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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의 실패와 댓가

by 격암(강국진) 2020. 7. 30.

한국의 민주주의는 자랑스런 성공사례일까 아니면 실패하고 있는 것일까? 요즘 외신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칭찬하는 일이 있는데 그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적어도 한국의 신문기사를 보고 있으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실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장 오늘 아침의 기사만 해도 야당을 무시하고 여당이 독단적으로 법을 통과시켰다는 기사가 보인다. 이런 기사가 아니라도 한국이 여러모로 내부적인 대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민주주의란 단순히 다수가 소수를 표결로 이기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공동체에 있다는 생각, 기초적인 규칙을 모두 따른다는 동의 없이 그저 적들의 동거와 같은 상태일 때 민주주의는 실패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의 실패이지 어느 한쪽의 실패는 아니다. 그리고 이런 현실에서 안일하게 화합을 주장하는 것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한일 분쟁에 대해서 아무런 역사적 이해가 없는 가운데 미국이 그저 한국과 일본이 싸우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해서 그것이 한일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던가? 눈먼 심판의 난입은 오히려 문제를 더 심각한 것으로 만들 뿐이다. 

 

현실적으로 다는 아니더라도 무시할 수 없이 많은 한국인들은 정치적으로 반대에 서있는 사람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보수 정치인이나 보수 지지자들은 종종 지금의 여당을 북한이나 중국에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 쯤으로 여기고 여당 지지자들은 보수정치인들이나 그 지지자들을 식민지 사고에 찌들어 미국이나 일본등에 나라를 팔아먹으면서 이득을 챙기는 재벌의 하수인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직설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도 끊임없이 그런 암시가 계속되고 의혹이 제기된다. 정치적인 반대파가 서로 다투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해도 우리는 그게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같은 선진국보다 훨씬 심하다. 어찌보면 이 국가의 최대의 적은 외적이 아니고 내부의 적이라고 여기는 것같다. 이런 현실에 대해 한국언론이 심판역할을 자처하며 싸우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은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의 조언이상으로 도움이 안되고 있다. 

 

한국은 해방이래 70여년동안 극심한 사상전쟁을 겪어왔다. 군사 쿠데타도 두번이나 있었고 한국의 대통령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고 불릴 만큼 한국의 대통령들은 말로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총에 맞아 죽은 대통령, 자살한 대통령도 있고, 사형언도를 받은 대통령도 있다. 거리를 백만명의 시위대가 채우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 나라 역사에서는 잘도 생긴다.


이는 때로 한국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외교부 강경화장관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외신과의 인터뷰중에 한국의 민중이 요구수준이 높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현 정부가 만약 대응을 실패했다면 한국사람들은 용서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말이다. 시간이 흘러서 한국의 대응은 지구상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독보적인 것이라는 평이 상당히 힘을 얻게 되었지만 실제로 초기에는 비판도 엄청많았다. 일본을 보면서 우리는 일본보다 못하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긴장감이 결국 일중독자처럼 일을 하게 만드는 면도 있었을 것이다. 절대 정권이 뒤집어 지지 않을 것같은 일본의 경우를 보면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하나의 공동체적인 틀 안에서 서로가 의견이 다르다는 수준이 아니라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이라는 입장에서 의견이 갈리면 민주주의는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우리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나는 대표적 사례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부도위기로 인해 시작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은 적어도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성공의 시대였다. 노태우, 김영삼 시절보다 부패가 줄어들었다. 지금 대한민국하면 IT와 한류를 말하는데 민주 정부 10년이 없었다면 그것이 가능했을까?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의 이미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건 끈질긴 지지자들의 관점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고 부족하다에서 완전한 실패라고 난리였다. 노무현은 그야 말로 말도 안되는 고초를 겪었다. 대표적인 것이 탄핵시도였고, 수도이전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말도 안되는 헌재 판결도 있었다. 

