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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복지확대나 민주화는 기업인에게 나쁜 것일까?

by 격암(강국진) 2024. 12. 20.

이 나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믿는 신화가 있는 것같다. 이걸 신화라고 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명백한 반대되는 역사적 증거들이 넘치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걸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신화는 이렇다. 돈 많은 기업에게는 독재국가, 복지가 없는 국가가 좋다는 것이다. 이걸 뒤집으면 민주화나 인권보장 그리고 복지보장같은 것은 돈 많아지면 마치 상주듯이 줄 수 있는 혜택같은 것이지 돈을 벌기위해서 민주화를 하거나 인권을 보장하고 복지를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옳다면 전세계의 가장 부자국가들은 전부 독재국가여야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가장 부유한 회사들은 전부 독재 국가에 있어야 한다. 미국에 있는 부유한 회사들은 미친 회사들인가? 사실 우리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사례가 두 개나 있다. 북한이 독재국가다. 그러면 북한이 기업인에게 천국인가?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이 기업인에게 천국같았던 시절이었다는 말인가?

 

기업인도 독재에는 반대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순진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나야말로 그 사람에게 순진하다고 말하고 싶다. 독재자를 믿는 사람이 순진한 거라면 말이다. 독재라는 것은 독재자가 모든 권한을 다 가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전두환 시절에는 실질적으로 전두환이 이나라에서 가장 부자였다. 전두환이 굳이 원한다면 어떤 가짜 핑게라도 대서 회사를 빼앗아 오지 못할 게 없으니까. 입법이고 사법이고 행정이고 다 눈감아주면 합법적으로 얼마든지 남의 재산을 빼앗아 올 수 있다.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한번 해보자. 독재국가에서 독재자는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까 안털까? 독재국가에서도 독재자와 친한 사람들은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바보다. 국회에 군대를 보내는 사람이 뭘 못할까? 

 

확실히 한국의 재벌들은 문화적으로 국민의 힘 편이다. 왜냐면 그 쪽이 딱 혈통적으로 재산 물려받고 인맥으로 얽혀서 특권층으로 대대손손 해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재벌들이 이만큼 잘살게 된 것은 사실 민주화때문이다. 민주화가 정치권력이 기업인을 수탈하는 것을 막는다. 보수 정치인들은 우리가 박정희때문에 이만큼 잘살게 되었다고 강조하지만 설사 박정희의 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어림없다. 민주화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으면 한국은 이만큼 올 수 없다. 

 

박정희도 전두환도 모두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잡으면서 나라를 위한 결단이었다고했고 단 한번 취하는 예외적 행동처럼 말했지만 그래놓고 스스로 권력을 놓지 않았다. 왜냐면 권력에서 밀려나면 그들의 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의 김일성 일가처럼 온 국가를 거지로 만드는 일을 지속한 것이다. 이런 게 독재국가가 되는 일이고 헌법재판소가 윤석렬의 탄핵을 기각하면 생기는 일이다. 이번에 연습도 했으니 다음번에는 더 완벽하게 해낼 것이다. 실패해도 또 하면 된다고 헌재가 가르쳐 주는 꼴이니까. 결국 독재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윤석렬이 전두환과는 다를거라고 믿는 사람이 순진하다. 

 

돈은 인권이 떨어지는 가난한 나라에서 벌어도 부유한 미국 회사들이 미국에 있는 이유는 그들의 돈을 독재권력이 노릴 것을 두려워 해서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중국으로 옮길 수가 있을까? 어느날 테슬라 흡수합병해버리겠다고 해도 못말리는 나라에? 그러니까 재벌이나 부유한 기업이라면 민주화에 무조건 반대할 거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윤석렬 내란 사건처럼 극단적인 경우에는 윤석렬을 지지하는 기업인은 바보다. 자기를 먹어치울 늑대를 풀어주자고 하는 것이니 말이다. 복지국가, 민주국가는 기업에게도 양날의 검이다. 안정적으로 민주화된 권력은 기업의 보호막이 된다. 사람들의 수입이 늘어야 내수도 늘고 좋은 교육을 받은 인재도 구할 수 있다. 당장의 푼돈이 아쉬워서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사람은 춥다고 타고 있는 배의 바닥을 뜯어서 불을 피우는 사람과 같다. 그 배는 결국 침몰할텐데 당장에 조금 따뜻하다고 웃는 사람 말이다. 한국이 몰락해서 북한이 되면 삼성이나 현대도 북한의 최고 부자 기업쯤이 될 것이다. 그걸 이득 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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