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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AI 사회의 실체

by 격암(강국진) 2024. 7. 1.

기계화와 과학적 논리의 보편화를 핵심으로 하는 근대화는 사람들이 단지 기계를 쓰는 시대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기계로 만들었고, 인간을 하나의 기계처럼 만들었다. 이같은 것이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도 많았고 그 부작용을 지적하고 그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많았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화의 핵심적 철학은 최근까지 대체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인간과 사회가 기계가 되는 것의 문제를 알아도 그 장점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인간과 사회의 기계화란 결국 정밀하게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법을 지키고 약속시간을 지키고 약속한 자기 몫을 다하는 사람을 우리는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근대화된 사회의 힘은 이렇게 각자가 부품으로 자기역할을 할 때 발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근대화에는 부작용도 있지만 장점도 있고 부작용을 줄이거나 치료도 해야 하지만 근대화 정신이란 결코 주류로서 사라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근대철학에 기반한 사회는 21세기로 접어들면서 한계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그 시작은 20세기초부터 있었는지 모른다. 빠르게 쌓아올려지는 지식속에서 점점 더 커지는 시스템은 인간이 이해하고 조절하기 점점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세기의 혁명중의 하나는 전보, 전화, 라디오, 티비등 전자통신이 발달한 것이다. 더 많은 정보가 더 빨리 오고가자 세상은 더 빨리 바뀌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걸 처리할 더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시스템의 두뇌는 결국 인간이다. 정보는 점점 더 빠른 속력으로 오고가지만 법을 개정하고, 중요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정보적체는 필연적이다. 그러니까 티비를 넘어 인터넷의 시대가 오는 21세기에는 근대사회는 문제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치판단은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사회적 현실을 잘 반영하는 기업은 그런걸 한가롭게 할 시간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주지 않는다. 닷컴 버블이나 지금의 AI 버블은 어떤 의미로 사회적 대응의 실패다. 어떤 분야가 빠르게 부풀면 그 분야가 생산하는 부가 사회전체로 분배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분야가 너무 빨리 변하니까 생긴지 얼마 되지도 않는 회사가 전세계 손가락에 꼽는 부자를 만들어 낸다. 혁신을 만들어 낸 개인이나 회사가 잘못을 했다기 보다는 세상이 점점 예측불가능해지고 있으며 보수적인 정부조직은 무력해지고 있다. 사회적 이익을 지키는 것도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의 손에 달린 일이 되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는 위대한 기업가일지는 몰라도 위대한 사상가나 정치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할 때 그가 손에 쥔 권력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AI 사회란 근대화 이래 최초로 대안적 문화를 제시하는 사회다. 즉 우리는 완전히 근대화 시대를 벗어나서 다른 방식으로 살게 되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말은 개인도 사회도 더 이상 기계적으로 행동하고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뭐가 되는가? AI 사회의 핵심은 문제의 구성과 최적화에 있다. AI는 그 과정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AI 시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 AI 에이전트를 쓰고 그 에이전트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전체 사회를 최적화 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 전체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AI가 되는 것이 AI 사회다. 이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지능적이고 빠르게 행동할 수 있는 사회다. 인터넷이 100배 빨라진다기 보다는 망 자체가 지능을 가지는 사회다. 이것은 다시 세상의 변화의 속력을 더욱 빠르게 할 것이고 얼마지나지 않아 AI 사회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정도로 다른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사회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몇년안에 분명해지겠지만 이미 현재의 AI 에서도 이점은 들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crewAI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AI EXE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챗GPT나 클로드같은 LLM AI들은 현재 감옥에 갇혀 있는 상태다. 우리는 그들에게 불 좀 켜줘라던가, 이 디렉토리에 있는 영화에서 소리만 추출해서 저장해줘라던가, 이런 저런 블로그에 가서 최신글을 가져와줘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은 내 컴퓨터와 우리집의 가전제품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이 안되거나 제한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프로그램은 api를 이용해서 LLM이 직접 내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한다. 파이선이나 자바를 모르는 사람도 코드를 짜라고 하고 그걸 실행시켜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이런 프로그램들의 도움을 받아서 우리는 하나의 LLM으로 여러명의 팀원 AI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LLM에게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해야 말까라고 묻는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팀을 짜주는 것이다. 뉴스 조사원, 재정 전문가, 투자 전문가, 최종 결정자 같은 팀원들을 상상하면서 각자의 성격과 해야 할 일을 알려주면 각 에이전트는 자기일을 하고 서로에게 보고서를 쓴 끝에 최종적인 결과를 나에게 알려준다. crewAI가 그런 일을 하고 클로드의 프로젝트도 그런 일을 한다. 그러니까 AI 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최적화를 시행하는 것이다. 몇년 안에 개인화된 AI가 보편화되면 이런 AI간의 대화는 증가할 것이다. 이 대화는 내 컴퓨터 안에서의 대화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에게 속한 AI들의 대화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본격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사회가 지금 사회 혹은 근대화된 사회와 뭐가 다를까? 일단 지금이 멈춰선 사회라면 그 사회는 움직이는 사회다. 이건 식물과 뇌가있는 동물의 차이다. 고정된 지식의 가치는 진정으로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지는 것을 제외하면 부정당할 것이다. 그리고 모두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협업하면서 변해가야 한다. 물론 이같은 일은 AI의 도움이 없다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귀찮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AI의 도움으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편의상 멈춰선 사회를 근대사회, 움직이는 사회를 AI 사회라고 부르기로 하자.

 

근대사회에서는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해내는 사람으로 훈련을 받아서 취직을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내면서 인간은 살아간다. 근대사회는 직업과 셀러리맨의 사회다. AI 사회는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잘 풀어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즉 가치를 보고 느끼며 그 가치를 현실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걸 현실화하는 부분은 AI의 몫이다. 근대사회가 노동자의 사회라면 AI 사회는 경영자의 사회다. 모두가 경영자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이제 사원의 역할은 AI가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근대 사회는 변하지 않고 확실한 지식의 사회다. AI 사회는 확률과 게임의 사회다. 모든 것은 알 수 없고 확률이 존재할 뿐이다. 아무리 좋은 선택을 해도 미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확률이 다르다. 3할대 타자는 열번 중 7번은 안타를 치지 못한다. 그러나 3번의 안타로 좋은 타자가 된다. 근대사회는 하나의 부품으로 만들어져 자기 몫을 다하지 못하면 끝장인 사회다. 그래서 직업이 개인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된다. AI 사회는 계속 행동하고 선택하면서 살아가는 사회다. 그래서 직업이 하나도 아니고 고정되지도 않는다. 결국 개인의 정체성은 일 그 자체보다는 철학과 가치관이 된다. 그리고 계속 계속 다른 일에 뛰어들고 실패하고 가끔은 성공하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 AI 사회다. 

 

AI 사회는 진정한 개인주의 사회다. 근대사회는 개인주의적이라고 말해지지만 그건 전근대사회에 비교해서 그런 것이다. 고정된 시스템의 노예로 살아가는 근대인은 결코 자유롭지 않다. AI 사회에서 모든 것은 연결되고 개인들은 결코 자기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AI 사회는 자기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자유로운 사회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상상한 삶을 살 수 있다. 모두가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지식의 부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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