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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젊고 지친 사람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

by 격암(강국진) 2026. 1. 17.

누구에게나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고민한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어떻게 취직할 것인가? 이 문제는 진지한 문제라고 취급받기 때문에 그만큼이나 많은 강한 의견차가 존재하는 문제다. 진지한 만큼 우리는 뭔가를 당연시 하면서 그것을 부정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 한다.

 

내가 좋아하는 한가지 예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를 권하고, 은행에서 융자를 내는 것을 당연시해 왔다. 그래서 어떤 청년이 5억짜리 아파트를 4억쯤 빚을 내서 사도 그 청년 참 건실하다고 칭찬하는 것이 나이 많은 어른들의 흔한 태도이다. 3억쯤 은행융자내고, 1억은 따로 개인적인 빚을 내서 사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5억짜리 아파트에 2억5천짜리 전세를 사는 사람보다 3억쯤 빚을 내서 5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현명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부동산은 무조건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른들에게 누군가가 4억쯤 빚을 내서 5억원어치 주식을 샀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아마 빚없이 가진 1억을 전부 주식 샀다고 해도 난리가 날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절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주식투자는 사기꾼의 세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서는 누가 옳은가는 제쳐두자.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여기에는 어떤 것을 당연시하는 태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우리가 먹고 사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먹고 살기 위한 우리의 행동이 달라진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사실 우리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고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서로 같을 수 없고, 같아서도 안된다. 누구나 김연아처럼 노력하면 김연아같은 피겨선수가 되는게 아니다.

 

그래서 서로가 사는 모습을 보고, 서로가 먹고 사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옳냐 그르냐를 논하는 것은 온건하게 말해도 매우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지금이 한국에서 주식 투자를 하는게 옳은 시기라고 하자. 그렇다면 이게 누구에게나 옳을까? 요즘 대학생들은 방의 전세금을 빼서 주식투자를 할 정도라고 하는데 이건 옳은 일인가? 주식 방송을 보면 귀가 아프도록 나오는 이야기가 투자는 본인의 판단으로 하라는 말이다. 옆의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잘 가고 있다고 해서, 나도 자전거를 타면서 그 사람을 흉내내면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을 것인가. 아니다. 넘어진다. 마찬가지로 너무나 주식을 잘하는 투자자가 옆에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을 흉내내는 사람은 아마도 넘어질 것이다. 잘 하다가도 한순간의 판단미스로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주식투자만 이런게 아니다. 사는게 이렇다. 누구도 남의 사는 모습을 그대로 표면적으로 따라해서는 안된다. 똑같이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며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흉내에 몰두하면 위험하다. 그런데 표면적인 선택을 골라서 이게 잘했냐 못했냐를 따지면 뭐하겠는가. 같은 일도 사람이 달라지면 다른 의미가 생긴다. 누군가에게는 복권당첨은 큰 발전의 시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그 돈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미남 미녀와의 결혼은 행복의 시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그 결혼을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어떤 금기를 넘었다고 하자. 예를 들어 그 사람의 금기는 서울에 살지 않고 지방에 살기로 한 것이다. 지방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어이없어하겠지만 수도권이나 서울에 사는 사람중에는 서울을 한번 떠나면 절대로 서울로 돌아오지 못한다면서 서울살이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 판단은 각자의 것이다. 다만 그것에는 댓가가 있다. 부산같은 곳을 제외하면 서울 집을 팔면 지방에서는 평생살 돈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집값만 문제가 아니다. 생활비 전반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교육비를 어디서 더 많이 내겠는가. 수박한통의 가격이 어떻겠는가.

 

그러니 지방가서 살라고 하는게 절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사람들은 온갖 금기를 가지고서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그 금기를 어겨도 되는 때가 온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는 지금 이순간 그게 금기가 아니다. 나는 특이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흔히 그 금기에 집착한다. 내가 보기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장 큰 문제가 이것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그걸 찢으면서 돈이 없다고 말하는 식이 되는 문제가 이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자신이 상위 10%, 1%처럼 살기를 바란다. 지드래곤이 9급공무원 준비 열심히 해서 지금처럼 잘 살 수 있었겠는가?

