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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콜센터는 돌아오지 않는다.

by 격암(강국진) 2020. 5. 2.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면서 우리는 언제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학교가 언제 다시 열 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현명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예전으로 돌아가는 날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우리는 학교를 아예 열지 않는 지금과 완전히 예전과 똑같은 과거 사이의 양자택일로만 문제를 보면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은 것같은 날을 기다리지는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결국 그 중간을 찾아야 할 겁니다. 


인구가 장시간 과밀하게 모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이미 신천지에 의해 알게되었습니다. 31번 환자가 나타난 후의 몇주는 지옥같았죠. 온 나라가 불끄러 나가야 할 것처럼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무서웠습니다. 진정이 안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같았죠. 그리고 그런 일이 있었던 이유는 본질적으로 신천지 신도들이 과밀하게 모일뿐만 아니라 아주 자주 모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확진자가 많았을 때는 외국처럼 가택연금시키듯 모두를 가두지는 않았지만 모든 종류의 모임이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의 위험이 어느 정도 미만으로 떨어지면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이유로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겠죠. 외식도 안하고 꽃밭도 파엎어 버리는 생활을 어떻게 계속하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예전처럼 모든 것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우리는 과밀하게 사람들이 모이는 상황을 되도록 억제하면서 다시 일상생활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러니까 친구 몇명 만나는것은 좋지만 수백명이 같이 수련회를 떠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겁니다. 공부방에서 몇명 같이 공부하는 것과 학교에서 천여명의 학생들이 하루 종일 모여서 공부하는 것도 다른 것이죠. 코로나의 위험이 긴급하지 않으면 전자는 허용해야 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후자가 아무렇지도 않는 때는 아마 오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과밀하게 모이는 대표적인 장소인 학교는 앞으로는 영원히 예전처럼 운영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콜센터같은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에 상황에 대비해서 보험을 들듯이 우리는 만약의 상황을 위해서 이런 장소들을 없애야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반드시 학교가 아예 없어진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요점은 너무 밀집하면 안된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도 안만나고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 지금도 저기 지방의 작은 학교는 전교생이 몇십명밖에 안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학교가 꼭 온라인 수업해야 할까요? 그런 학교도 문열면 안될까요?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그 정도라면 거의 모든 직장을 다 폐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학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학교는 단순하게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은 아닙니다. 공부는 학교가 아니라도 할 수 있고 학생들이 등교안하면 부모들이 출근을 못한다는 기사가 말해주듯 사실 공부 이상으로 학생들을 위탁받아서 보호하거나 가둬두는 역할도 했습니다. 독서실이나 집에서 공부하는 대신에 학교가 자습하는 장소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걸 해체해야죠. 단 그 결과가 아무도 서로 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만큼 대면접촉이 심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해체라고 해도 모든 걸 다 없앨 필요는 없을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습과 수업이죠. 자습을 하는데 꼭 학교에 모여서 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수업을 듣는 데 꼭 학교에 다 모일 필요는 없죠. 예를 들어 집에서 하는 것이 불편하면 피씨방처럼 사방에 수업받는 온라인 교실방을 만들어서 거기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몇십명이 모여서 수업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몇명이 모여서 같이 수업을 들으면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혼자서 수업하는 것보다는 바람직할 수 있을 겁니다. 부모입장에서는 아이가 학교에 가는 거나 마찬가지이기도 하죠. 리모델링이 필요하겠지만 기존 학교가 일부 이런 시설로 쓰일 수도 있을 겁니다. 


아이디어는 만들면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면 우리는 그게 가능해질 방법만 찾습니다. 그런데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면 답이 나오지 않겠죠. 


예전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바람직한 형태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촘촘하게 격자를 짜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것을 막을 것인가로 질문을 던지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맞는 질문을 던져야 답이 뭐든 나와도 나오겠죠. 그래서 우리는 예전으로 언제 돌아가냐는 질문보다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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