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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만능앱과 개인정보

by 격암(강국진) 2025. 7. 17.

최근에 간단한 안드로이드 일기장앱을 하나 만들었다. 이 앱은 기본적으로 뭐든지 쓰는 노트북이며 거기에 인맥정보를 기입하는 곳이 있을 뿐으로 복잡한 기능도 없고 그런걸 넣을 생각도 없다. 다만 이 앱은 한가지에 집중했는데 그건 정보를 기입하기 쉬워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정보들을 다운로드 받아서 옮기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데이터의 형식도 텍스트 파일 에디터로도 읽기 쉬운 JSON으로 했다. 

 

AI 시대는 어떻게 말하면 만능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섭게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mcp의 등장이래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왜냐면 새로운 기능을 새로운 mcp 서버만 붙이면 AI가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클로드 데스크탑에서 설치할 수 있는 파일 시스템 mcp와 쉘명령어 mcp 그리고 파이선 실행 mcp다. 나는 이걸 베이직 패키지로 부르는데 이걸 설치하면 AI가 갑자기 이전에 비하면 만능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 왜냐면 컴퓨터 내부의 파일을 접촉할 수 있고, 쉘명령어로 시스템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파이선으로 짠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나는 내가 만든 스마트폰의 앱의 아이콘이 못생겨서 예쁜 걸로 하나 만들어 달라고 AI에게 부탁했다. 그러면 AI는 svg 파일이라는 형식으로 아이콘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나서 AI가 말하기를 이 파일은 png 파일이라는 형식으로 바꿔야 하되 여러 사이즈 별로 만들어야 하고 그리고 나서는 내가 만든 앱의 적당한 장소에 이 png 파일들을 집어 넣어줘야 한다고 한다. 나처럼 개발자가 아닌 분들은 벌써 이게 무슨 복잡한 소리인가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걱정할 필요없다. 우리가 뭘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베이직 패키지가 깔려 있으면 AI가 그런걸 하라고 할 때 그럼 네가 해주면 안되냐고 부탁할 수 있다. 그러면 AI가 알아서 해주는데 이 글의 문맥에서는 약간의 세부사항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먼저 데스크탑에 있는 svg 파일을 데스크탑 클로드는 직접 접촉할 수 있다. 왜냐면 파일 시스템 MCP가 있기 때문이다. 이걸 png 파일로 어떻게 바꿔야 할까? 그걸 해주는 파이선 프로그램을 짜서 실행하면 된다. 이것도 AI가 할 수 있다. 왜냐면 파이선 실행 MCP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svg를 png로 바꾸는 건 본래 되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도 도구가 필요하다. 클로드 데스크탑은

 

ImageMagick이 설치되어 있지 않네요. 설치해보겠습니다. 설치되었습니다. 좋습니다! ImageMagick이 설치되었습니다. 이제 아이콘을 선택해서 적용해드리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 그러니까 필요한 도구가 없으면 자기가 알아서 구해다가 설치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나는 svg를 png로 바꾸는 프로그램이 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렇게 전환된 png 파일들은 역시 내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적절한 장소에 옮겨진다. 왜냐면 파일 시스템 mcp와 쉘 명령어 mcp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베이직 패키지만 있어도 일을 하면 할 수록 내 컴퓨터 즉 내 AI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난다.

 

그런데 이같은 과정을 한발 더 물러나서 보면 우리는 이 글의 핵심주제에 다가가게 된다. 그것은 AI가 점점 더 만능앱에 가까워 지고 있다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앱에 익숙하다. 그 앱들은 여러가지 정보를 사용해서 정해진 일을 한다. 예를 들어 내 혈압계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연결되고 스마트폰은 혈압 정보를 받아서 그걸 그래프로 그려줄 수 있다. 내 일기장은 내가 쓴 일기를 보여줄 것이다. 구글 캘린더는 내 일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특정한 앱이나 서비스를 쓰면서 우리의 정보를 그것에 빼앗기거나 구속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내 아내는 일기장앱을 쓰는데 그걸 한동안 쓰면 이제 일기가 쌓인다. 건강정보도 마찬가지고 구글 캘린더가 가진 내 일정정보도 마찬가지다. 정보는 내것인데 앱이나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쓰다가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하면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 쓰던 일기장 앱을 다른 앱으로 바꾼다고 하면 예전 일기들이 새 앱에 금방 이식될 수 있을까? 대개 다른 프로그램은 다른 형식을 쓰기 때문에 간단한 일이 아니다. 위의 예에서는 내가 svg 파일을 png 파일로 바꾸는 것도 프로그램이 따로 필요했다. 그런데 다양한 형식을 가진 데이터를 그때마다 다른 형식으로 만드는게 쉬울리 없다. 그러니까 기존의 서비스나 앱은 편리를 제공하는 대신 내 정보를 볼모로 잡거나 마치 자기 소유인양 다른 곳에 쓰고 팔기도 한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그걸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나중에는 잃어버리는데 말이다.

