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5.19
처음 일본에 왔을 무렵 저녁때 거리를 걸으며 일본 사람들은 참 밤에 다니질 않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물론 일본이라고 해서 유흥가가 없는 것은 아니고 온천과 빠찡코 그리고 라면집은 늦게까지 영업을 합니다만 대체로 일본의 밤거리는 한국의 그것에 비해 썰렁합니다. 아침형인간이라는 책을 쓴 사람도 일본인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저녁에 통화를 했습니다. 자전거 연습을 하고 돌아오셨다길래 이렇게 어두운데 위험하지 않냐고 했더니 한국은 아직도 환하다고 합니다. 동경은 한국에 비해 훨씬 동쪽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본에 온 사람들은 해가 아주 일찍 뜨고 아주 일찍 진다는 것을 느낍니다. 일본은 아침형 인간으로 살기 쉬운 나라입니다. 바깥이 아주 훤해서 일어나보면 아침 6시도 되지 않았습니다. 동경은 서울보다 보통 50분정도 해뜨는 시간이 빠르다고 합니다.
이것은 그저 사소한 일인것 같지만 실은 한국 사람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문화자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사람이 밝으면 깨고 어두우면 잠을 잔다고 할 때 해가 늦게 지는 한국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늦게 잠에 들 것입니다. 퇴근후에 술도 마시고 사람도 만나고 티브이도 봅니다. 그리고는 어두운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반면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출근전에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걸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더더욱 일찍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곤 저녁에는 피곤해서 일찍 자게 되죠. 다시 말해 50분의 차이가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큰 생활 패턴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자기관리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이 아침시간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침시간은 자기 자신만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찍일어나서 출근전에 시간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 시간을 대개 혼자의 시간으로 보냅니다. 책을 읽거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거나 할 것입니다. 잠을 자고 난 이후이기 때문에 피로감이 없어서 정신도 맑을 때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저녁의 시간은 소비적입니다. 주로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하는 일에 쓰게 되기 쉬우며 하루를 보내고 난 이후이기 때문에 두뇌는 피로에 젖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서머타임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차이는 서머타임제로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서머타임제는 우리나라에서도 1987년과 88년에 시행되었는데 이때는 5월 10일 새벽 2시를 3시로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5시에 뜨는 해를 6시에 뜨게 하는 것이라고 할수 있겠죠. 이렇게 되면 반대로 아침시간이 더더욱 없어집니다!
전세계에서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지 않는 몇개 안되는 나라중의 하나가 한국인 것은 이러한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한국보다 동쪽에 있는 일본의 시간에 한국시계를 맞춰놓았기 때문에 한국은 이미 일년내내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내년부터 서머타임제가 실시 될 것이라고 합니다. 서머타임제를 실시하면 사람들이 좀더 레저에 시간을 많이 쓸거라고 주장하나 봅니다. 그런데 레저가 뭔지 불분명하지만 평일날을 생각하면 레저활동은 저녁에 하는지 아니면 차라리 아침에 일찍일어나서 하는 건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빙 라이프 스타일이란 저녁때 술먹고 쓰러져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는게 아니라 아침에 독서하거나 나가서 운동하는 삶이 아니겠습니까. 일어나자마자 회사나가기 바쁜 삶으로 가는 것이 서머타임제라고 할때 이것이 선진으로 가는 길일까요 아니면 회사를 위한 것이고 유흥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것일까요.
사람마다 사정은 달라서 반드시 저녁은 시간은 낭비하는 시간, 아침의 시간은 귀중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침의 시간은 정말 소중한 것같습니다. 이 귀중한 아침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쓸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은 서머타임제를 하는게 아니라 윈터 타임제를 해야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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