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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오만방자함은 끝을 모른다.

by 격암(강국진) 2025. 12. 24.

요즘 쿠팡이 여러 사람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이라는 쿠팡 창업자는 회사의 경영진을 비한국계 사람으로 가득 채우면서도 한국에서 거대한 회사를 키워 돈을 번다. 이사의 대부분이 외국인이고, 김범석 스스로가 7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미국 국적자다. 그건 그럴 수도 있다고 쳐도, 그는 한국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쿠팡이 이렇게까지 사회적 반발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만약 순수 외국 기업, 예를 들어 아마존이 똑같이 행세했다면 한국 여론은 진작에 “외국 자본 침략”이라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한국 국적을 강조하지 않았다면 쿠팡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런데 이제 그 믿음이 완전히 깨지고 있다.

 

3천만 명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 엄청난 사태가 터진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김범석은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회 청문회에도 불참하고, 한국 대표만 앞세워 형식적인 말만 반복할 뿐이다. 하버드 나온 똑똑한 사람이라면 이런 일이 터졌을 때 어떤 후폭풍이 올지 뻔히 알 텐데, 왜 이렇게까지 침묵하는가. 사과 한마디, 얼굴 내민 기자회견 하나가 돈이 얼마나 든다고 그러는가. 이런 걸 생각하면 그의 행동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오히려 지금처럼 피하는 게 훨씬 더 큰 손실을 부르고 있다. 불매 움직임이 현실이 되고, 탈퇴가 이어지고, 집단소송이 쏟아지고, 정부는 과징금과 영업정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쿠팡은 아마존 모델을 따라 다른 물류회사와 오픈마켓을 밀어내고 시장을 지배하며 커졌다. 그 과정에서 기존 택배사들은 물량을 빼앗기고, 중소 셀러들은 후려치기와 불공정에 시달렸으며, 택배 노동자들은 과로와 산재로 고통받았다. 빠른 배송이라는 소비자 편의 뒤에 이런 희생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시장을 장악한 회사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에서 돈 벌면서도 한국 사회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가 너무 분명하다.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에 태국계 미국인이나 베트남계 미국인이 가서 기업을 세우고, 입만 열면 그 나라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사고 치고는 “난 책임 없다”고 회피하며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면 어떻겠는가. 여차하면 미국 정부의 힘을 믿고 그 나라를 눌러 앉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나라 사람들은 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우리가 한국계 미국인에게 그런 꼴을 당하고 있으니 기가 차지 않는가. 어느 나라든 무시당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이 아직도 그렇게 우습다는 말인가. 우리가 지금도 한국전쟁 이후 미군 밀가루 타먹던 그런 나라인 줄 아는가.

 

쿠팡이 한국 경제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는 있다. 세금도 내고, 일자리도 만들고, 물류 혁신도 가져왔다. 하지만 세금을 안 내는 회사가 어디 있나. 쿠팡이 없었다고 물류회사가 없었을까, 네이버나 다른 회사들이 배송을 안 했을까. 쿠팡의 투자로 빠른 배송이 표준이 됐지만, 그 대가는 기존 업체의 몰락과 노동자들의 과로였다. 그런 기여를 빌미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 저버릴 수는 없다.

 

그는 공부를 잘한 사람이다. 하버드를 나오고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일한 후 창업했다. 그런데 그 좋은 머리로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를 리가 없다. 결국 그는 한국을 깊이 무시하거나, 아니면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상식을 크게 벗어난 판단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문제를 이렇게까지 키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요즘 이렇게 공부만 잘하는 매국노, 공부만 잘하는 소시오패스를 종종 보게 된다. 실패를 거의 겪어보지 않아서 자신의 성공을 온전히 자기 것이라 믿고, 주변 환경에 감사하기보다는 정복하고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런 생각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졌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소통하는 21세기에는 맞지 않는다.쿠팡 위기가 지금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부자는 좋은 사람 되기 쉽다. 적당히 사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언론에 좋은 기사 하나 내는 게 뭐가 그리 어렵겠는가.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 그런데 김범석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건 소시오패스적 태도다. 세상에게 “네가 틀렸다”고 말하는, 시대를 너무 뒤져 있는 사람이다.

 

쿠팡이 이번 일로 제대로 치명타를 입는다면, 그것이 21세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쿠팡은 치명타를 입어야 한다. 만약 이번에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한국은 그만큼 더 큰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미친 자가 내 뺨을 쳤을 때, 그건 내 잘못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피하지도 막지도 않고 계속 맞고 서 있다면, 뺨 맞는 건 당연하다. 다른 사람도 와서 뺨을 칠 것이다. 한국은 지금 뺨을 맞았다. 이제 한국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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