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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일본과 한국의 집구하기

by 격암(강국진) 2008. 6. 25.

2008.6.25

일본에 와서 깜짝 놀란게 하나 있다. 그건 집구할때 시끼낑이란 것과 레이낑이란것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집구할때 보증금조로 얼마를 내면 집을 수리해야 할 경우 그보증금에서 돈을 빼는 경우가 있다. 이게 말하자면 시끼낑이니 이건 그래도 이해할수 있다.

 

레이낑이란 집주인한테 그냥 고맙다고 내는 돈으로 그냥 없어지며 집이 그대로라도 돌려받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시끼낑에 해당하는 보증금이 있지만 레이낑이란 말도 안된다. 그래서 일본에는 이사자주하는 부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초기 이주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몇달만 산다고 들어갔다가는 월수로 나누면 어마어마한 돈이 된다.

 

한국에는 레이낑이 없는 것을 넘어 아예 전세계에 유일무이한 전세제도가 있다. 심하면 10억짜리집을 2억내고 전세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한국에선 집값은 무조건 상당히 빨리 상승한다라는 전제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즉 한국에선 몫돈의 값어치가 소중한 것이다. 몫돈이 있으면 그래서 비싼 아파트를 사면 그 아파트 가격이 빨리 오른다. 그러니까 집값의 반의반정도만 내고라도 들어와서 살라고 하는 것이다.

 

전에는 월세가 거의 없다시피했는데 이젠 월세가 생겨나고 있다. 이말은 뒤집으면 한국에서 부동산으로 돈만들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몫돈을 쥐고 있어도 뭘할지 확실치 않다는 이야기로 전처럼 최대한 빌릴수 있는 만큼 빌려서 집을 사지 않는다.

 

전세제도가 서민을 위한 좋은 제도라는 의견이 있으나 나는 좋은제도인지는 모르겠다. 얼핏생각하면 비싼집을 싸게 들어가서 살수 있는 제도니까 그런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전세제도가 한국의 부동산 가격상승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걸까. 전세제도 때문에 사람들은 집값의 절반정도만 있으면 집을 살 수가 있다. 3억짜리집인데 전세가 1억5천하면 사람들은 전세끼면 1억5천이면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가능성이 1억5천하던 집을 3억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은행이 대출팍팍해주는것도 모자라 전세제도가 돈을 빌려주면서 사람들에게 집사라고 부추킨다. 이런 환경이 있기에 집값은 팍팍올라갈수 있었던 것이다. 전세주고 빚좀 내고 하는 식으로 계산하면 집값의 2-30%만 가지고 집을 사는게 가능하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대박의 꿈을 꾼다.

 

전세제도는 일종의 사금융이다. 집을 사용하는대신에 돈을 집주인에게 빌려준달까. 그러니 금융사고의 위험 즉 전세금을 못돌려받는 사고가 종종 생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것이다. 이래도 전세제도가 서민을 위한 제도일까? 이건 정규금융이 역할을 못하니까 겟돈을 모으는 계를 하는 이유와 정확히 같은거 아닌가?

 

5년전 우리형님이 월세집에 산다고 하니까 어머니는 펄쩍뛰면서 빨리 전세집으로 바꾸라고 성화셨다. 만약 월세로 사는 것이 전세로 사는것보다 비교우위라는 생각이 퍼지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전세제도는 유명무실해 질것이다.

 

부동산 거품붕괴와 전세제도는 서로 맞물리는 관계다. 부동산가격이 안정되면 전세값이 집값에 근접하지 않는한 경제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되는데 물론 전세값이 그렇게 올라가면 전세제도는 유명무실해 진다. 전세제도가 유명무실해지면 집을 쉽게 사기 어려워 진다. 집을 쉽게 사기 어려워 지면 부동산값은 더더욱 떨어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일본에서 집구할 때 돈이 많이 드는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일본에서는 집값이 크게 상승할 것을 기대하지 못한다. 오히려 집값은 집이 낡아감에 따라 떨어진다. 따라서 똑같이 10억의 집이라고 할때 한국에서는 그 집값이 올라갈거라는 기대때문에 집세가 싸진다. 일본에선 그렇지 않으므로 집세가 비싸다. 월세사는 사람이 나가면 한동안 집을 비워두고 있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집주인은 단기세입자에게 불리하게 가격을 매긴다. 그것이 레이낑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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