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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오송생활

오송생활의 시작

by 격암(강국진) 2023. 3. 4.

23.3.3

오송에 이사온지도 이제 한 주가 되어 간다. 지난 한달여간 이사 준비와 짐 정리로 바뻐서 힘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힘이 들었던 것은 도통 글을 쓰고 산책하고 사색할 시간을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집은 조금씩 정리가 되어갔지만 그렇게 하는 동안 내 마음은 조금씩 썩어가는 기분이었달까. 이제 이사를 온지도 한 주가 되었지만 그간에는 너무 바뻐서 동네도 걸어다닐 시간이 없었고 여기는 주소상 청주의 일부인데 청주중심도 한번 가보지 못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역시 얼마가 되었든 사색하고 독서하고 글을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것들은 내 삶의 중심이다. 

 

오늘에야 겨우 시간이 조금 나서 집바깥을 걸어볼 수 있었다. 새로 이사한 집은 오송역까지 도보로 15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 반대편 방향으로 걸어가자면 걸어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에 개천이 하나 있다. 그 개천을 건너면 조치원이다. 조치원은 세종시의 일부이니 오송은 세종시와 청주시의 경계에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오송이라는 지역의 이름을 알린 것은 무엇보다 이 오송역때문인데 찾아보니 이 역은 1921년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역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는 충북선의 일부로 존재하다가 손님이 없어서 사라지기도 했고 간이역정도였는데 2015년에 고속철도역으로 바뀌고 부터 이 지역을 대표하는 철도역이 되었다. 세종에도 고속철도가 없어서 오송으로 와서 세종으로 가는 사람이 오송역을 쓰는 사람의 절반이 넘는다. 한마디로 말해 오송은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 

 

따지고 보면 세종도 그렇다. 오송에 접한 조치원에는 재래시장이 있는데 이게 세종 전체에 딱 하나 있는 재래시장이라고 한다. 가보니 전주와는 다르게 먹거리가 아주 많은 재래시장이라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사가지고 온 뻥튀기며 만두며 반찬도 모두 내 입맛에 맞았다. 군것질 하기 좋은 시장이니 내 마음에 든다는 걸 숨길 수가 없다. 오송이나 세종이나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에는 그리 사람이 많이 살던 곳이 아닌데 고작 10여년 정도에 아파트를 짓고 주택을 지어서 번화하게 만든 곳이다. 그러다보니 재래시장이 세종에 여기 하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오송이나 세종이 이렇게 젊은 곳이라는 것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역이 젊으면 거주민도 젊기 쉽기 때문에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도 크다. 안정감과 번화함이 당장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말이다. 

 

우리 집주변은 아직 매우 어수선하다. 주택상가지역을 둘러싸고 아파트 단지들이 세워질 이 지역은 아직 집들이 지어지고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을 뿐 제대로 사람들이 입주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3월에 입주가 시작된다던 아파트 단지 하나는 그나마 입주가 뒤로 미뤄졌다. 지금 전국적으로 사방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는 하다. 경제난, 부동산 경기 하락, 전쟁 그리고 화물업자 파업등의 이유라고 한다. 

 

그래도 벌써 몇개인가의 음식점들이 영업하고 있고 무엇보다 커피숍이 여기저기 많다. 참 한국 사람 커피숍좋아한다는 생각이 새삼든다. 왓더 버거라는 수제 햄버거 가게와 중식당연이라는 곳은 사람이 차 있었지만 커피숍은 대개 한산하다. 커피숍이 워낙 많으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많은 가게는 부동산이다. 사방에 부동산이다. 사거리에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분양을 유도하는 호객꾼을 보고 있으니 분양이 잘 안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송역은 한국에서 이름난 주요역이지만 들어가 보면 썰렁하다. 역사안에 이렇다할 가게도 몇개 없다. 역앞에는 오피스텔이며 호텔따위가 많이 서 있지만 사람으로 북적인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사우나가 하나 있다가 망해버린 것을 봐도 그렇다. 아직 그렇게 활성화된 역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지금 열심히 건물들을 짓고 이 지역을 활성화하려고 노력들을 하고 있다. 주변에 대학과 회사들도 꽤 많이 존재하고 입주예정이다. 말하자면 개발이 한창 진행중으로 그러다보니 내가 여기 오게 된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입주한 집의 주인은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학교 사정이 좋지 않은 이 지역으로 이사오는 것이 좋지 않았고 그런 제약이 없는 나에게 그 집이 임대된 것이다. 역에는 딱봐도 회사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무거워 보이는 가방들을 들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인다. 출장을 가거나 오고 있는 것같다. 

 

오송역 옆에는 연제저수지가 있다. 사진으로만 볼 때는 몰랐는데 가보니까 새들이 참많은 저수지다. 새가 많아진 것은 전국적 현상이지만 새가 유달리 많은 저수지가 가끔 있는데 이 저수지가 그렇다. 관리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몰라도 보기에는 이쪽이 훨씬 더 생동감이 들고 아름답다. 게다가 한바퀴 도는데 30분쯤 걸릴 것같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관리도 개발도 잘된 쪽이다. 저수지 주변에 만들어 놓은 벤치에 앉아 반짝이는 물을 보니 어수선했던 집주변때문에 조금 실망했던 마음이 보상받는것같다. 이곳은 마음에 든다. 여기가 내가 당분간 살아갈 오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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