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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AI 시대를 함께 사는 법 1장 (1)

by 격암(강국진) 2025. 1. 9.

1장. 근대

 

미래를 알려면 현재 우리가 서있는 곳을 알아야 한다. 즉 AI 시대를 이해하려면 그리고 그것이 왜 오는가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근대를 알아야 한다. 새로운 시대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시대가 가지는 한계와 문제때문에 오는 것이다. 근대의 특징들은 나중에 비교를 통해 AI 시대의 특징들을 설명하는 기반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AI 시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잠시 근대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근대화로부터의 교훈

 

우리는 지금 AI와 관련해서 근대화의 초기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 AI를 개발하는 것은 소수의 거대한 자본을 가진 회사거나 국가이고 대중들은 AI가 뭔지 아직 잘 몰라서 미래에 대해서 극단적인 희망을 가지거나 공포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AI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AI가 사라지게 하지 않는 직업이 어떤 것인가라던가 AI 시대에 인간이 가지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람들은 AI가 어떻게 새 시대를 만드는지에 대한 비전을 알지 못하고 AI의 장점과 한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우리의 역할이 없어도 AI시대가 우리에게 닥쳐올 것이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근대화의 과거가 보여주듯이 사고의 전환과 사회적 환경의 변화없이 거대한 사회적 변화는 일어날 수 없고 설사 시작되어도 안정화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서양의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말에 있었던 계몽주의의 시대가 18세기 중반이후부터 전개되었던 산업 혁명의 시대 앞에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근대적 교육을 대중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고를 가르치는 일이 없이 근대화는 완성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이걸 보여준다. 소수의 지식인이나 과학자가 과학을 이해한다던가 어떤 회사가 대단한 기계들을 제작하는 것만으로는 사회나 국가가 근대화될 수는 없었다. 예를 들어 전근대의 국가와는 달리 국민의 대다수가 문맹인 나라가 근대화된 나라일 수는 없었다. 문맹은 기계의 설명서도 계약서도 읽을 수 없다. 그들은 근대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근대화를 결국 실패하게 만들게 된다. 그래서 의무교육이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것이고 교육은 권리이자 의무가 된 것이다. 공장과 기계가 존재해도 그것의 사회적 환경이 되는 근대화된 인간들 즉 과학적 사고를 하는 인간들이 없이는 그 공장과 기계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 생기는 문제는 사람들이 비참한 환경 속에서 노동하게 되거나 근대화가 느렸던 나라가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사례중의 하나인 조선의 후예인 한국 사람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기술만으로는 미래가 결정되지 않는다. 한국은 서양에서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인쇄술이 나오기 이미 2백년 이상 전에 그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양과는 달리 종교혁명이나 문맹률감소를 거쳐 계몽주의와 근대화까지 이르는 변화는 고려나 조선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은 환경에 상관없이 기술이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같은 기술도 사회적 환경의 변화없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그것이 어떻게 사용될까하는 것은 그걸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에 달린 것이다. 증기기관같은 다른 기술도 마찬가지다. 계몽시대에 활동했던 로크의 자연권 사상이나 아담 스미스의 경제적 자유주의는 물론 베이컨의 경험주의,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 그리고 무엇보다 뉴턴의 고전역학이 만들어낸 사고의 전환이 있었기에 산업혁명도 가능했던 것이다. 근대화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것을 넘어 인간관, 사회관의 변화 그리고 전근대에서 근대로 변화하는 대안적 삶의 방식에 대한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근대화는 대단한 물질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것 이상으로 사고와 문화의 전환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런 근대문명적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근대인은 전근대인과 이미 다르다.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벌거벗었다고 해도 전근대에 있었던 왕의 백성과 근대를 사는 공화국의 시민은 사회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들이 서로 다르다. 조선시대 사람과 지금의 한국 사람이 다르듯 프랑스혁명 이전의 사람과 이후의 사람은 다르다. 

AI가 만드는 산업혁명 역시 비슷한 것을 요구한다. 사고의 전환, 사회적 환경의 전환없이 그것은 제대로 일어날 수 없다. 우리는 물질적 변화만을 주목해서는 안된다. AI 사회로의 전환은 당연히 기술적 발달을 요구하지만 근대화가 일어났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기술적 발달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AI가 제대로 발달하는 미래로 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제약이 되는 것은 기술적 발달이 아니라 인간 사고의 전환과 제도적 개혁을 포함하는 사회적 합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근대화는 수백년에 걸쳐서 일어났지만 AI로 인한 변화는 수십년단위일 것이다. 이는 우리 사고의 점검과 사회적 교육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적절한 사회적 환경의 조성과 확률적 사고의 교육 없이는 많은 사람들은 마치 근대화된 세계에서 문맹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무력해지고 위험에 쉽게 노출될 것이며 빠르게 사회에 짐만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과학적 사고가 당연한 세상에서 확률적 사고라는 것은 낯설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히 새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물은 수영하기를 배울 것을 강요한다. 이 말은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은 결국 환경에 의해서 주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우리의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대화 이후 진보적인 지식인들의 생각은 근대적 사고를 보완하고 완성하거나 근대적 사고를 비판하고 극복하기 위한 것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근대화 이후의 인간의 삶이란 결국 근대 사회를 그 환경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확률적 사고가 어떤 철학자의 철학과 같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적 사고는 과학적 사고에 대한 대안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확률적 사고를 설명하는 말들은 과거의 사상가들이 제출한 대안들과 통하고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이미 확률적 사고의 조각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예를 들어 확률적 사고가 AI의 객관성을 부정하는 부분을 생각하면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프레이밍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3장참조). AI가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어떤 시스템을 전제로 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것은 구조주의철학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월가의 투자자였지만 AI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던 나심 탈렙이 쓴 책이나 네이트 실버같은 데이터 분석가가 쓴 책속에서 우리는 확률적 사고라고 생각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말하는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의 책을 AI 시대에 대한 예언서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차이가 있는 것은 과거의 사상가들과는 달리 우리는 이제 보다 구체화되고 성숙해진 AI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단순히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찰속에서 추상적 사고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 미래적인 AI 기술이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로부터 확률적 사고의 특징들을 꺼집어 낼 수 있다 (3장 참조). 그리고 AI 기술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4장 참조). 뉴턴 과학이 과학적 사고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면 AI 기술은 AI 시대를 위한 정신인 확률적 사고라는 것이 뭔지를 구체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AI가 발달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과거의 사상가들은 어떤 새로운 사회나 교육을 상상할 수 있었다고 해도 그런 사회가 유지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뉴턴 역학이 있었다고 해도 산업혁명전후의 기술적 발전이 없이는 전근대 사회가 근대사회로 전환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토대가 변하지 않으면 새로운 삶은 가능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근대의 문제를 분명히 해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오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런 대안적 사회가 유지가능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늘날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AI 기술이다 (2장 참조).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만든 AI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의 사람들이 상상한 것을 초월한다. 다만 우리가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그 기술이 제대로 작동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확률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한 이유이며 사회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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