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끝이 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두에게 아쉬운 일입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저는 원래도 보수당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윤석열 정권을 지나오면서 일단 국민의 힘은 절대적으로 반대하게 된 사람입니다. 정치적 의견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구테타나 내란은 그런 대상이 아니지요. 국민의힘은 변명할 수 없는 내란옹호당, 내란추진당입니다. 윤석열이 속했던 당일 뿐만 아니라 내란의 밤에도 국회를 무력화해서 내란을 도우려고 했지요. 국회의원들이 다 투표 안하고 다른 곳으로 모였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에도 윤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는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걸고 활동하는 정치가들은 모두 그 개인의 평가를 넘어 아웃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그들은 자기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정치를 하겠다면 국민의 힘을 그렇게 두지 말고 바꿨거나 당을 나왔어야죠.
이런 확실한 제 입장을 말하고 더해 말하자면 이 민주와 보수라는 것을 가르는 정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동체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박시 님이 옳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그렇게 느낍니다. 이 말이 보수를 지지하는데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처가가 부산에 있습니다. 보수를 지지하면 나쁜 사람이라는 식의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그보다 이건 세상이 어떤 곳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의 문제랄까요.
제가 말하는 공동체 정신은 평등정신에 입각한 것이고 패거리가 없는 것입니다. 즉 한국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을 망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물론 이렇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가만히 보면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평등정신에 입각한 공동체 정신이란 기본적으로 공동체나 환경의 소중함을 강하게 느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내가 이만큼 잘사는 것은 전체 공동체, 전체 환경의 덕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 때문에, 한국의 조상들 때문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와 산천 때문에 내가 이만큼 산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특정인에 대한 강조는 작고 전체에 대한 강조가 큽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느끼는 마음이 있습니다. 나도 기회가 되면 뭔가 해주며 살자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보수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기본정서는 일단 인간은 모두 썩었고 이기적이라는 것이 강합니다. 그 썩을 사람으로 가득 찬 나라가 어떻게 이만큼이나 잘살게 되었는가? 그건 위대한 영웅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나라가 잘 살게 된 것은 이승만이나 박정희나 전두환같은 독재자 때문입니다. 그런 독재자가 없었으면 어리석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이 나라를 진작에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게 보수의 정서입니다. 그러니까 박정희같은 사람은 신격화되어야 하는 거죠. 민주진영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은 비슷한 의미가 있지만 절대 신격화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영웅들이지만 한국인이라는 대중의 어깨위에 올라탄 영웅들이죠.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제가 말하는 것이 슬슬 분명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에서 보수운운하는 사람들은 봉건제도를 믿고 있는 겁니다. 왕을 찾는 미천한 백성들이랄까요. 보수를 지지하면서 불우이웃돕기하시는 분들을 흑백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의 문맥에서 말하자면 그들은 일종의 적선을 하고 있는 겁니다. 불쌍한 사람에게 많이 가진 내가 덜어주는 겁니다. 민주를 지지하면서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분들은 그게 아닙니다. 내가 가진 건 본래 전체 공동체에게 받은 것이니 돌려주는 겁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이래서 보수와 민주 진영 사이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같은데도 민감해 지는 주제 중의 하나가 보편복지인겁니다. 민주진영의 사람들이 보편복지를 지지하는 강력한 이유중의 2가지는 첫째로 구별하고자 하면 느리고 돈이 든다는 겁니다. 그냥 다 주면 행정적으로 간단한데 구별해서 주려고 하면 일일이 신청을 받고, 정보를 확인하고 줘야 합니다. 그게 다 시간과 돈의 낭비입니다. 그게 워낙 크기 때문에 무의하다는 겁니다. 둘째로 구별하는게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표시나게 만든다는 겁니다. 그냥 전부 무상급식해도 되는 걸 돈있는 집안에서는 돈내고 없는 집안에는 따로 돈받아가라고 해서 그 돈으로 밥사먹으라고 하는 일같은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보편복지의 논리가 불쌍한 사람들의 도둑놈같은 심보라고 여겨지고 포퓰리즘이라고 여겨집니다. 왜냐면 그들은 나와 같은 레벨의 사람들이 아니라 천민이니까요. 천민을 같은 사람 취급하면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도둑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위아래 구분이 무너지면 세상이 망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도움을 주면서 그걸 티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0만원 주면서 행정비가 100만원 드는 한이 있어도 그걸 해야 합니다.