 

이제까지는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가 잡다스럽게 있으면 그걸 개인들이 쓸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상태가 딱히 크게 불만을 가질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AI가 만능프로그램, 만능앱으로 변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AI는 데이터만 있으면 그걸로 뭐든지 할 수 있다. 데이터만 있다면 건강프로그램처럼 당신의 혈압그래프를 그려주고 혈당그래프를 그려줄 수 있고, 일기를 멋진 형태로 보여줄 수도 있으며, 메신저창을 열어서 남과의 대화를 메신저 스타일로 보여줄 수도 있다. 당근화면같은 것을 구성해서 당근을 하는 것처럼 남과 거래를 할 수도 있고, 파워포인트를 함께 작성해 줄 수도 있다. 구글 캘린더에 있는 당신의 일정기록들을 기반으로 당신이 과거에 뭘 했었는지를 빠르게 찾아줄 수도 있다. 이런 미래는 정말 코앞에 있다. 이미 현실화가 된 것도 많고 아주 빠르게 현실화가 되고 있다.

 

다만 한가지는 AI의 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건 데이터다. 데이터가 있어야 AI는 그걸로 뭔가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를 여기저기 늘어놓고 찾을 수도 없게 하는게 아니라 두서가 없더라도 되도록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 엉망진창으로 모여있더라도 그걸 모아두면 그 데이터는 AI에 의해서 쓸모를 찾게 된다. 이게 AI가 없던 시대와의 차이다. 

 

카메라가 달리고 그걸 남들에게 보낼 수 있는 SNS가 발달하자 사람들은 어딜가나 사진을 찍기 바빠졌다.왜냐면 사진을 찍으면 데이터로 남기 때문이고 그 데이터를 즉각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40년전쯤에 비하면 요즘 한국 사람들은 카메라 광인이라고 할 정도로 사진찍기에 바쁘다. 몇명이서 여행을 떠나는데 겨우 몇십장 사진을 찍을수 있는 필림 한통을 쓰지 못했던 과거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이제 개인정보를 기록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특정한 그리고 복잡한 형식과 기능을 갖춘 앱들이 아니라 단순한 도구를 써서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쌓이면 그 정보의 쓸모는 AI가 찾아줄 것이다. 내가 만든 일기장+인맥정보 앱은 그걸 위한 것이다. 그냥 일기를 열고 보이스 인식 기능을 켠 후에 그때 그때 하고 있는 일, 먹은 식사, 건상상태, 새로 알아낸 정보를 녹음기에 녹음하듯 말하면 그게 다 정보로 남는다. 그건 그 자체로도 쓸모가 있겠지만 나중에 그걸 AI가 잘 만져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치가 있다.

 

반면에 우리가 지금 편리하게 쓰는 앱들은 대개 편리하면 할 수록 그 복잡한 구조를 통해 우리 정보를 강탈하는 경향이 있다.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안의 정보들을 내 마음대로 이식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앱들이 내 정보들을 조각 조각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결국은 그것들이 사라지고 만다. AI가 만능앱으로 변해가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AI 시대는 데이터가 핵심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저절로 모이지 않는다. 지금부터 단순한 도구로 일기, 건강 기록, 일정 등을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자. 내가 만든 일기장 앱처럼 간단한 도구를 쓰고 JSON 형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면, AI가 이를 활용해 당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사람은 더 편리하고 풍요로운 디지털 삶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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