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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정답을 주는 AI, 시야를 넓히는 AI

by 격암(강국진) 2026. 7. 4.

구글의 notebooklm이라는 서비스를 쓰면 내가 제공한 자료에 대한 멋진 발표용 슬라이드를 얻을 수가 있다. 글 한편을 주면 구글의 AI는 매우 훌룡한 슬라이드들을 만들어 주는데 자료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뛰어나고 물론 그래픽이 뛰어나다. 내가 개인적으로 혼자 파워포인트같은 걸 써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나는 notebooklm으로 실제 발표를 할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 그런 슬라이드는 수정이 어렵다. 매우 훌룡한데 조금만 고치면 될 것같은데 그게 안된다. 그리고 AI를 써서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발표자료를 만들면 흔히 그 내용보다 멋진 이미지가 너무 튄다. 그래서는 발표자의 메시지가 오히려 죽는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부분을 좀 고치려고 하면 그게 안된다. 

 

이 문제는 지금의 AI들에게 보편적이다. 지금의 AI들은 정답을 도출하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주는 답은 대단할 때도 있고 엉터리일 때도 있지만 대개 인간의 마음에 쏙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될만큼 대단한 걸 만드는 경우에도 그걸 고치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고치는게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고 AI를 안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발표 슬라이드에 대한 내 경험과 비슷한 걸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이순간 많은 개발자들은 AI가 더 더 장기적으로 혼자서 일해서 결과를 뽑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AI가 밤새도록 혼자 돌아서 게임을 만들었다던가 하는 식의 사례를 자랑하고, 이게 AI가 한번에 뽑아낸 결과라면서 멋진 결과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마치 한가지 패러다임에 중독된 것같다. 그 패러다임에서 AI가 하는 일은 인간의 명령을 받고 정답을 뽑아내는 일이다. 우리는 이같은 패러다임을 OpenAI의 ChatGPT Atlas, Perplexity의 Comet, The Browser Company의 Dia 같은 AI 브라우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들은 인간이 뭔가를 찾으면 인간이 찾는 그것에 대한 정답을 주려고 한다. 말하자면 정답으로 가는 자율주행을 하는 것이다.

  

 

나는 AI를 쓰는 다른 방법도 있고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AI의 패러다임을 정답 패러다임이라고 한다면 이 패러다임을 시야 패러다임이라고 하자. 이 패러다임에서 AI는 인간을 대체하는게 아니라 보강한다. AI는 마치 웨어러블 로봇처럼 인간의 능력을 보강하지만 인간의 판단에 기반해서 움직인다. 예를 들어 내가 만든 indiebizOS의 검색 기능을 기반으로 이게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indiebizOS의 검색 브라우저는 구글의 검색창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검색창이 있고 거기에 검색하고 싶은 것을 쓰면 검색창은 당신이 찾는 것에 대한 후보들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 결과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은 뒤에서 AI 에이전트가 가지고 있는 검색도구들을 돌려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ddg같은 검색 도구를 쓰거나 네이버 검색을 하거나 구글 뉴스나 가디언 뉴스를 검색할 수도 있다. 심지어 하드디스크의 파일도 뒤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AI 에이전트는 자신이 당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개인적 사실들을 검색에 참고 한다.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 당신 어머니가 어디에 사는지를 참고할 수도 있고, 나이가 얼마고 직업이 무엇인지를 참고할 수도 있으며, 당신의 취미를 참고할 수도 있고, 당신이 무슨 주식을 가지고 있고 어떤 차를 가지고 있는 지를 참고할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정보는 당신이 스스로 AI에게 준 것이다. 구글과는 달리 indiebizOS같은 하네스는 당신의 PC에서 돌아가는 개인 소유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indiebizOS는 사용자 PC에 저장된 파일속의 정보를 참고한다. 

 

이런 개인화된 검색은 AI가 정답을 찾는 것의 첫번째 문제를 가르쳐 준다.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그 질문은 사실 암묵적인 지식의 영향을 받는다. 배고픈데 뭘 먹어야 하지 라고 물었을 때 인도 사람과 한국 사람에게 그 답은 같을 수가 없다. 질문자의 위치나 국적을 모르면 이 질문에 대한 절대적인 답이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 AI에게 종종 우리가 원하는 것의 일부만을 말한다. 그러니 AI가 그것에 근거해서 정답을 말하려는 노력에는 한계와 문제가 있다. 

