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세상은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옳은 선택을 하면 좋은 세상이 올 것이고 나쁜 선택을 하면 나쁜 세상이 올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일만 올 수는 없으므로 어떤 나쁜 미래가 올 수 있는 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는 것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우리는 대량 실업을 예측 할 수 있다. AI는 거대한 자동화를 가져올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전근대 사회에서는 사람들 대부분의 직업이 농부였다. 그리고 지금은 선진국에서는 국민들의 1-2%의 사람만 농사를 짓는다.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만약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직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미리 새로운 직업들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그저 기계만 보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대량실업이다.
AI 시대가 이런 일을 만들 수 있다. 근대화보다 AI의 발달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우리는 별 준비도 없이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결국 대량실업이다. 최근에 있었던 미국 기업 팔란티어의 사례를 한번 말해보자. 팔란티어는 항공기제조업체 노틸러스에게 팔란티어 워프 스피드 AI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게했다. 그렇게 해서 전에는 수개월이 걸리던 데이터분석및 의사결정 과정을 불과 몇시간으로 줄였다고 한다. 이런 시스템이 결국 뭘 만들까? 고용감소다. 빠른 일처리란 결국 그것에 관여하는 사람들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AI의 발달은 요즘 한달 한달이 다를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미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 모건스탠리같은 회사들은 수천명의 직원들을 비용절감을 위해 해고 했는데 이는 AI를 통한 자동화와 관련이 있다.
대량실업이 일어나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은 도시다. 도시는 매우 소비적인 장소다. 엄청난 주거비가 든다. 실직을 했고 새로운 직업을 가질 가능성도 없다면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야 한다. 주거비를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IMF때 실직한 도시사람들은 농촌에 가서 육체노동을 하는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래서 IMF때가 좋았다고 말하는 농부들도 있다. 사람을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AI로 인한 해고가 화이트컬러 직종에서 일어나기 더 쉽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화이트 컬러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곳은 도시다.
대량실업은 결국 부동산 폭락과 경제불황을 가져 온다. IMF때는 그것이 단기간에 회복되었기 때문에 그 폭락시에 부동산을 산 사람들이 돈을 벌었지만 AI로 인한 대량 실업은 언제 회복할 수 있을 지 모를 불가역적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부동산 폭락이 단기간에 반등으로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실직으로 대도시를 떠나 중소도시나 시골로 이사간 사람들은 부지런히 정보를 모으면서 다시 도시로 돌아갈 것을 꿈꾸겠지만 그런 날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대도시는 어쩌면 먼 미래에는 지금의 우리에게 피라미드가 과거의 유적이듯이 과거의 유적이 되버릴 수도 있다.
도시란 무엇인가? 도시란 결국 인간으로 이뤄진 거대한 정보처리 장치다. 식량생산은 도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공장조차 도시에 세우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드는 것은 도시에는 직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시에 직장이 있는 이유가 뒤집어 말하면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런 돌고 도는 이야기의 원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결국 도시는 정보처리를 하고 결정을 하는 곳이란 결론에 이른다. 그것이 모든 과정의 시작이다. 더 복잡한 세상은 더 빠른 정보처리를 요구한다.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것이 안된다. 그래서 온갖 정보를 한 곳에 모아놓고 그걸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다. 도시는 반도체 집적회로 같은 것이다.
조선시대같은 전근대에도 왕이 머무는 곳은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사는 일은 댓가를 요구한다. 자체적으로는 식량생산이 안된다. 오폐수도 해결해야 한다. 방역도 신경써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뛰어서 주거비가 비싸진다. 도시의 생활비가 훨씬 비싸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산다. 왜냐면 도시에 취업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이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해 주었다. 예를 들어 빠른 물류시스템이 없다면 도시의 생활비는 더욱 더 비쌌을것이다. 그건 자동차같은 발명품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한 극한에서 선진국의 경우 사람들은 상당수가 도시에 몰려 산다. 거기 아니면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직장의 시대가 끝나고 대량실업이 현실이 된다면 이 도시화를 지탱했던 힘은 사라질 것이다. 정보처리의 입장에서 AI가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의 정보처리를 처리한다면 도시에 모여있어야 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데이터 센터다. 우리는 어쩌면 대부분의 고층 아파트를 컴퓨터가 채운 미래로 가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인간은 도시에서 쫒겨나고 그 자리를 컴퓨터가 차지하는 것이다. 컴퓨터는 공원이나 상점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핵심이 빠진 도시는 차차 몰락할 것이다.
인간의 가치는 위협받을 것이다. 전태일이 노동자도 사람이라고 말하며 분신했던 것이 겨우 55년전이다. 인간의 가치가 위협받는 세상은 절대 올 수 없는 미래가 아니다. 인본주의의 핵심은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말이 가지는 의미의 중요한 부분은 인간은 교육하면 정보처리를 하거나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뜻이다. 만약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로 태어나는 게 아니거나 교육을 통해 그렇게 될 수도 없다면 경제적이고 국가적인 의미에서 인구는 늘릴 필요가 없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모두 사회적인 짐이 될 뿐이다. 예를 들어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는 원시인 같은 사람들이 천만명쯤 있다고 해보자. 그런 사람들을 한국인으로 만들고 한국인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가지게 한다면 한국 사회가 어떻게 될까? 엉망이 될 것이다. 인간 존엄이니 뭐니 해도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무차별로 이민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AI 시대인데도 직장의 시대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마치 근대사회를 살면서 아는 것은 옛날 방식으로 농사짓는 일밖에 없는 사람처럼 그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다.
