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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필요한 건 오직 연결 (connection is all you need)2

by 격암(강국진) 2026. 7. 24.

현대 사회는 온갖 메뉴얼로 가득하다. 가장 흔한 예가 법인데 법은 사회를 살아가는 메뉴얼이고 그래서 도로교통법을 모르면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일본과 한국의 운전방향이 반대인 사실이 보여주듯이 그것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약속에 불과한 것인데도 우리는 그걸 외워야 한다. 물론 누군가는 메뉴얼을 만들고 우리 모두는 가끔 그런 일에 참여하지만 누구나 국회의원으로 입법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듯이 우리의 일은 대부분 타인이 만든 메뉴얼을 외우는 일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메뉴얼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일이 자연히 메뉴얼 혹은 사용법을 외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AI의 사용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대개 AI 서비스가 있으면 그걸 어떻게 쓰는가 하는 메뉴얼을 찾아내서는 그걸 배우는 것이 AI를 사용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챗GPT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AI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AI의 등장은 많은 시스템이 아주 빠르게 변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메뉴얼을 암기하는 것의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그게 너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 변화하는 메뉴얼을 외워야 하고, 이미 외운 메뉴얼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것은 우리가 AI의 사용법을 잘못 배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AI의 발달은 우리가 만들어진 시스템, 만들어진 기계의 메뉴얼을 외우기 보다는 직접 나에게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필요할 때마다 개선해 나가는 전략을 가치있게 만들었다. 보편적으로 모두가 쓰게 되어져 있는 시스템은 모든 가능한 상황에 다 대처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아주 복잡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내가 직접 시스템을 만든다면 나는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것만 만들 것이고 차차 필요한 걸 늘려갈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사용법을 자연히 익히게 되고 애초에 사용법 그 자체도 굉장히 간단해 지게 된다. 물론 AI의 도움없이는 이런 일은 너무 어렵고 그 관리도 너무 어렵지만 AI가 그걸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일전에 나는 가족 신문과 가족용 포털을 만든 적이 있다. 가족을 위한 신문 하나를 편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핸드폰의 사진들을 기반으로 지난 한주간의 사진들로 간단한 신문을 자동으로 만들게 하는 것은 AI가 있으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나는 그 다음에는 파일 공유 기능을 직접 만들었다. 집에 있는 가족들의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어디서나 볼수 있게 만들자 그것을 가족들끼리 그리고 나 스스로도 어디서나 보기 쉽게 되었다. 그런데 일단 이렇게 가족을 위한 서비스를 한두개 만들게 되자 나는 아예 하나의 가족용 포털 사이트를 만들어서 거기서 가족 신문도 보고, 뉴스도 보고, 공유파일들도 보게 만들며 그외에도 내가 만든 몇몇 앱들을 쓸 수 있게 했다. 이 모든 일은 내가 단 한줄의 파이선 코딩도 하지 않은 채 AI에게 시켜서 한 일이다. 

물론 세상에는 굉장히 많은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상업용은 말할 것도 없고 무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만들 걸 쓰는게 훨씬 더 만족스러울 때가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어 추천에 의해서 나는 kodi라는 프로그램을 내 PC에 설치한 적이 있다. 그 미니PC는 우리집 티비에 연결되어 있고 kodi를 쓰면 텔레비전이 가전제품처럼 변해서 우리가 가진 동영상이나 음악을 볼 수 있으며 폰을 리모컨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그런데 그걸 설치하고 리모컨을 설정하는 과정을 하다가 나는 문득 알게 되었다. 나는 이런게 하나도 필요없었다. 나는 이미 내가 쓸 공유파일 기능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웹앱으로 그 공유파일을 PC에서 열어볼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걸 다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필요한 기능을 AI에게 부탁해서 만드는 것이 kodi를 설정하는 것보다 간단하며 필요하면 뭐든지 더할 수 있다. 나는 kodi를 사용하는 법을 익힐 필요가 없었다. 