 

AI가 정답을 찾는 것의 두번째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사실 사용자도 자기 질문을 혹은 가능한 미래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의 질문은 종종 진짜 답을 오히려 배제한다. 부산에서 서울로 갈려고 할 때 비행기로 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당연히 기차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부산에서 서울가는 기차표의 가격을 물을 것이다. 이럴 때 그 질문의 정답을 주는 것은 옳지만 핵심을 비껴나가 있다. 앞에서 나는 notebooklm이 만들어 주는 슬라이드를 발표에 쓸 수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 나는 발표 슬라이드를 쓸 때 한장 한장씩 순서대로 채워나간다. 그러면서 내가 쓴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서 다음 장에 말할 것을 생각해 내는 일이 많다. 즉 발표 슬라이드를 만드는 일을 시작할 때 나도 내가 무슨 슬라이드를 만들지 다 모른다. 그래서 내가 준 자료를 보고 한방에 AI가 발표 슬라이드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 문제가 된다. 아무리 멋져도 이건 내가 다시 한장 한장 만든것보다 미리 천장을 정해놓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게다가 나는 남이 만든 슬라이드를 대신 읽는 느낌으로 발표하게 될 것이다. 즉 논리의 전개가 나에게 완전히 익숙하지가 않다. 

 

그래서 indiebizOS의 검색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일단 사용자는 판의 사이즈를 정한다. 판의 사이즈는 이 판위에 올라올 수 있는 아이템의 숫자다. 예를 들어 그걸 10이라고 하면 내 질문 혹은 키워드에 대해 AI는 관련된 아이템들 10개를 판에 올려 놓는다. 정답을 하나 내는게 아니라 10개 만드는 것이다. 이건 아주 좋은 답일 필요가 없어서 경량 AI 모델을 써도 된다. 

 

그러면 사용자는 판위에 올라온 아이템들 중에서 마음에 안드는 것은 골라서 지운다. 골라서 들어가 보기도 한다.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AI는 치워진 아이템의 숫자만큼 새로운 아이템을 올린다. 이건 옷을 고르는 과정과 비슷하다. 점원이 나에게 옷 10벌을 보여주면 나는 마음에 안드는 것 5벌을 치워버린다. 그러면 점원이 나의 취향을 남은 것들을 기반으로 파악해서 다른 옷 5벌을 더 가져오는 식이다. 이 과정은 반복된다.

 

그러는 가운데 전체 판의 분위기는 바뀐다. 사용자는 아까는 괜찮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치워버린다. 그러면 AI는 더 달라진 후보들을 가져온다. 이렇게 만들어 진 판은 통째로 판도서관에 저장될 수 있다. 그러니까 수원의 빵집이라는 주제로 이리저리 빵집을 고른 판이 통째로 기록으로 남는다. 나중에 이 판에 돌아오면 이 주제에 대해 내가 골라둔 것들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간단한 과정이지만 앞에서 말한 정답 AI와는 다른 패러다임 하에서 일하는 AI를 가지고 있다. 사실 어떤 문제에서 정답은 AI가 모를 뿐 아니라 사용자도 모른다. 다만 지우고 확인하고 유지하는 가운데 사용자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할 뿐이다. 어쩌면 그 새로운 것이 더 마음에 들지도모른다. 정답을 주려는 AI는 인간의 시야를 점점 좁게 만든다. 왜냐면 그건 가능성을 줄이는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이건지 저건지 모를 때 이거라고 말해주는 것이 정답 AI의 임무다. 그런데 indiebizOS의 검색 브라우저는 계속 가능성을 더 늘린다. 판의 사이즈 만큼 빈칸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든다면 정답 AI는 간단한 줄거리를 주면 아주 멋진 장편 AI 영화를 만들어 준다. 시야 AI는 그게 아니라 10편을 만든다. 사람이 그 중에서 9편을 잘라내면 1편이 답이 되는게 아니라 9편을 다시 만들어서 다시 10편을 채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영화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답이 있는 경우도 있고 그것들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 있는 경우 정답을 찾는 문제는 대개 쉬운 문제다. 많은 경우에는 그리고 중요한 경우들에서는 사람의 질문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자신도 뭘 원하는지, 뭐가 가능한지 모른다. 그럴 때는 훨싼 열린 마음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결정과정에서 인간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도구는 인간의 시야를 가리기 보다는 시야를 넓혀줘야 한다. 단순히 AI 모델이 더 좋아지는 걸로는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이건 같은 AI 모델을 어떻게 쓰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답 AI 패러다임에만 너무 빠져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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