교육도 무너질 것이다. 근대화는 몇백년에서 백여년의 시간에 걸쳐서 일어났지만 AI로 인한 변화는 길어야 1-20년일 것이다. 5년 뒤가 예측하기 어렵다. 근대화때에는 근대학교라는 것이 생겨날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니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은 근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종교시설이나 서당같은 데 가서 낡은 방식으로 공부하는 사람과 같은 처지에 처한다. 그들은 여전히 직장인이 될 공부만 계속 할 것이다. 그런 직장은 이미 사라졌거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에 그 공부가 끝날 무렵인 10년정도 뒤면 그런 공부나 학위가 쓸모가 없어질텐데 말이다. 이런 전망이 분명해질 수록 교육은 확연히 무너지게 된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학교를 다녀도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학교의 학업분위기는 더욱 더 망가지게 될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질 수록 거꾸로 학교에 다니지 않고 세상에 적응한 사람들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지적이 이어질 것이다.
AI로 인한 발달에서 소외되지 않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은 부와 권력을 독점할 것이다. AI 기술을 통해 강한 힘을 가질 그들에게 지금의 세계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사시대의 수렵채집인들처럼 미개해 보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채권시장이나 주식 시장에서 돈을 모두 끌어 모을 수 있는 AI가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경제란 초등생들이 하는 노름판에 노련한 도박사가 끼어드는 거나 마찬가지의 엉터리 시스템이 될 것이다. 도시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계속 낡은 직장을 찾는 동안 AI를 써서 새로운 시스템을 계속 발달 시키는 사람들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AI 문명을 가진 그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무슨 말인지도 이해할 수 없어질 것이다. 선사시대의 수렵채집인들이 신용카드나 주식거래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비트코인이 뭐하는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 전인구중의 몇퍼센트나 될까? 공부를 해도 격차는 계속 늘어만 간다.
그렇게 해서 소수의 사람들이 자본과 기술을 독점하게 되면 그들은 그걸 모든 인류를 위해 쓰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진정한 인간이란 그들 자신들만 의미할 뿐 다른 인간들은 인간 이하로 보일 것이다. 근대화때도 이런 일이 있었고 그게 제국주의와 식민지다. 그 이전에는 학살당했던 미대륙의 원주민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근대적 발달이 느려져서 선진국의 발달이 한없이 빠르지 않게 되자 비유럽 국가들도 선진국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것이 중국과 미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며 전통의 선진국들이 오랜 저성장을 겪고 있는 지금이다. AI 문명경쟁은 같은 일을 더 빠르게 일으킬 것이다. 일단 발달하기 시작한 AI 문명을 후발주자들이 쫒아가기는 어렵다. 특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 지금같은 식으로 해서는 말이다. 말했지만 근대화에서 앞섰던 유럽은 아직 그 경제적 우위를 잃은 적이 없다.
지금의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을 근대인이라고 부른다면 근대인은 더이상 계속 지금처럼 살 수 없을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자. 다른 대륙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를 알았다고 해도 호주나 미대륙에 살던 수렵채집인들은 자신들이 계속 그렇게 살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그들의 땅을 빼앗기고 사실상 멸종상태다. 근대인도 시대에 뒤져도 그냥 살던대로는 살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근대인들은 사실 모순적으로 살고 있다. 그 결과가 환경파괴고 자원문제다. 끝없는 기계적 성장을 추구하는 근대문명과 자본주의는 여전히 GDP 성장률만 따진다. 더 소비할 수 없을 정도로 지구가 아프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지구상에 AI인과 근대인 두 종류의 사람들이 확연히 나뉘어서 살게 된다면 AI인은 근대인을 관리하고 억압해야 할 골치덩이로 볼 것이다. 내버려두면 근대인들은 끝없이 인구를 늘리고 공해와 쓰레기를 생산하고 자원을 소모시키며 소비만 계속 하려고 할 것이다. 근대인은 핵무기같은 위험한 무기도 가져서 위험하기도 하다. 그러니 AI인은 비합리적인 근대인을 먼저 무력화시켜야 하겠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핵무기는 철없는 아이손에 들린 총처럼 보일 것이다. 인간이 들고양이를 중성화수술하듯 AI인은 근대인의 인구를 억제할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 방법은 비인간적인 것일 수 있다.
이건 끔찍한 미래다. 나는 이런 미래가 반드시 올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난 이런 미래가 반드시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여전히 국가 공동체가 힘이 있을 때 좋은 선택을 한다면 말이다. 좋은 선택의 핵심은 AI의 대중화다. 그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AI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AI의 발달방향을 몇몇 기업이나 소수의 사람들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문제를 푸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대중의 문제란 대중을 서로 연결하는 문제이고 그를 통해서 새로운 사업이 생겨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AI는 무엇보다 소통의 미디어로 이해되어야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AI를 통해서 연결되어져여 한다. 이것이 앞으로 직업들이 사라져도 사람들이 할 일을 찾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즉 AI 기술이 사람들의 쓸모를 찾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사회적 인프라의 투자와 교육의 획기적인 개혁을 요구할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쁜 생각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나쁜 선택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가를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부디 우리가 옳은 선택을 해서 좋은 미래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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