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21세기를 살지만 세상은 균질하지 않다. 그래서 21세기에도 무속 신앙을 믿고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믿는 사람도 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사회속에서는 선사시대를 연상케하는 야만에서 21세기 첨단을 보여주는 문화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우리 시대를 주도하는 주류 사상, 주류 문화는 있다. 그것이 바로 근대 사상인데 근대 사상은 뉴튼 물리학이 극명하게 보여주는 과학적 사고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사회로 확장되어진 형태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세상을 하나의 기계나 시스템으로 보는 것 혹은 우리가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이성에 기반하여 시스템을 건설한다. 이것이 바로 근대의 진보 사상이다. 세상은 인간이 더 좋은 기계들을 만들어 냄에 따라서 점점 더 끝없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프랑스혁명이 유럽 계몽주의 시대의 끝에 나오게 된 것도 결국 세상은 그저 신이 정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구성해 가는 시스템이라는 사고의 결과이고 그 이후에 시작된 산업혁명도 뉴튼 물리학이 보여준 과학적 사고가 사회 경제에 적용된 결과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인간은 사회를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이지만 인간이 창조한 세계로 보게되었다.
그런데 한국에는 전근대적 사고가 강하게 남아있다. 그걸 잘 보여주는 심리상태가 바로 법 앞의 평등을 부정하는 것이다. 근대 사상은 사회를 하나의 게임처럼 인식한다. 게임이란 규칙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규칙을 무시할 것같으면 게임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축구를 하는데 누가 공을 들고 달린다던가 공을 하나 더 가져와서 찬다면 그런 축구 게임은 하나 마다다. 그러니까 법에 따른 사회활동이라는 기본 전제가 망가지면 근대 사회라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세력은 법앞의 평등을 믿지 않는다. 언제나 세상에는 예외가 있으며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법은 굉장히 제약이 많다. 법대로 하자면 살 수 없을 지경이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잘못된 것을 지적받고 금지당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하려면 전자파 검사를 통과해야 판매할 수 있다. 그러니까 신고가 아니라 허가다. 다 중앙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같은 나라에서 포르노가 불법이라는 것도 법 자체는 엄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엄격한 법들은 온갖 구멍들이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은 모르는 사람은 불편하게 살고 엄격한 법의 처벌을 받지만 시스템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은 무법천지로 사는 것이다. 포르노가 불법인 나라에서 성접대니 매춘이니 하는 것은 버젓히 우리와 함께 있는 문화처럼 남아 있다. 권투가 폭력적이라서 불법인 나라에 살인이 관행인 셈이랄까.
전근대적 사고를 보여주는 예는 많이 있지만 극명한 예중의 하나가 밀양의 집단강간사건이다. 이 사건은 나와 내 자식은 법위에 있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사건은 법이 집행되는 방식이 마치 양반이 종년을 강간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데 하인이 양반에게 침을 뱉는 것은 반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죄를 벌한 것처럼 집행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는 같은 법이 적용된다는 법치주의를 우습게 아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학교에서도 보여진다. 많은 사람들은 학교 안에서의 문제를 애들 문제라고 여기면서 축소하려고 한다. 학폭은 애들끼리 논 것이고, 컨닝이나 숙제를 베끼는 일은 낭만으로 여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훨씬 심각하게 여겨진다. 컨닝하면 퇴학당할 수도 있다. 숙제를 베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즉 근대화에서 앞섰던 미국이 모두 한국보다 좋지는 않지만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생각 자체는 훨씬 더 깊게 박혀 있다. 나는 전근대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근대 정신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근대 정신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걸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근대 정신을 발전적으로 극복하기는 커녕 여전히 전근대에 머물러 있는 면도 많다.
이런 예를 무수히 나열했다고 치자. 찾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일이 벌어졌다. 바로 내란이다. 내란은 무기징역이나 총살이 거론되는 헌법상 가장 무서운 범죄로 살인보다 나쁜 죄다. 그런데 이번 윤석렬 내란 사건이 벌어지고 거기에 동조한 사람들의 국회증언이나 방송사 인터뷰를 보면 그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문화와 교육이 분열되어 있다. 21세기 한국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그들도 '법적으로' 자신들이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바보인척 하지만 바보가 아니다.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하면 단호히 안한다고 하기 보다는 엉기적 엉기적 그일을 한다. 국회에 나와서도 바보인척 한다. 같은 일이 벌어지면 또 국회의원을 막겠냐고 하니까 그 말에도 즉시 대답을 못한다.