 

나는 내가 살아온 것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길이었다거나 내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내가 학교 공부에 그다지 열의가 없었던 때에는 내 성적에 관심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혼자서 열심히 책을 보고 공부를 해서 학교성적이 아주 좋아지자 사람들은 내게 서울대가라, 법대에 가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당시에는 지금보다 인기가 훨씬 좋았지만 물리학과에 간다는 것은 당시에도 전혀 돈이 되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시로서는 신설이던 포항공대에 2회입학생으로 간다는 것은 미친 짓같아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진학담당선생님은 목이 쉬도록 나에게 서울대 갈것을 권했었다.

 

이런 식의 삶의 갈림길은 계속 나타난다. 내가 인공지능 공부를 할 때에는 한국에서 인공지능 공부를 하는 사람은 정말 열사람도 안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무시도 당한 적도 있다. 삼성같은 대기업에 안들어가고 박사받고 뇌과학한다고 이스라엘로 떠나는 것도 대책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지금와 되돌아보면 만원 백만원에 집착해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다. 10억 20억짜리 집에 살고 있다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 잘 키우고, 가정을 잘 유지하면서, 재미있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을 하고, 좋은 삶의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벌자고 하면 백만원이 참 벌기 어려운데 쓰자고하면 몇천만원도 심지어 몇억도 우습다. 농담으로 우리집 가훈이라고 말하는 말이 열대박이 한쪽박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만원짜리 식사도 고민하면서 3억짜리 6억짜리 아파트 계약은 턱턱 쉽게 한다. 그래서 복권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0억 20억이 생겨도 그 돈을 순식간에 다 쓰는 경우가 많다. 몇억은 나눠주고, 차도 한대 뽑고, 부동산 투자로 집 한채 사고 하다보면 엄청난 현금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요즘 김건희의 명품 가방 이야기가 시끄럽다. 그런데 그걸 보면 윤석렬과 김건희가 참 가난하다고 느껴진다. 저 큰 돈과 명예를 누리면서도 불법까지 저질러가면서 명품가방을 받는건 구질구질하지 않은가? 윤석렬도 나름 고생해서 저 자리에 올라갔을텐데 고작 저러고 살려고 그 고생을 했나? 물론 명품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명품을 드는 욕망을 당연시 하면서 이런 나의 말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할 것이다. 나는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꼭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허세나 권력욕도 인간적으로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시 금기로 돌아가보자. 내가 말하는 것은 인간답게 사는 것에는 이러저러한 것이 필요하다는 금기를 넘지 못한 사람의 실패를 말하는 것이다. 그 금기내지 선입견을 넘지 못한 댓가가 어떤 때는 너무 크다.

 

우리는 평범하게 살면서 평범하게 망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평범해 보이는 삶이 위대한 힘이 필요하다는 것과 사실 평범함이란 특히 요즘 시대에는 정의할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저 남들이 한다는 유행에 휩쓸리는 것을 평범이라고 하고, 남을 흉내내는 것을 평범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평범이란게 흔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라면 그런 사람이 되면 당신은 점점 취업기회가 없어지고 궁색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쓸모가 없는데 돈은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는 일은 없이 대기업에서 연구소에서 정치권에서 자리만 지키고 앉아서 눈치나 보면서 사는 사람처럼 말이다. 모두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 잘 살려고 하면 사실은 아주 특이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내가 요즘 잘된다는 일을 예전부터 오래전에 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을 이제와 어떻게 이기겠는가. 요즘 인공지능이 전망이 좋다니까 인공지능 공부를 한다고? 인공지능 오타쿠로 20년정도전부터 그것만 파던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나는 뭐가 다른가?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절대가 없다. 내가 사는 방식은 절대 실패가 없을 것이다라는 주장은 가능하지 않다. 이 말은 실패도 반드시 실패가 아니라는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방식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 반드시 옳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표면적인 성공 실패를 넘어 다른 사람이 어떤 댓가를 치루고 있는가를 잘 듣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건 마치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보고 남이 멋지게 산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열심히 살고 눈을 크게 떠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판단을 해나가야 한다. 정답은 이렇게 평범하고 어떤 의미로 거의 의미가 없다. 특히 짧은 기간에는 그렇다. 하지만 5년 10년이 지나면 우리는 점점 손발이 바쁜걸로 먹고 사는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 당연하다고 내렸던 결정 하나가 우리의 10년, 우리의 인생을 지배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서 저 평범한 말을 다시 생각하면 의미가 많이 생긴다. 우리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살면서 평범한 말을 종종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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