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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무분류 임시

본성에 대하여

by 격암(강국진) 2007. 12. 11.

예전에 유럽과 한국을 비교하며 새로운 컴퓨터가 나오면 바로 제품을 바꾸는 한국사람들과는 달리 유럽사람들은 필요하면 바꾸는 합리성과 검소함이 있다며 그걸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 IT산업이 성장하자 한국인들의 진취성이 칭송된다. 이제 세계 최첨단 제품을 보고 싶으면 한국시장을 봐야 하며 그것은 새로운 것을 써보고자하는 한국인들의 진취성때문이다는 것이다.

 

조선이 망하자 유교가 나라를 망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을 살린것도 유교전통이다. 지금돌아보면 한국전쟁후 한국이 발전한 가장 큰 원동력의 중의 하나가 교육열풍이다.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나 노후자금따위는 전혀 남기지 않고 밤을 지세워 야근을 하더라도 자식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 전통이란 나라마다 다있는게 아니다. 선진국에도 없다. 이는 유교전통속에서 부모자식간의 유대가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부모와 자식은 공동체로서 외국에서보다 더 강하게 결합되어져 있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믿고 모든것을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돌로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없는 것은 돌이 딱딱하고 무겁기 때문이다. 돌로 집을 지을수 있는 것도 돌이 딱딱하고 무겁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본성을 가르켜 그것을 약점이라고 말하고 또 장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다른 나라를 가르켜 그 장점을 배우고 약점을 피하고자 하지만 많은 경우 그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전통을 버리고 가짜 미국, 가짜 일본, 가짜 유럽이 되고자 할때 우리는 타고난 장점도 남의 장점도 가지지 못한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변화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변화란 사실 대개는 겉표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본질은 잘 변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한국인으로 태어났고 한국인으로 살다가 한국인으로 죽을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건 말건 말이다.

 

이것은 개개인에 대해서도 참이 아닐까. 왜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하는가. 나의 본질을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의 천명이란 무었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잘하지 못하는 것에 아둥대고 사는 것이 잘하는 것인가. 스스로를 반성할 때 우리는 위에서 말한 같은 잘못을 범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남의 장점을 배울 수 있는가. 우리의 약점이라고 말하는 것이 실은 우리의 강점이 아닌가. 우리가 우리자신이 되지 못하고 제2의 누군가가 되려고 할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되는가.

 

우리가 왜 자유로울 수 없는가. 그것은 누군가의 생각대로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로 태어나서 나로 살고 나로 죽는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그것을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말이다. 내부의 중심이 굳건하면 잔고민이 없어지고 내 앞에 길이 저절로 보인다. 아니 비로소 내 앞의 길이 보일 것이다. 그 길이란 내 본성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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