보수는 공동체가 부유해 지면 그 안에서 나와 내 가족이 부유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내 것에 집중합니다. 나라가 망해도 내 것만 봅니다. 보수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필요하면 국적도 버릴 수 있고, 군대같은 것은 뺄 수 있으면 빼는게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이 나라가 나에게 뭘 해준게 있냐고 합니다.
보수는 입에 자유를 자주 말합니다. 보수는 자유를 타인을 무시할 권리나 약육강식 같은 걸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권을 누리며 살던 사람에게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의무를 주면 자신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관행상 특권을 누리는 사람은 많습니다. 기업의 돈과 내 개인의 돈은 서로 다른 것이며, 특히 주식회사라면 말할 것도 없는데도 주식회사를 자기 자식에게 선물처럼 물려주는 일을 당연시 하는 걸 수십년동안 했으니까요. 이런 점에서는 북한과 남한이 다를게 없습니다.
보수는 한국의 대중문화와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꺼이 조선시대 이전의 역사는 모두 썩을 노예의 역사로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사코 건국절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들은 한국어를 버리고 잘난 영어로 살아야 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인게 자랑스럽지도 않고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정체성 따위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이 요즘 처럼 잘 나가는 시대가 어색합니다. 외국인이 한국 가수를 좋아하고, 한국기업을 좋아하고, 한국음식을 좋아하는게 어색합니다.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입에다가 한국은 여기까지다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한국이 계속 계속 더 잘 살게 되는데도 한국은 곧 망할 거라는 겁니다. 수십년째 그 말이 틀려도 계속 그 말을 합니다.
숫자로 보면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가난하고, 노인들이 많으며 요즘은 젊은이들이 많더군요. 제가 한 말과 이 사실을 합치면 이들이야 말로 공동체 정신이나 공동체의 고마움을 모른다는 말입니다. 세상이 나에게 해준게 뭐있냐. 할 수 있으면 군사독재나 내란을 하는 것도 멋진거 아니냐. 뭐 이런 생각을 하니까 윤석열을 지지할 수 있겠죠. 그들은 스스로에게 자유주의자라는 멋진 이름도 붙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도 이런 보수의 믿음을 이데올로기라고 부를 수 있다고 저는 믿지 않습니다. 자유주의라는게 그런게 아닙니다. 교통법규가 없어지면 모두 자유롭게 운전하는 세상이 오는게 아니라 모두가 운전을 못하는 것처럼 언제나 세상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보수가 집권한 시절에 무슨 자유가 있었습니까? 연예인블랙리스트에 언론탄압이나 있었고 심지어 군사 내란으로 총칼을 들고 일어서는게 보수가 아닙니까. 이런걸 자유라고 말하는 건 웃기는 것이죠.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은 이기주의자입니다. 남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내 자유만 보는 건 자유주의자가 아닙니다. 결국 여러 사람이 모여 살자면 규칙은 뭐가 되던 언제나 있습니다. 세상에 자유시장이 없습니다. 시장에는 언제나 규칙이 있죠. 그러니까 자유주의는 그저 다른 종류의 규제주의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헛소리고 선동일 뿐입니다.
이런 글은 물론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읽기를 기대해서 쓰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저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을 위해서 쓰는 것이고 저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것이죠. 그건 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의 맨 바닥에 공동체의 은혜를 입지말자는 생각이 있다는 것을 다시 되새기는 겁니다.
선거는 어떤 식으로건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줍니다. 제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저의 경우 여전히 보수를 지지하는 저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상처를 입지요. 한국을 전부 아름답게 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씁니다. 제가 정치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마음을 찾아 봅니다.
찾아보면 그건 결국 곱건 흉하건 내 나라는 한국이고 한국 덕분에 내가 이만큼 살고 있다는 고마움입니다. 나이 든 부모님도 언제나 납득이 가는 행동만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내 부모님이니 그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그런 마음이 상처를 치유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대치가 높아서 그렇지. 요즘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잘나갑니다. 그 덕분에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고 상처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불평만 할 수는 없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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