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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오송생활

낮잠이 만든 악몽을 꾸고.

by 격암(강국진) 2023. 12. 11.

낮에 꾸는 꿈은 악몽일 때가 많다. 아마도 낮에 잠을 자는 이유가 몸이 좋지 않아서 이거나 낮잠을 잔다는 것 자체가 죄책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일전에도 나는 감기몸살을 쫒고자 낮에 잠을 자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꿈은 이미 수업에 참가하지 않아 버린 나로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문제였는데 정해진 발표날에 발표를 하려고 호텔에 갔는데 그 발표장에 갈 수가 없는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발표장을 찾아서 미로같은 호텔내부의 복도를 따라 뛰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이들과 애엄마들이 가득 찬 방에 들어가게 되어서는 아이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이를 업고 다니게 되었다. 그러고도 발표장을 못찾다가 시간이 너무 흘러 이제는 아이를 엄마에게 돌려주려고 하는데 엄마를 찾을 수가 없는 식이다. 이거 큰일이라며 엄마를 찾는데 아이는 울면서 나를 재촉하고 발표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발표시간이 되었는데 이젠 내가 등에 업고 다니던 아이가 없어져 버렸다! 나는 발표를 하지 못할 것이 걱정되고, 아이도 걱정이 되며,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걸 생각하니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가 걱정이 된다. 이쯤되면 모든 일이 너무 악몽같아서 이게 그냥 꿈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 눈을 떠보니 감기의 여파로 땀에 젖은 얼굴을 한 내가 두꺼운 이불을 덮고 누워서 자고 있다. 그 모든 게 꿈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안도의 느낌이 잠시 들기도 하지만 금방 고약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왕 꿈이라면 좀 좋은 일을 보여줘서 푹 자게 만들 것이지 깨어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악몽이 되어서 결국 나를 꿈에서 깨어나게 만든다는 말인가. 

 

일어난 후에 주변을 보니 아주 고요한 가운데 빗소리만 들린다. 아내는 아직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빗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천창이 있는 지붕밑에 있어보면 여기만큼 빗소리가 잘 들리는 곳이 없다. 하늘로 난 창에 부딪히는 비가 고스란히 실내로 들어오는 빗소리를 만든다. 나는 어릴적 부터 꿈꾸던 그런 방에서 팔자좋게 낮부터 잠을 자면서도 악몽을 꾸었다. 어쩌면 그건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꿈을 통해 다른 세계를 가봐야 제발 그 모든 것이 다 꿈이기를 바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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