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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슈퍼 슈퍼마켓 (SSM)에 대한 일본에 사는 사람의 느낌

by 격암(강국진) 2009. 9. 7.

머릿말

 

한국에서 SSM에 대한 논의가 시끄럽습니다. 찬반논쟁이 있지만 사실 반대논리라는 것은 이마트같은 SSM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다기 보다는 소규모 상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SSM이 시장을 독점하고 나면 지역의 자금이 서울로 이탈한다던가 독점의 결과 납품업자와 소비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고착화될것이라는 지적정도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SSM을 반대하는 목소리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주변에서 상점을 하지 않는 한국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온도차는 확연합니다. 자기 집주변에 SSM이 생긴다고 하면 그런거 왜 생기냐는 일반인들은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변해가는 것일까요. 일본에서의 경험이 그걸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일본의 현실

 

이런 SSM에 대한 논의는 저에게 어떤 기억을 상기시켜 줍니다. 일본에 4년전에 왔을때 일본이란 사회가 한국과 차이나는 가장 큰 것중의 하나가 바로 전국적 체인 기업들이 일본에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기차역앞에는 대개 여러가지 가게들이 있는 상가가 있는데 일본은 전국 어디를 가나 이것이 비슷하다고 할정도로 체인점이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제 겨우 슈퍼마켓만 가지고 말하지만 술집에서 라면집, 편의점, 음식점, 커피점등이 모두 체인으로 역앞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역앞의 풍경이 상당히 비슷한 것입니다. 

 

오늘의 화제인 대형 슈퍼마켓에 대해 말해 봅시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곳이 몇군데나 있습니다. 이토요카도나 서미트, 슈퍼밸류라고 불리는 곳들이 있고 도보로 가기는 불가능하지만 차로 가면 멀지 않은 곳에 저스코와 에온이 결합된 커다란 쇼핑몰이 있습니다. 일본은 말하자면 SSM이 세워지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보는 듯합니다. 앞에서 본것처럼 SSM 뿐만 아니라 다른 기타 분야에 까지 기업형 체인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같은 추세가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한국의 풍경은 짧은 기간내에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존 상인들의 경쟁력이 가지는 문제

 

기존상인들이 겪을 문제들은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변화하는 추세는 뒤집어 질것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크게 가속화되기 쉽상이라고 봅니다. SSM이 성공하면 체인사업에 더욱 많은 자본이 진출할것입니다. 

 

저는 기존 상인들의 제일 큰 문제가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거래도 대충 대충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충 진열이 흐뜨러져 있고 청결도가 문제가 되도 대충 대충 가게를 운영합니다. 손님접대도 대충 대충하며 손님들에게 뭐가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도 대충합니다. 나는 대충 물건을 팔테니 당신도 대충 사가시오 하는 식입니다. 그걸 가르켜 기존 상인들은 지역인간의 정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도 틀리지는 않습니다만 현재대로라면 그것으로 과연 기업적 합리화와 경쟁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SSM은 중앙에서 직원교육이나 매장 운영에 대해 지침을 정하고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품이나 불만이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SSM쪽이 고객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같습니다. 그러면서 생존권을 주장하지만 사실 그런 논리는 반박되기가 워낙 쉬운 것이라서 전체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라도 변화를 막을 힘은 없어 보이는 것입니다. 

 

자본의 지역이탈이라던가 독점의 폐해 같은 논리도 역시 충분히 강해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요? 일본에서는 SSM 말고는 상점이 없고 체인이 아니면 가게도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미래와 희망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든파이브와 청계천 상인

 

가든파이브 입점문제가 요즘 시끄럽습니다만 가든파이브 설계의 문제점내지 위선적 태도는 영세한 상점들의 미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거나 오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재래시장 구석에서 도라지며 고사리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 할머니가 비까번쩍한 백화점같은 건물에다가 비싼 진열대며 인테리어를 들여놓고 도라지 고사리를 팔 자본이 있을까요? 자본이 있어서 판다고 한들 과연 그런 건물에 오는 사람이 그런데서 도라지나 고사리를 살까요?

