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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대범한 한국인, 소심한 일본인?

by 격암(강국진) 2009. 8. 26.

2009.8.26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한국인과 일본인을 비교하면서 한국인은 대범한 반면 일본인은 소심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같습니다. 실제로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저는 몇번 일본에 대해 놀랄 때가 있었는데 그 경험은 소심한 일본인이라는 표현에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분배는 작은 동전 단위까지.

 

하루는 아내가 유치원 부모 모임에 나가서 밥을 먹고 왔습니다. 밥을 먹고 나자 전체 인원수로 계산서를 나눠서 돈을 지불했습니다. 예를 들어 10명이 갔는데 계산서가 만 5천 50엔에 나왔다고 하면 1인당 천오백 오엔이 되겠지요. 한국 사람같으면 의례 대충 나누고 5엔단위의 돈때문에 생기는 것은 누군가가 내버립니다. 

 

일본이라고 해서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만 일본에서는 대충 계산하는 것이 예외적인 것입니다. 대개는 엔단위까지 나눠내는데 익숙합니다. 돈을 내고 나니 한 아줌마가 5백엔짜리 쿠폰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계산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일일히 50엔씩 돌려줍니다. 이런게 일본인입니다.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일본인

 

일본에 온지 얼마 안되어 일본인들과 술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열명정도의 사람이 가는 것인데 술먹으러 가기전에 간사를 선임하더군요. 그리고는 장소와 예산을 결정해서 통보해 줍니다. 무슨 학회를 하는 것처럼 거창하게 해서 놀랐습니다. 모이면 그저 술을 마실뿐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간단히 결정할 수도 있을 것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정도 문제이기는 하나 일본인들은 대개 어떤 일을 상당히 오랜기간을 두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합니다. 작은 일 하나하나까지 따지고 생각해서 결정하는 모습을 보면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일제 물건들이 생각이 납니다. 비약은 없으나 세세함과 치밀한 개선이 돋보이는 물건들이 일본물건의 특징입니다. 

 

반대로 이런 면은 변화가 빠르고 극심한 시대에는 적합해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최근에 일제 전자제품의 신화가 퇴색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디카가 달린 핸드폰같은 시장에 과감히 뛰어드는 면이 일본에는 좀 적어보입니다. 

 

한국에서의 경험

 

한국에 오거나 한국 사람과 식사를 하거나 한국의 가족들과 야유회를 기획하다보면 일본인과 한국인의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일단 계획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인들도 물론 아주 중요한 일에는 계획을 세우겠지요. 그러나 칠순잔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펜션여행으로 전체 가족이 여행을 가는데 어떻게 갈 것인가 같은 일에 있어서도 정도문제겠지만 한국사람은 거의 닥치면 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돈을 분배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확실하게 분배하는 것이 거의 모욕이라고 느낀다고 생각될 만큼 대충 분배하고 대충씁니다. 이것은 물론 장점도 있겠습니다만 단점도 큽니다. 대충 렌트비는 내가 낼테니 외식비는 네가 쏴라는 식으로 움직이면 둘중의 하나의 일이 생깁니다. 하나는 계획이 없으니 계속 예산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예상보다 돈을 많이 쓰는 것입니다. 외식은 내가 담당했으니 외식은 크게 쏜다는 식으로 허세를 부리게 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실상 한국과 일본의 차이이기 이전에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사람들과 대단히 다릅니다. 그러나 이런 금전적인 문제에 있어서 그 태도는 미국과 유럽과 일본은 모두 비슷합니다. 이런 문제는 민족적 정서와 연결되어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기 쉬워 조심스럽습니다만 위에서 거론한 차이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지방사람들이 서울 사람들 비판할 때 하는 소리와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골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을 가르켜 종종 소심하고 쩨쩨하다고 합니다. 시골로 갈수록 니것 네것을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획도 없고 제대로된 분배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울사람들이 보기엔 터무니 없어 보이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게 더 좋은 것인지는 모르나 소위 발달된 사회에 산다는 것은 소달구지 몰다가 자동차 몰고 제트기 모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소달구지는 대충 몰면되고 정교함이 필요없지만 백키로 이상으로 달리는 자동차는 교통법칙을 정교하게 지키지 않으면 대형사고가 납니다. 시골과 비교하자면 여러가지로 돈과 물건과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에서는 정교하게 규칙을 정하고 지키지 않으면 사기꾼이 등장해서 엄청난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한국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부자 나라 반열에 진입한 나라인데도 대충 대충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하는데 있어서 모든 것을 소심하게 하는 것이 매력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도 계획없이 떠나는 여행이 좋고 복잡하게 내것 니것 따지지 않고 만날수 있는 사람이 더 좋습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그렇다면 문제입니다. 

 

대충 대충하는 것이 나에게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남에게는 피해를 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은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말하는데에 익숙합니다. 그러니까 게이에게 모욕을 주지 말아야 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하고 하는 식의 금기를 지키는데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대충대충 말하다보면 나는 별 의도가 없었는데 가난하거나 지위가 낮거나 못생기거나 뚱뚱하거나 여자에게 인기가 없거나 자식이 공부를 못하거나 고급차나 고급아파트를 가지지 못하거나 학벌이 높지 않는 사람에게 상처를 줍니다. 나는 한국 사람에게 상처를 입어 한국 사람모임에는 가지 않는다는 한국 사람들을 외국에서 아주 자주 만났습니다. 

 

언제나 소심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범할때는 대범하다가도 소심할때는 소심할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 못할때 가정과 직장과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는 별로 잘못한게 없는데 자꾸 일이 꼬인다는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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