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만능 AI를 추구한다. 그런데 그런 AI가 실제로 나오는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AI를 쓰는 방식은 여러가지다. 예를 들어 검색 엔진이 AI를 사용하고, 슬라이드나 글을 편집하는 소프트웨어가 AI를 사용한다. 그림이나 음악을 만들기 위해 AI를 쓰기도 하고, 메신저나 이메일 소프트웨어나 일정관리 소프트웨어가 AI를 쓰기도 한다. 다시 말해 현실적으로 우리는 기존의 온갖 일자리에 AI를 집어넣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무시되고 있는 일이 있다. 오늘날 누가 어디에 AI를 집어넣는가 하는 것은 대개 업자의 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식 정보 소프트웨어가 AI를 포함한다면 그건 주식 정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가 그렇게 하는 것이다. 메신저가 AI를 포함한다면 그것도 AI 회사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적어도 대개의 경우는 말이다.
이것은 당연해 보일지 모르지만 몇가지 사실을 생각하면 의문이 들 수 있다. 첫째로 AI는 이미 코딩을 잘한다. 그러니까 AI를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꼭 전문가의 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AI가 해줄 수 있다. AI가 혼자서 앱을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둘째로 사람들의 필요는 다양하다. AI를 쓴다라는 말은 너무나 다양한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검색엔진이 AI를 사용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검색결과를 보고 AI가 뭘해야 좋을까? 이에 대해서는 개개인마다 그 답이 다를 수 있는데 그걸 구글같은 곳에서 AI에게 이러저러한 고정된 방식으로 답을 주라고 해버리면 AI의 능력은 충분히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AI 모델에게 우리가 뭘 바라는 지를 설명해줘야 한다. 그래야 AI는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해주거나 원하는 답을 줄 것이다. 이걸 제공하는 부분을 하네스라고 부르는데 이건 프롬프트니 문맥이니 루프니 하는 것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걸 매번 다시 반복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당신의 AI가 특정한 스타일로 당신만을 위한 신문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뭘 바라는지를 다 적은 후 AI에게 이런 신문을 만들어줘라고 했다. AI는 아마도 멋진 신문을 만들어 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내가 만들고 싶은 신문에 대해서 한참 설명해야 하나? 이런 경우는 자연히 그 신문에 대한 정보를 다 적어놓아서 버튼 한번만 누르면 그 신문이 반복해서 만들어 지는 앱이 훨씬 편리하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이 AI를 쓰는 것처럼 채팅창으로 AI에게 원하는 것을 물어보거나 시키는 형식만으로는 AI를 제대로 쓰기 어려운 것이다. AI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하네스와 결합되어져야 편리한 물건이 된다.
내가 만들고 있는 indiebizOS라는 시스템이 바로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거기에는 예를 들어 신문 앱이 있다. 처음에 어떤 주제의 뉴스를 어떤 식으로 모아 어떤 모양의 신문으로 만들지를 한번 정해두면, 그 다음부터는 버튼 한번으로 매일 같은 방식의 신문이 만들어진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매번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또 빈노트라는 앱도 있는데, 이것은 넓은 빈 화면에 글을 쓰다가 아래쪽 대화창으로 "이 글을 더 간결하게 고쳐줘"라거나 "이걸 PDF로 저장해줘"라고 시킬 수 있는, 글쓰기를 위한 하네스다. 우리는 신문만들기든 글쓰기든, 내가 반복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네스를 한번 박아두고 그것을 앱으로 남겨두고 싶다.
이러한 사실을 같이 생각하면 결국 우리는 개개인들이 마치 글자를 배워서 글을 쓰듯이 AI 에이전트를 써서 내가 원하는 워크플로우를 수행하는 앱을 저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이것은 한때 글을 쓰는 것이 그랬던 것처럼 전문가의 일처럼 들린다. 하지만 글쓰기가 보편화되었듯이 우리는 이것을 배워야 하고 그럴 때 우리는 AI를 제대로 쓸 수 있을 것이다. AI를 쓰는 것은 결코 3박4일동안 인간의 간섭없이 혼자서만 일해서 엄청나게 복잡한 코딩을 해내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앞서 말한 신문 앱이나 빈노트처럼, 내가 자주 하는 일 하나를 골라 거기에 맞는 하네스를 만들어 두는 작은 일에서 시작할 수 있다.
우리가 글자의 예를 들었는데 현재의 상황은 그것과 비슷하다. 마치 초기의 상형문자가 전문가의 것이었듯이 AI가 있다고 해도 적절한 하네스를 만들어 내는 일은 전문가의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새롭고 쉬운 글자가 상황을 바꾸었듯이 새로운 시스템은 상황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로컬도메인언어(DSL)이다.
DSL이 있으면 AI가 앱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일은 훨씬 줄어들고 그래서 오류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원칙적으로 AI는 하나 하나의 앱을 완전히 서로 독립적인 것처럼 저술할 수 있지만 그건 원칙일 뿐이다. 문장을 모아서 에세이를 쓰는 것과 한글자 한글자를 모아서 에세이를 쓰는 것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 indiebizOS에서 내가 쓰는 DSL은 IBL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것은 검색하고, 파일을 읽고 쓰고, 신문을 만들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일들을 미리 정해진 몇개의 단어로 표현해 둔 언어다. AI는 앱을 저술할 때 이 일들을 밑바닥부터 다시 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이 단어들을 골라 엮기만 하면 된다. 앞서 말한 신문 앱도 빈노트도 결국은 이 단어들의 조합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만든 앱에서 쓰인 표현을 다른 앱이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고, 앱을 만드는 일은 상형문자를 그리는 일보다 문장을 쓰는 일에 가까워진다. 우리가 한 글자씩이 아니라 이미 뜻이 통하는 낱말들로 글을 쓰듯이, AI도 이미 뜻이 통하는 이 단어들로 앱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앱을 저술하는 일은 소수 전문가의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배워서 하는 글쓰기 같은 것이 된다.
PC나 스마트폰이 대중적인 기기인 이유는 그것이 사용자가 사용하기 쉬운 앱의 형태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그 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AI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앱을 쉽게 다운받거나 자신의 AI에게 자신이 원하는 앱을 만들어 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어떤 앱을 보고 그 비슷한 걸 만들되 내가 원하는 기능을 더해달라는 식의 수정을 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그렇게 해서 AI에게 일일이 긴 지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내가 원하는 자리에 AI를 배치하고 그 자리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해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말했듯이 지금은 그 배치를 큰 회사들에게 의지하고 있다. 마치 문맹들이 글자를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편지를 쓰듯이 말이다.
'AI 학교, AI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가 컨텐츠를 만드는 시대의 컨텐츠 가치 (4) | 2026.07.09 |
|---|---|
| AI 비지니스에 대한 거대한 착각 (1) | 2026.07.08 |
| 정답을 주는 AI, 시야를 넓히는 AI (1) | 2026.07.04 |
|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AI (1) | 2026.06.28 |
| AGI는 그 자체가 파씨즘이다. (2) | 2026.06.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