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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무분류 임시

사이버 인격체

by 격암(강국진) 2007. 12. 17.

2007.12.17

여기 엄청나게 능력있는 로봇 비서가 있다고 하자. 이 비서는 당신의 생활계획을 짜주고 필요한 물건을 싸고 빠르게 사주며 당신의 인간관계도 정리하고 관리해준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나 친구생일이면 당신에게 기억을 상기시켜주거나 편지를 보내고 당신의 업무에 필요한 정보며 당신이 좋아할 것같은 뉴스따위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비서가 싼 값에 시장에 나온다면 이 비서를 사서 쓰지 않고서는 당신은 도저히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생활의 효용성이 너무 틀려지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핸드폰이 그랬다. 차타는게 싫어도 핸드폰이 싫어도 그 효용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너무 강력하게 저항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밀려날 뿐이다. 결국 싫어도 우리는 차를 타고 핸드폰을 써야 하도록 압력을 받게 된다.

 

이 비서의 문제는 뭘까. 이 비서는 당신에 대해 너무 잘 안다는 것이 문제다. 그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흘러가면 그는 거의 당신을 조종할 수있게 된다. 당신의 약점이며 욕망이며를 전부 파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봉급수준과 당신의 기념일을 알고 당신의 과거 선물구매 패턴을 알면 적당한 순간에 적당한 것을 당신에게 들이대는 것이 훨씬 쉽지 않을까? 당신의 정보를 위험한 사람들에게 팔아넘기면 당신은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가. 우리는 이미 회원정보를 팔아넘기거나 이멜주소를 수집해서 팔아넘기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개인은 두가지 모순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하나는 당신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다. 신용과 투명도를 위해서다. 투명해야 우리는 빠른 거래를 할수 있다. 그것은 경제적 이득으로 돌아온다. 당신의 정보를 어디에도 남기지 않는 방법은 모든 서비스를 쓰지 않는 법 뿐이다. 또하나는 물론 스스로를 보호해야한다는 요구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가할수 있는 압력은 종종 정보에서 나온다. A는 B의 행동방식에 대해 잘 이해하는데 B는 A에 대해 그렇지 못하면 자연스레 A는 B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당신이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 않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숨겨야 한다.

 

이 두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정보모순이다. 해마다 온라인 거래액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G마켓이나 옥션같은 곳은 1조대이상의 연매출액을 보이는데 G마켓의 경우는 한해동안 매출액이 무려 4-5배씩 커지고 있다. 이제 수십만원짜리 물건을 온라인에서 사는 것은 일상사가 되어 있다. 사람들은 흔히 물건을 매장에서 보고도 다시 집에와서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몇년안에 우리는 짜장면 한그릇도 인터넷을 통해서 주문하게 될지 모른다. 몇년후면 전화와 인터넷 통신이 완전히 융합할지 모른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한 정보통신은 더 커다란 정보관리의 모순을 가져온다.

 

이같은 변화는 세계최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말엽에서 20세기 초엽 세계최초로 대륙간 통신케이블이 깔리면서 세계경제는 세계화되고 그시대 사람들은 마찬가지의 신용문제를 겪었다. 우리는 이제 지구반대편 사람과의 무역에 익숙하지만 지구반대편에 가본 사람이 거의없던 시대에 무역이란 어떤 신용에 기반해야 하는 것일까. 단한번의 신용사고로 당신은 당신이 가진 모든것을 잃어버릴수 있다면 거기에 금광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뛰어들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누굴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전에없던 새로운 인간이 태어났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소유자의 책임을 유한한 것으로 만들었던 존재. 그것이 법인이다. 법인은 인간이 아닌데도 인간과 같은 지위를 보장받는다. 그리고 법인의 강점은 인간과 비지니스를 분리함으로 해서 인간을 공개하는것이 아니라 법인을 공개하라고 할수 있다는 점이다. 즉 법인은 개개인에게 명령하기 힘든 보다 강한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따라서 시장은 빠르게 인간과 인간의 거래시장이라기 보다는 법인과 법인의 거래시장으로 바뀌어 갔다. 우리는 개개인과 비지니스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법인과 거래하는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법인은 보다 투명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인이라는 것은 오늘날의 정보모순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1인으로 이뤄진 법인이라면 법인과 그 1인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나 개인의 정보를 숨기기 위해 법인을 설립해서는 너무 번거롭거나 도움이 안된다. 오직 커다란 부자만 그런식의 방법을 쓸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법인과 비슷한 가상인격체가 탄생하는 것을 곧 목격할 것이다. 가상인격체는 법인이 그러하듯 독립된 인격체가 된다. 법인의 소유주와 법인 자체는 분리된다. 마찬가지로 가상인격체의 권리와 의무는 그 소유주인 자연인이 가지는 권리와 의무와 분리되며 하나의 자연인이 여러개의 가상인격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이것은 회원제 사이트의 회원아이디와 같은 것이다.

 

물론 큰 차이는 있다. 가상 인격체는 그 설립과 해산에 대해 훨씬 엄격한 규칙을 적용받고 중앙 신용기관의 보증이 필요할 것이다. 그냥 만들고 그냥 사라질수는 없다는 뜻이다. 또한 가상 인격체는 훨씬 엄격한 정보공개를 요구받아 그 신용을 보증해야 한다. 다만 가상인격체가 파산해도 그 빚이 자연인에게 까지 오지는 않는다. 이것이 정보모순의 해결책이다. 미국에서는 세컨드 라이프라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인기다. 실상 세컨드 라이프는 내가 말한 것들을 현실화하고 있다. 분명 세컨드 라이프류의 프로그램은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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