 

뒤돌아보면 나라가 잘 나가는데 그걸 탈선시키지 못해서 야단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노무현이 오죽하면 같이 통치하자고 까지 말했을까? 이 제안은 모두의 반대를 받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까지 슬퍼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제안이 있었을 법하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 이후에 나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아주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했다. 한가지 예만 들어 보자. 전시작전권문제가 요즘 미국이 심사를 늦춰서 임기내 받아 올수 있을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이 진작에 주겠다고 한 이 전시작전권을 안받겠다고 한게 이명박이고, 박근혜는 아예 미국과 합의를 해서 미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전시작전권을 받아올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군사통제권은 주권인데 주권을 요구하려면 미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만 말하자고 하지만 사실 끝도 없이 생각난다. 이명박 정권때 해외자원에 투자한다고 날린 돈이 상상하기 어렵고, 지금도 지출은 계속되고 있으며, 4대강 공사로 강이 썩어서 부산은 식수의 질에 위협을 받는다. 국립공원인 지리산을 수장시킬 댐을 만들어 이걸 해결하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다.

 

박근혜 정권때 밀어부친 사드는 결국 중국의 보복을 불러 일으켜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주었다. 이는 한국도 변명이 궁핍한 일이었다. 중국에 군사적 압박을 주는 행위가 뻔한데 한국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도 많은 한일 위안부합의라는 것을 해준 것도 박근혜다. 

 

끝이 없다. 나라가 망할 뻔 한게 아니라 나라가 이미 망했다고 까지 내가 슬퍼했던 것은 그다지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탄핵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진작에 필리핀처럼 가난해 지는 길로 초고속으로 달렸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일본이 하고 있는 것보다 한국이 더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다시 한번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마지막 까지 수탈당했을 것이다. 내가 나라가 이미 망했다고 한탄했던 것은 박근혜를 임기중에 쫒아낼 정도로 한국대중이 위대하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나는 촛불혁명으로 치유받았다. 

 

나는 노무현 문재인의 지지자다. 그러니 나로서는 이런 감상이 나온다. 아마 보수지지자들중에는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의 최대 위기라고 믿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이 그야 말로 대한민국 건국사상 대한민국이 가장 빛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대한민국이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실패로 인해 한국이 지불해야할 댓가는 아직도 많다. 사법부 개혁을 봐도 그렇고 대학을 봐도 그렇고 언론을 봐도 그렇다. 그들은 종종 민중의 적처럼 보인다. 사실 이것은 어느 정도 당연하다. 세계는 5년 10년이면 확확바뀌는데 관행이나 사람은 그렇게 바뀌기 어렵다. 과거의 환경에서 누가 승승장구했을까. 그들은 또 어떤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고 키워줬을까. 그렇게 만들어진 은혜며 친분이 몇년만에 바뀔까? 그렇다고 여당이 점령군이 그렇게 하듯 모든 사람을 물갈이 하지도 않을 것이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니 폭탄은 사방에 있다. 바람직한 것은 극단적인 경우를 분리하고 대부분의 국민을 통합하고 상생하는 것이지만 일은 그렇게 흐르지 않는다. 지금의 미통당은 아직도 친박이 몸통이다. 미통당의 이미지는 아직도 군사쿠데타나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해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라는 식의 이미지다. 조국 일가 수사같은 것이 시작되면 금방 조국은 최순실이 되고 조국의 자녀는 최순실의 자녀로 둔갑한다. 소위 합리적 보수는 적어도 의미있는 집단으로 존재하지 않고 힘을 쓰지 못한다. 

 

나는 한국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 밝은 미래속으로 한국인들이 모두 같이 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시대에 뒤진 인간들은 굳이 악역을 자처한다. 나는 그들이 실패할 것을 믿는다. 그래서 그들이 오히려 측은하고 안타깝다. 그들은 결국 화합과 상생의 길을 택해서 같이 살기보다는 처형당하는 사람, 이기지 못할 싸움에서 몰살로 가는 사람 의 길로 가기 때문이다. 모두가 많은 댓가를 치룰 것이다. 그러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없다. 나는 대한민국의 위대함이 나를 한번 더 놀라게 만들어 줄 것만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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