무너지지는 않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이탈리아 의료시스템을 거의 붕괴시켰습니다. 


덕분에 코로나 19의 치사률은 이탈리아에서는 8%를 넘었습니다. 5만명이 안되는 코로나 환자만으로도이탈리아의 의료시스템은 한계상황입니다. 즉 실질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치사율 8%도 넘을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난 몇일 계속 치사율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단 하루에 627명이 죽었습니다. 


이 숫자들은 아주 무섭습니다. 치사율이 5%인 병을 30억이 걸리면 1억 5천 사망입니다. 치사율 10%인 병을 70억이 걸리면 7억입니다. 독감과 이 병을 같은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우리는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는 안될거라고 희망을 가지고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하고 당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동시에 그런 미래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게 공짜가 아닐 거라는 점도, 심지어 보다 절망적일 수도 있다는 점도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처럼 사회를 아주 완전히 동결시켜버리지 않는 한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없어서 그렇게 했다고 해봅시다. 그 결과 세계적 경제난이 오는 겁니다. 그 경제난때문에도 사람은 죽을 겁니다. 요즘도 국제 곡물가격만 좀 바뀌어도 후진국 사람들은 굶어죽습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지면 그 경제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굶어죽을 겁니다. 그들의 사인은 코로나 바이러스라고는 기록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긴다면 그걸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겠죠. 


게다가 이제까지 거론한 나라들은 그나마 희망적인 나라들입니다. 그나마 유럽과 미국은 테스트를 하는 나라이며 투명한 나라들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자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종결된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가 그걸 믿을 수 있을까요? 중국의 발표를 믿는다고 해도 세계적 대유행이 일어나면 나라를 계속 봉쇄하지 않는 한 다시 재감염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배고픈 민중을 언제까지 그렇게 억압할 수 있을까요? 일본은 유럽과 미국에 비하면 거의 검사를 하지 않았던 수준입니다. 인도나 아프리카의 의료체계는 유럽과 미국보다 더 무너지기 쉽겠죠. 


우리가 겁내하는 일들 그러니까 백두산 폭발이나 거대 운석의 지구충돌같은 일은 사실 대개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앙은 더이상 예언은 아닙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생생한 현실이고 유럽이 당했으며 미국도 피해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미 만단위로 감염자가 늘고 있는 것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충격을 뒤에 남길 것인가가 남은 질문일뿐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 사회에 아주 큰 흔적을 남길 것이 분명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는 작고 강한 나라를 그리고 강력한 공동체 정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큰 것이 좋다고만 하던 시대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진실을 강력하게 폭로하고 있습니다. 통합되었다는 EU가 즉각 분열되어 서로에게 문을 닫아 걸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상황이 재앙적인데 다른 나라는 자기 나라 상황이 바빠서 누굴 도와줄 형편이 못됩니다.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반응이 늦으니 각 지자체 별로 다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가연합에서 국가로 다시 지자체로 각자 도생의 길로 가는 겁니다. 


최근에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가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했다는 글을 보니까 하라리는 이럴 때일 수록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다고 썼더군요. 이 말은 옳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죠. 하지만 국제적인 협력이라는 것이 톱다운으로 내려오는 큰 조직일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현장에서 각자의 판단으로 중앙의 명령없이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정보를 공유한다는 뜻에서 국제적인 협력인 것이죠. 


중앙집중식 권력구조에 익숙한 한국 보수는 이런 재앙속에서 반응이 늦습니다. 자꾸 불난 현장에서의 행동은 없고 중앙의 도움만 요청합니다. 거대한 시스템은 보다 강력할 수 있지만 그 힘에 걸맞게 현실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절차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코로나19처럼 빠르게 번지는 재앙속에서는 자꾸 현실을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처럼 독재를 하고 큰 것을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면 그것도 재앙이 됩니다. 절차가 존재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데 아무 것도 못한 박근혜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 실권을 가지고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일이었지 박근혜에게 초헌법적인 권한을 더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더 나라가 엉망이 되죠. 아베와 트럼프가 위기속에서 권한을 늘리는 일이 두려운 이유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작고 강한 나라가 필요한 겁니다. 다행히 한국은 지금 그 작고 강한 나라입니다. 강력한 공동체정신도 있습니다. 재앙과 싸울 힘은 있지만 너무 커서 반응이 느릴 정도는 아닙니다. 마스크도 보급하고 백신도 개발하고 환자를 수용할 병실도 마련할 정도로 크지만 경북이나 대구 시장같이 느리지는 않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우리나라가 대홍수때 있었다는 노아의 방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계적 대재앙이 현실이 되고 있으니까요. 이럴 때 대통령이 이명박이나 박근혜였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있었을 겁니다. 주인공처럼 민중과 싸우는 지도자가 없는 킹덤 현실판이랄까요. 아 전쟁나니까 다리 끊고 도망간 이승만같은 경우라고 하는 게 더 현실적이겠군요. 불행한 시기에 이것만은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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