그들은 말한다. 관행이었다. 명령이니까 따랐을 뿐이다. 잘 몰랐다. 이런 답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럴 리도 없지만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일을 하려고 했으면 그들은 즉각 이것은 반헌법적 명령이니 따를 수 없다면서 저항했을 것이다. 즉 상관의 명령이나 대통령의 명령이라고 그렇게 무조건 기계적으로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냥 권력과 돈의 냄새를 맡으면서 법을 무시하면서 행동했을 뿐이다. 이것은 바로 전근대적 봉건적 사고다. 그들은 여전히 그냥 전근대 시대에 여기 저기서 그 지역을 다스리던 호족의 사병처럼 행동한다. 그들이 왜 김건희나 최순실같은 사람에게 복종하는가? 그녀들은 어딜 봐도 그렇게 똑똑하지 않고 천박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전근대 봉건주의의 사고를 따르는 사람들은 권위와 돈앞에서 금방 복종한다. 세상은 역시 법대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힘쎈 사람들이 의도하는 대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삼성이 돈을 주면 절대 뇌물죄로 처벌받지 않을 거라고 믿고 돈을 받는 식이다.
21세기다. 21세기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윤석렬 구데타는 한국의 전근대 병이 아주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석렬 구데타의 심각함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트기 조종석에 탄 원숭이다. 그들은 세상이 조선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믿지 못한다. 이번 구데터가 실패한 이유는 결국 그것이다. 사람이 다르고, SNS며 인터넷이며 스마트폰이며 기계가 다르다. 시스템도 전과는 다르다. 결국 전근대와 근대가 충돌한 사건이 이번 윤석렬 구데타다.
국민의 힘 정치인들이나 그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걸핏하면 니들은 세상을 잘 모른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럴지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세상이 조선시대라면 말이다. 즉 그들은 세상이 아직도 봉건사회라고 믿으며 우리가 공화국에 산다고 믿는 사람들이 순진하고 공화국 법치를 말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라고 믿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들은 이런 당연한 말을 의심한다.
그럼 그렇게 해보자.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보자. 정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닌 것일까? 그냥 겉으로만 흉내내는 것일 뿐일까? 그런데 겉으로만 그렇게 흉내내면서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될 수 있는가? 근대 사회란 거대한 정밀기계다. 컴퓨터를 만들면서 그 부품을 소달구지 만들듯 대충 만들면 그런 컴퓨터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근대 사회로서도 성공했고 오랜간 그 성공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법을 우습게 알고 규칙을 안지키면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 21세기에 전근대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근대인인 한국사람들에게 니들은 세상을 잘 모르고, 순진하거나 사기꾼이라고 말한다. 누가 비현실적이고 누가 미친 것인가?
이번 윤석렬 내란 사건에 대해 선진국에서 충격을 받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공장의 기계속에 몽키 스패너를 집어 던지는 원숭이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이 한국사람이라면 한국은 근대화된 나라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윤석렬 탄핵을 뒤로 늦춰지게 한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은 그들이 원숭이 수준, 근대인의 기준에서는 제대로된 인간이 못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물론 이래도 나라가 안 망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대한민국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근대인들 때문이지 근대와 전근대를 구분도 못하는 원숭이같은 인간들 때문이 아니다.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은 북한공산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이 사회의 주류로 한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면 빠르게 이 나라를 북한만큼 가난하게 만들 것이다. 윤석렬은 대한민국의 김일성이 되려고 한 것이다. 그들은 근대 사회가 뭔지 자체를 모른다. 평생 특권에만 익숙해져서 나는 법을 무시해도 되고 남들은 아주 엄격하게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익숙하다.
일은 벌어졌다. 이번 윤석렬 내란을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대한민국을 발목잡고 있던 전근대의 병을 뿌리 뽑을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더 깊게 만들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법의 엄중함을, 공화국이 뭔가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도록 가르쳐야 한다. 세계가 지금 한국을 보고 있다. 이번 일에 대한 처리가 한국이 전근대적 봉건국가인지 아니면 민주공화국인지를 세계에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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