물론 우리는 미래에도 남이 만든 것을 쓸 것이다. 메뉴얼도 공부할 것이다. 하지만 AI로 스스로를 위해서 만든 시스템을 쓴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든다. 예전에는 이건 어떻게 하는거지라는 질문이 메뉴얼은 어디에 있으며 어느 부분에 설명이 나오지라는 질문이었는데  지금은 무엇과 무엇을 연결해야 할까? 라는 질문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앞에서 든 포털이나 공유파일의 예는 우리가 가진 데이터와 나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라는 질문이었다. 우리가 아이디어와 연결의 욕망이 있으면 구현은 AI가 해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게 점점 쉬워진다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가 이미 만들어 낸 시스템이 바탕이 되고 그 위에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집에는 많은 낡은 컴퓨터가 있다.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이지만 제대로 쓰기에는 너무 기능이 제한적이다. 이젠 OS 업데이트도 안되는 컴퓨터다. 그런 컴퓨터들을 전문가가 최적화하면 그래도 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텍스트나 동영상 뷰어로는 여전히 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지만 AI는 전문가다. 문제는 그런 컴퓨터들은 AI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깔기에는 사양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클로드 데스크탑 같은 프로그램이 깔리지도 않거나 너무 힘들어 한다.  

여기서의 문제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이 깔려 있지 않은 PC와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것이다. 일단 연결이 되면 AI 에이전트는 컴퓨터 전문가로 PC를 진단하고 설정을 해주고 프로그램도 깔아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 AI와 상담을 좀 했는데 최종적으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지금 쓰는 메인 컴퓨터에 깔려 있는 AI 에이전트를 헬퍼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 낡은 PC에 연결하는 것이다. 이건 원격 PC 접속기술이라서 그렇게 새로운 건 아니다. 다만 사람이 원격접속을 하는게 아니라 AI가 그렇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헬퍼 프로그램을 가진 USB를 원하는 PC에 꼽고 폴더를 열어서 헬퍼를 실행시킨다. 그러면 그 PC가 내 메인 컴퓨터에 연결된다. 내 경우에는 이미 내 스마트폰에서 내 메인 컴퓨터의 AI 에이전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나는 USB를 꼽고 헬퍼를 더블 클릭하고 나서 스마트폰의 창을 열어서 이 PC를 진단해줘라던가 이 PC에 kodi를 깔아줘라고 명령을 내리면 내 AI 에이전트가 그걸 실행한다. 아주 간단하다. 

간단하지만 이 연결은 내게 강력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이제 어느 컴퓨터건 그냥 USB를 꼽고 클릭만 하면 내 AI 에이전트가 그 컴퓨터를 분석해 줄 수 있다. 그 PC에 미리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 건 없다. 그리고 내 AI 에이전트는 물론 컴퓨터의 최고 전문가이다. 

중요한 건 연결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걸 구현하는 것을 AI가 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는 그 상상이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당연히 거대 소프트웨어 회사가 내가 하는 걸 못하는 건 하나도 없지만 그들은 그들의 이유가 있어서 우리가 만드는 것을 만들지 않거나 만들지 못한다. 기술적으로 내가 만든 헬퍼 프로그램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AI 에이전트를 이렇게 다른 PC에 연결하는 일은 내가 찾아본 바 아직 사례가 없다. 그 이유는 AI 에이전트 자체가 최근에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을 해보지 않은 것이다. 연결을 상상하지 않고 옛날 방식으로 AI를 쓰는 것이다. 

내 데이터를 나와 연결하고, 내 PC를 내 AI 에이전트에 연결하고 그 다음에는 뭘 연결해야 할까? 연결이 하나 하나 열릴 때마다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 그것은 남이 만들어준 메뉴얼들을 외우는데 시간을 쓰는 사람들로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일 것이다. AI 시대는 연결에 대한 시대이고 그 연결의 구현은 일부 엔니지어나 리더의 일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일이다. 사람들은 엄청난 슈퍼 AI가 나오면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AI 시대의 일은 어쩌면 주로 그 연결의 지도를 그리는 것에 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즉 우리가 연결을 상상하면 그것이 AI 시대가 가지는 새로운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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