 

청계천 장사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거꾸로 청계천 상가가 허름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뜻밖에 싸고 좋은 상품을 얻을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그런 낡은 거리를 보려고 청계천으로 갔던 겁니다. 어영부영 깨긋한 상점에 가느니 차라리 인터넷 쇼핑을 하는게 훨씬 믿을만하죠. 좋은 가게를 보면 그런 가게를 운영하는 운영비가 물건값에 포함되었을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싸구려 물건 사면서 그런 생각을 하면 별로 납득이 안갑니다. 그런데 청계천상가를 가든파이브 백화점 건물로 바꿨으니 청계천 상인들이 거기에 갈 돈도 없으며 가봐야 분위기가 전혀 부적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싼 호떡을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파는 모습이랄까요. 

 

일본 상인들이 살아 남은 방법들

 

제가 본 방식중에서 일본 상인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3가지 정도가 있는 것같습니다. 첫번째는 낡은 것을 그대로 유지해서 관광명소화 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에는 아주 여러군데에 이런 전통거리가 있습니다. 전통거리라고 하지만 에도시대같은 옛날 분위기를 유지한 곳도 있고 해방이후 196-70년대의 풍경을 유지한 곳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남이섬에 이런 가게가 있는 것을 봤는데 옛날 싸구려 물건들을 팔고 진열해 놓았기 때문에 그 옆에 어울리는 장사들도 옛날 식인 것이죠. 

 

두번째 방식은 한국 상인들이 강조하는 정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이런 가게는 거의 회원제로 운영되다시피 하는 것같습니다. 이말은 이 가게는 그냥 그 동네의 몇몇 사람들이 매일 같이 시간을 죽이러 찾아드는 사랑방 같은 곳이 된다는 말입니다. 커피숍이나 우동집이나 단골손님에게 사활을 겁니다. 이런 작은 가게는 설사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우 몰려와도 곧 사라질 뜨내기에게는 관심이 적습니다. 단골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하는 가게가 되는 겁니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하루종일 앉아있고 심지어는 말상대가 없으니 말하려고 오는 손님도 많은 것같았습니다. 커피값이나 우동값이라기 보다는 상담료를 받는 것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런 가게에서는 메뉴에 없는 주문도 최대한 편의를 봐줍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 중에는 이런 서비스를 하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정이 있는 장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은 것같습니다. 이런 방식의 가게운영은 그리 쉽지 않아서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일본에는 가게를 돈을 벌기 위해 하기 보다는 그저 하던 일이니까 계속한다는 장인정신비슷한 심정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식이 아니면 이 정을 중시하는 가게 운영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 방식은 고급화, 차별화하는 겁니다. 체인점은 아무래도 대중적이니까 훨씬 더 고급의 식재료와 솜씨를 부리거나 어떤 상품들에 특화함으로서 차별화해서 살아남는 것입니다. 전문점이 되는 것이죠. 한국에서 이런 전문점의 시장이 어느정도 되는지는 잘모르겠으나 슈퍼같은 업종은 이런게 쉽지 않으리라봅니다. 한식식당같은 곳은 이런게 가능하겠죠. 

 

맺는말

 

일본이라고 해서 소상인들이 많이 살아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거대 체인들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살고 있다고 해야 할것입니다. 일본 사회가 이러니까 그게 당연하다고 말하거나 그게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정부분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좋건 나쁘건 선진국으로 나라가 변하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표준화, 대형화가 가능한 부분은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죠. 그게 안되는 쪽만 다양성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런 변화를 모든 경우에 바람직하다고 할수는 없겟지만 반대를 하더라도 그런 변화 모두에 대한 전반적 반대를 한다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 되어 그리 소득이 있을 것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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