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는 세상의 평때문에 지극히 낮은 기대치를 가지고 보았다가 뜻밖에 재미있게 전독시를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영화 F1 더 무비는 워낙 평이 좋았다. 사람들 평점은 9점이 넘는다. 그래서 일까. 난 F1 더 무비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영화가 너무 길게 느껴지고 지루했다.
영화의 스토리 기본 구조는 새롭지 않다. 나이든 맨토같은 사람이 젊은 신참을 키운다는 스토리는 수십년전부터 반복되는 이야기다. 이것은 꼭 단점은 아니다. 영화나 소설은 항상 익숙한 것에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지 아무 것도 옛것이 있을 수 없다면 로맨스 소설은 전부 표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젊은 천재 드라이버의 역할을 하는 댐슨 이드리스가 너무 약하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댐슨 이드리스가 아니라 젊은 날의 톰크루즈나 젊은 날의 윌 스미스가 떠올랐다. 그들은 괜히 스타가 된게 아니다. 바로 이런 영화에서 단숨에 대중의 시선을 끄는 연기를 펼쳐서 스타가 된 것이다. 그러니 영화는 어떤 스펙타클한 장면을 집어넣든 처음부터 반쪽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155분이나 되는 길이를 가졌는데 나는 여기에 굳이 브래드 피트의 애정행각을 집어넣아야 하는가하는 생각도 가졌다. 모처럼 여성 엔지니어 캐릭터를 집어넣고는 그 여성이 결국 브래트 피트와 자야 했을까? 60세가 넘은 남자의 섹스 어필이 이 영화의 전략인가? 이게 누구 욕심인가? 그 결과 한가지 현상이 생겼는데 그 여성 캐릭터가 오히려 존재감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영화는 철저히 브래드 피트 중심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물론 브래드 피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캐릭터도 훌룡해서 영화가 완전히 좌초하지는 않는다. 나도 기대보다 못했다는 것이지 영화가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가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레이싱 그 자체에도 있다. 이기려는 욕망의 화신처럼 나오는 브래드 피트는 그때문에 더럽고 답답한 짓을 계속 한다. 반칙이 아니더라도 거의 반칙과 반칙이 아닌 것의 경계에 있는 수준의 플레이를 하는데 그런 걸 보고 있으면 나중에는 하나의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과연 F1 경기라는게 뭘까? 사람의 100m 달리기도 0.1초가 큰 차이를 만든다. 그러니 시속 360km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1초가 얼마나 대단한 차이를 만들겠는가? 실제로 영화에서는 자동차 기록을 재는데 소수점 두자리 숫자까지 보여준다. 그런 경기에서 바닥에 깨진 부품 뿌리고, 타이어 가는데 실패하는 장면 같은 걸 계속 보여준다. 그러므로 나는 나중에 과연 F1 드라이버의 실력이나 F1 레이싱카의 성능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것들은 그냥 다 안 중요한 거 같다. F1 선전 영화같은 영화를 보는데 오히려 왜 사람들이 F1에 열광하는지가 오히려 의아해 진다. 이런게 지능 플레이인가?
왜 그들은 루저였지만 승리자가 되는가? 진부하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인간의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브래드 피트는 변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신참 루키의 변화도 영화에서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팀은 그가 사고로 빠져 있었을 때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변화가 있었다면 영화에서는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보조 팀원들이 얌전히 모는게 아니라 싸움을 하는게 좋다는 말에 납득하게 되었다는 점이 눈에 띨 뿐이다. 결국 브래드 피트라는 새로운 인물이 사람들에게 이기려면 더럽고 말고를 떠나 죽도록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에 브래드 피트가 날고 있다는 장면은 그래서 좀 뜬금없었다. 이미 1등을 한 상태에서 그냥 계속 1등을 하는게 바로 날아가는 드라이버라는 거니까. 보통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기가막힌 집중을 통해 작은 차이를 파고들어 이기는 드라이버를 말하지 않던가?
나는 자동차 경주를 싫어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는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이 영화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봤고 주인공에 몰입해서 보았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보고 난 뒤는 자동차 경주라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도 안되는 엄청난 돈을 콘크리트에 버리는 사람들을 보는 느낌도 받았다. 자동차 성능도 그리 중요하지 않고, 엄밀한 의미에서 드라이빙 테크닉도 그리 중요하지않다. 물론 브래드 피트의 운전에 대한 열정이 그려지지만 나는 그것이 포드 v 페라리에 나오는 캐럴 쉘비와 켄 마일스의 열정보다 공감이 덜 간다.
이것이 시원한 F1 경주를 영화관에서 보고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영화는 많은 돈을 들였고 멋진 장면을 보여준다. 그것을 좋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기억할만한 명작 영화로 느끼지도 않고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나는 오히려 비판받는 전독시가 더 괜찮았다. 영화를 만드는데 들인 비용을 생각하지 않아도 말이다.
이 영화가 그래도 이만큼 괜찮은 영화가 된 것은 천문학적인 돈으로 찍었을 F1 경주가 아니라 브래드 피트의 힘이 크다. 만약 브래드 피트조차 매력을 발산하지않았다면 나는 이 영화를 매우 혹평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브래드 피트는 1963년생이다. 환갑이 넘는 남자의 섹스어필이 헐리우드 영화의 미래라면 그 미래는 매우 어둡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이 영화는 새로운 톰 크루즈나 윌 스미스를 탄생시켰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미국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이러면 미래가 없다. 사랑 이야기가 꼭 넣고 싶었고 미녀의 베드신을 넣고 싶었으면 탑건의 톰 크루즈처럼 젊은 남녀의 이야기로 넣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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