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그리는 영화나 칼럼을 보면 흔히 나오는 모습이 있다. 기계가 잔뜩있는 도시. 모더니즘의 극단이랄 수 있는 매끈한 모습으로 넘쳐나는 유리 도시. 로봇이 사방에 넘쳐나는 도시다. 미래 예측은 본래 잘 틀리는 것이지만 언제 그렇게 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래도 훨씬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내가 생각하는 미래와 너무 다르다. 그리고 그 예측에는 중요한 측면이 있다. 바로 AI 혁명을 근대의 연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근대를 극복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가는 것으로 볼 것인가 하는 측면이다. 왜냐면 사람들이 흔히 그리는 미래란 바로 근대화가 극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19세기가 20세기로 변해가는 모습의 연장에서 21세기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똑같아지고 표준화되는 근대화가 더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태를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걸 이렇게 생각해 보자. 왜 우리는 그 모더니즘적인 세상을 가지게 되었을까? 우리가 가끔 낭만주의적으로 회상하는 아날로그의 세상은 왜 사라졌을까? 그건 효율성때문이다. 19세기나 20세기의 사람들도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드는 제품보다 공장제품이 더 나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같은 물건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건물들이 고풍스런 장식을 벗어버리고 철과 유리로 장식없는 매끈한 모더니즘 양식을 가지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효율성 때문이다. 한옥같은 건물은 짓는데 훨씬 비싸니까 그렇다.
그런데 AI 혁명은 이 효율성 문제를 여태까지와는 다른 식으로 해소한다. 여태까지 우리는 더 큰 시장에서 더 큰 규모로 사고 파는 것이 승자가 되는 모습을 봤다면 우리는 이제 그런 것을 경멸의 눈으로 볼지 모른다. 예를 들어 당신은 AI가 쓴 글 천편이 좋은가 인간이 쓴 글 한 편이 좋은가? 답은 여러가지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인간을 택할 것이다. 인간이 구식 방법으로 만들어 낸, 인간적 특징이 넘쳐나는 글이 더 마음에 들고 읽을 가치가 있다고 여길 것이다. 물론 인간과 AI가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비교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러면 미래는 정말 넘쳐나는 AI가 쓴 글의 시대가 될까? 사람들은 인간이 쓴 글을 좋아하는데?
아마도 그 답은 장르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사실 중심의 보고서라면 굳이 인간이 쓸 필요가 없을 뿐더러 차차 인간이 자료를 읽고 요약하는 속력이 너무 느려서 경쟁력이 정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람이 쓴 글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글은 살아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바로 AI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출판사업은 그 좋은 예다. 책을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인쇄용으로 파일을 만들고, 홍보를 위한 정보를 모으며, 해야 할 일에 대한 목록을 만드는 등 많은 일에서 AI는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결과 출판사는 제작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글을 출판하는 출판사가 살아남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여기 식당이 있다. 그곳이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심야식당에 나오는 식당처럼 예전 스타일로 유지되는 작은 식당이라고 하자. 그런 식당은 아날로그적이다. 그 식당에 로봇이 움직이고, LED 조명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아마도 그런 식당이 살아남을 방법은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AI와 로봇에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에 비해서 자영업자가 직접 운영하는 작고 특색있는 가게가 경쟁력이 밀리는 것은 싼 가격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쪽이 홍보도 잘되고, 재료도 더 싸게 들여온다. 그래서 누가 봐도 더 깨끗하고 다양한 음식을 팔고 매력적이며 무엇보다 싼 음식을 파는 쪽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되기 쉽다.
그런데 이게 소형 식당이 사라지는 이유라면 그들을 지켜낼 방법도 AI에 있는 것이 아닐까? 홍보건, 재료구매건, 식당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건 그걸 줄일 수 있는 방법이 근대적인 방법에 없다면 AI에 답이 있을 것이다. 안보이는 곳에서는 식재료 다듬기에서 간단한 요리에 이르기 까지 만능조리기가 도와줘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 판에 박힌 식당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이 남아있는 식당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식당들이 살아남을 길이 그럴 때 존재할 것이다.
AI는 작은 업체에게 큰 힘을 준다. 큰 업체의 기준을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수로 보면 그렇다. 인간이 하는 일을 AI가 대체하면 인건비는 줄어들면서 더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다. 이게 안되었기 때문에 근대에는 작은 업체들이 점차로 사라져갔다. 규모가 커질 수록 인건비가 오히려 싸진다. 맡은 일에 전문화된 인력의 생산성이 좋기 때문이다. 이런 인건비의 한계로 결국 작은 업체들은 수지를 맞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AI가 발달하면 상황이 반대가 된다.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큰 시스템을 가진 조직은 그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점점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지출은 줄어들지 않는데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이건 인건비의 문제만도 아니다. 사람이 들어간 조직은 빠른 변화가 불가능하다. 그 조직의 부품이 사람이기 때문에 조직이 크게 변화하면 부품으로 있는 사람이 그걸 쫒아올 수가 없다. 빠르고 복잡한 세상에서는 작고 강한 조직이 더 경쟁력이 있다. 이때문에 실제로 이미 많은 기업들이 AI로 인해서 인력이 덜필요해지는 시대를 전망하면서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다. 일단 사람을 뽑고 나면 그 사람을 그만두게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는 훨씬 더 많은 1인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이 매우 복잡하고 개성적인 사업을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철도의 시대에는 모든 것이 철도역 앞에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화기나, 네비나 자동차는 가게로 하여금 위치에 더 자유로워지게 만들었다. AI가 만드는 변화는 그와 비슷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뭘 원하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예가 근육이라고 생각한다. 100년전 사람들은 기계가 발달하면 사람들이 걸어다니질 않아서 팔다리가 가늘어질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사람들은 근육질의 몸을 좋아한다. 그래서 문명이 발달한 21세기를 보면 기계를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부자들일 수록 오히려 몸이 근육질이고 좋다. 좋은 걸 먹고, 좋은 몸을 만드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방이 체육관이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숲에서 살던 수렵채집인 시절과 다른게 없다. 우리는 할 수만 있다면 그때처럼 살고 싶을 것이다. 그게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기술이 발달할 수록 우리는 더 자연적인 환경을 유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이 표면에 들어나지 않아서 마치 수렵채집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살아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그리는 미래란 어쩌면 진짜 미래에 도달하지 못한 하층민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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