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랜동안 기계나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AI와 소통할 때도 예전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이것은 AI의 장점을 살리는데 있어서는 장애가 되고 있다. 컴퓨터나 기계는 깔끔하게 정해진 일을 빠르고 정확히 하는데 익숙하다. 전통적인 프로그램이란 컴퓨터에게 정확한 형식으로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고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컴퓨터나 기계로부터의 답은 아주 정확하고 실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AI를 컴퓨터로 생각하면 비슷한 일을 할 것이고 비슷한 것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AI는 그런게 아니다. 일단 AI는 때로 아주 천재적이지만 때로 아주 바보같은데 특히 기억력이 나쁘다. 그래서 뻔한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그걸 지적하면 아 맞습니다! 같은 바보같은 소리나 한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사람은 그걸 모른다는 말인가하고 가슴을 치지만 AI를 너무 믿었던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이런 사례는 아주 많겠지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부정형 데이터에 대한 것이다. 부정형 데이터란 형식 없이 이런 저런 정보가 잔뜩있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아무 거나 생각나는대로 기록한 일기장 같은 것으로 때로는 친구와 한 일이 적혀있고 때로는 친척의 연락처가 적혀있으며 때로는 기억하기 힘든 비밀번호같은 걸 적어놓았을지도 모른다.
시키는 일만 하는 컴퓨터는 보통 부정형 데이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웹페이지에서 어딘가에 가입신청을 할 때 보면 우리는 정해진 형식에 따라서 정해진 장소에 정확한 정보를 쓰게 되어 있다. 생년월일을 쓸 때도 1969년이라고 써야 하는지 아니면 69면 충분한지가 정해져 있다. 이런 걸 보면 AI 등장 이전의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데이터를 많이 가공한 다음에 작동하는 기계였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한 형식으로 정확히 데이터를 준비한 다음이면 프로그램은 빠르게 작동한다. 이는 마치 프린터에 정확히 종이를 준비하고 잉크를 준비하면 프린터가 빠르게 문서들을 프린트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조금만 잉크 카트리지가 흐트러지거나 종이가 흐트러지면 인쇄가 안되고 때로는 그게 큰 시간낭비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AI는 확률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애매한 곳이 많은 인간의 언어를 쓸 수 있는 것이다. AI의 진정한 강점은 부정형 데이터를 잘 다루는데 있다. 정확한 형식으로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거라면 이제까지 처럼 프로그램이나 기계가 더 빠르게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지저분하고 복잡한 걸 다뤄야하는 거라면 이제까지는 프로그램이나 기계에게 맡기지 못했는데 그걸 AI는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프로그램을 쓰는 컴퓨터에게 말을 할 때 우리는 정확한 음정으로 또박 또박 말해야 했다면 AI에게 말할 때는 마구 말해도 된다. 아니 마구 말하는게 핵심이다. 즉 대량의 부정형 데이터를 제공하면 AI는 거기서 가치를 생산해 낼 것이다. 컴퓨터 시대에는 그런 건 쓰레기였지만 말이다. 지금은 어느 데이터가 미래에 중요할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최근에 아주 간단한 안드로이드 앱을 하나 만들고 있다. 이 앱은 정말 단순하다. 그냥 일기장 앱에 연락처가 붙어 있는 것이다. 복잡한 기능이 없고 있을 예정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앱을 완성하면 이 일기장에 내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모두 적을 생각이다. 정리는 필요없다. 새로 알게 된 사람의 전화번호나 연락처도 적고 시장본 것도 적고 놀아가서 본 것도 적을 수 있다.
이렇게 두서없는 자료는 예전에는 쓸모가 없었지만 AI와 연결되면 다르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의 AI가 직접 데이터를 다룰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런 일기장 데이터를 PC에 가지고 오면 클로드 데스크탑같은 AI는 파일시스템 MCP를 통해 데이터 베이스를 다룰 수 있다. 그러면 AI는 이 난잡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깨끗한 정보를 꺼집어 낼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인맥관리다.
즉 원래의 일기장안에 누군가의 연락처나 중요한 기념일 따위가 있다면 그걸 사람별로 정리해서 인맥 관리데이터 베이스 안에 정리해 줄 수 있다. 그렇게 하는데 프로그램도 필요없다. 그냥 클로드 데스크탑에서 그렇게 해 달라고 말만 하면 된다. 그렇게 정리된 인맥 관리 정보를 다시 스마트폰으로 되돌리면 내 스마트폰의 앱은 그렇게 정리된 인맥관리 정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보안상의 제약때문에 내가 하면 일이 약간 복잡해 지지만 삼성같은 스마트폰 회사가 한다면 지금도 할 수있다. 마구 쓰는 일기장 앱을 준 다음에 AI가 그 일기장 앱의 정보를 기반으로 뭐든지 답하게 할 수 있다. 이걸 프로그램을 짜서 하려면 어려웠지만 지금의 AI에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집안을 청소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기다리고 있는 것같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훨씬 더 중요하고 현실성 있는 것은 따로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생각나는 것은 뭐든지 중얼거리면서 다 노트를 남기면 나중에 그게 다 중요한 정보가 된다면 어떨까? 그건 말하자면 정신 영역의 청소고 설거지인데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
AI의 진정한 대중화는 단지 챗GPT를 쓰는게 아니라 그걸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써서 우리의 일상속에 포함 시킬까에 달려 있다. 자동차는 먼길을 가거나 짐을 나를 때 쓸모가 있고, 믹서는 쥬스를 만들 때 쓸모가 있다. 계산기는 엄청 빨리 계산을 하지만 망치로 쓴다면 별로 신통치 못할 것이다. 챗GPT도 나아가 LLM이나 AI는 적절한 형식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써야 진짜 쓸모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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