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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라이프 스타일과 주택설계

by 격암(강국진) 2008. 5. 13.

2008.5.13

전에 일본의 주택전시관에 다녀왔던 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주택전시관의 여러집을 둘러보면서 단순히 면적과 호화로운 인테리어, 설계기술을 넘는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것은 투자의 대상으로서의 주거공간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또는 인생철학이 있는 건축이기 때문이라는 걸 최근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사각형의 땅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땅에 여러분이 맘대로 방이며 거실이며 부엌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공간을 활용하고 벽을 세우는 것에는 여러분의 라이프 스타일, 여러분의 개인적 취향이 들어가게 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일본사람들 처럼 뜨거운물에 목욕하고 맥주한잔 하는 것을 즐긴다면 목욕탕을 나오고 어디에 앉아서 뭘할까를 생각하게 될것입니다. 아늑한 차를 읽거나 책을 읽을 공간을 원한다면 지붕이나 테라스 설계가 다르게 될것입니다. 아이들이 물건을 어지럽히면서도 소음이 빠져나오지 않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젊은 부부들은 그걸 좋아할것입니다. 탁트인 높은 지붕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서 이런 집의 차이를 그저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같은 설계로 대량생산해서 짓는 아파트가 잘나가는 나라니까 이런 것이 아닌가하고 말할 수 있으며 한국에도 분명 아름답고 멋진 설계의 집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일본이 한국보다 낫다던가 그런집들이 한국에도 있다 없다를 논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냥 우리들의 집을 둘러보자고 말할뿐입니다.

 

우리가 사는 집에는 우리의 인생철학과 라이프 스타일이 있습니까? 아니면 집이란 본래 그저 잠이나 자는 곳일뿐입니까? 방안에서 창가에 의자가 하나있는가 책꽃이가 하나있는가가 알게모르게 커다란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심지어 쿠션하나 있고 없고가 우리삶에 커다란 차이를 줄 수 있습니다. 그곳은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며 우리는 알게모르게 빵틀에서 찍혀나온 붕어빵처럼 우리의 집이라는 환경에서 스스로를 만들어 내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을 우리가 만들것인가 우리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질까 하는 문제입니다.

 

실은 이것은 단순히 집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우리는 가족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어떤 대화를 하면서 삽니까. 가족과 친구란 나의 개인적 환경입니다. 의지를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환경이 우리의 성격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동네에 꽃이 얼마나 있는가 우리 도시에 산책로가 있는가 없는가 우리나라는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엔 인생철학이 있습니다.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때 환경들이 우리의 인생철학을 만들어낼것입니다. 신경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보잘것없는 보기흉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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