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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두 개의 컬트 영화들

by 격암(강국진) 2025. 8. 22.

최근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영화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는 것을 보니 내게는 떠오르는 사람들과 영화가 있다. 미국에서는 1983년과 1984년에 두 개의 음악 영화가 개봉하고 흥행에 크게 실패한다. 이 두 개의 영화는 에디와 크루저라는 영화와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라는 영화였다. 두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모두 마이클 파레였고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의 여자 주인공은 다이엔 레인이었다. 이 영화는 미국 극장에서 완전히 흥행에 실패했지만 나처럼 198-90년대에 청춘이었던 한국 사람은 어쩌면 이 영화들을 알지도 모른다. 이 영화들은 일본과 한국에서는 매우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크게 히트치지 못했던 다이엔 레인은 일본과 한국에서는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로 여기 저기에 사진이 돌아다녔다. 아마 요즘의 젊은이들은 다이엔 레인을 슈퍼맨의 엄마 정도로만 알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는 많지만 이 두 개의 영화는 몇가지가 특이하다. 그 중 하나는 극장에서는 실패했는데 비디오 대여 시장에서는 매우 크게 성공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비디오 시장이 성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극장에서 실패한 이 영화가 케이블 티비나 비디오 테입 렌탈 시장에서는 크게 성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매니아 층이 있는 컬트 영화로 여겨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에서는 흥행에 크게 실패했고 따라서 세계적인 홍보도 거의 없었는데도 일본에서는 크게 흥행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개의 영화는 모두 음악영화로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인기가 좋은데 그런 것과도 궤를 같이 하는 뮤직 비디오 같은 영화다. 어렸던 나는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에서 다이엔 레인이 노웨어패스트를 부르는 장면이나 에디와 크루저에서 마이클 파레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의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서 다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을 부르며 저때는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다이엔 레인은 최고의 인기 여배우였고 꽃길만 걷었던 화려한 삶을 살았던 여배우였다. 극히 최근에 그녀의 삶에 대해서 읽기 전에는 말이다. 글쎄 그녀가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삶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임신하자 마자 이혼한 엄마와 아빠는 양육권을 가지고 다퉜고 그녀의 어린 시절은 가난으로 얼룩졌다. 연기를 가르치던 부친 탓인지 일찍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13살에는 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 그녀는 그 이후로 오랜간 결코 흥행이나 평에서 큰 성공작을 만나지 못했다. 어찌된게 그녀의 작품은 당대에는 그리 크게 히트를 치지 못하고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처럼 나중에나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를 좋아하던 나에게는 그녀가 그 영화를 찍고 흥행에 참패해서 잠시 낙향하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멋지다고 생각했던 노웨어 패스트가 빌보드 차트에 순위에도 못올랐다고 하는 이야기에도 놀랐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이후에도 그녀는 그저 그런 흥행작만 찍다가 최고의 히트작을 찍는데 그게 불륜하는 아내로 나오는 영화였다. 그리고 요즘에는 앞에서 말했듯이 슈퍼맨의 엄마역으로 유명하다. 토스카나의 하늘아래서 정도를 제외하면 내가 찾아본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그렇게 화려하지만은 않다. 작품도 훌룡하고 평도 좋고 흥행도 된 영화는 별로 없다.

 

그럼 왜 이 두 개의 영화는 미국에서 히트치지 못했을까? 이제와 그걸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미국은 세계 2차대전 이후 경제적 호황기를 가진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부터는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1960대는 청춘의 반항이 유행이었던 시대였다. 이 두 개의 영화는 로큰롤 영화로 말하자면 1980년대에 1960년대의 영광을 되돌아 보는 영화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미국의 정서에서는 그다지 통하지 않았던 것같다. 

 

그럼 일본과 한국은 어땠을까? 일본 경제의 최고 부흥기는 1980년대였고 그때의 일본은 세계를 정복하기라고 할 것같은 호황기였다. 한국도 1980년대는 고속 성장기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격변기였다. 미국의 1960년대에 해당하는 시기를 한국에서 찾는다면 그건 아마도 1980년대였을 것이다. 그 기록은 1987 같은 영화로 남아있다. 1980년대는 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가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외쳤던 시기였고 그 말은 상황은 암울했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청년들이 믿었던 낭만적인 시대라는 것을 의미하기도한다. 어쩌면 로큰롤 음악영화가 청춘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일본과 한국이 이처럼 미국과는 다른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025년 현재 세계는 케이팝 데몬헌터스에 빠져 있다. 비록 에니메이션이지만 이 영화는 잘생긴 한국 여자와 한국 남자를 보여주고 있으며 세계인들이 그들의 매력에 빠져있다. 마이클 페레와 다이엔 레인같은 선남 선녀를 보면서 선망했었던 후진국 한국의 청년이었던 나는 시대가 참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는 영화가 아니라 모두의 단결된 힘만이 세계를 구하며 우리 모두는 흠결있는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경제 공황이 곧 닥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시기에 적합한 음악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곳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의 음악이란 시대를 초월하기 마련이다. 젊어서 1980년대를 산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그 시대를 잊지 못한다. 요즘의 젊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면 그들도 지금의 시대를 나이가 들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걸 생각하면 사람이 사는 방식이란 어리고 젊을 때 결정되며 일단 그렇게 되고 나면 변하기 어려운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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