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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으로 변해 가는 나

by 격암(강국진) 2008. 9. 6.

나는 항상 한국에 매년 귀국했지만 한국을 떠나 외국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9년째로 접어들면서 내가 점점 외국인이 되가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그게 슬픕니다. 나는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나는 한국에서 살것이고 아이들을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어하니까요. 나는 그리넉넉하지 않지만 여름방학마다 아이들을 한국으로 보내서 한국어 교육을 시켰고 친인척과의 끈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나는 항상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목했고 한국에 대해 더많이 알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문득문득 내가 외국인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 느낌은 마치 너무나 사랑하는 연인이 아직 둘이 같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식어간다는 것을 느낄때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너무 슬픕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문득문득 내가 알수 없는 타인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내가 외국인으로 변해간다고 느끼는 것은 저의 사고방식이 이젠 보통의 한국인들과는 많이 달라져 버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전 3개국에서 몇년간씩 살았습니다. 그리고 항상 느낀 것은 한국사람들은 만나서 뭉치면 시끄럽게 혈맹을 맺은것처럼 야단이지만 뒤에서 남말하여 싸움이 잘난다는 것이고 뭔가 개운하지 않다는 겁니다. 


만나서 즐겁게 놀아도 결국 우리는 타인일뿐이라는 미국인과 일본인들의 처신과는 많이 틀립니다. 쉽사리 마치 형제라도 되는것처럼 굽니다만 그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잘해줄때는 엄청 잘해주는 것이 한국인들이지요. 그러나 형제나 가족이라는 것은 프라이버시따위 따지지 않고 간섭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누가 집안이 좋네 어떠네에서 돈을 얼마버냐 하는 이야기를 마구 캐냅니다. 반드시라고 할만큼 패가 쉽게 갈라지고 각자의 패거리에 대한 비하가 있거나 철저히 남취급 합니다. 


어떤 한국인에 대해 모임만 있으면 욕을 하면서 그사람을 만나면 아주 친절하게 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한국인은 성추행문제로 뒷소문이 있었는데 그런 뒷소문이 있다는 걸 저는 전혀 모른채 그사람을 만나 가끔 술마시고 이야기나눴습니다. 그런데 그사람이 사라지자 바로 제게 그사람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가 마구쏟아지더군요. 솔직히 슬펐습니다. 겉다르고 속다른일을 너무 잘하는게 한국사람같습니다.


한국의 친구들이며 사람들은 입만열면 선생님들 촌지받는 이야기며 비싼 외제차 굴리는 이야기며 누구의 빽이 어떻다는 이야기로 시간이 전부 갑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영화나 여행이야기를 하던가 혹시 과학자들이면 과학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쓰고 싶으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저 돈과 권력이고 개인적 취미나 자신의 직업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것같습니다. 


전세계어디를 가도 한국처럼 기독교가 극성을 부리는 나라를 본적이 없습니다. 바티칸 시국쯤 되야 이럴거라는 생각이 들정도 입니다. 


아이들 동화책을 고르다가 문득 한국의 창작동화에 이르니 불평이 저절로 제입에서 나옵니다. 한국의 순수문학이나 창작동화는 완전히 하층계급의 아픔이나 계급구조의 모순을 그린것 빼놓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외국의 동화에도 부모없고 혼자사는 고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는 주로 그런 험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기죽지 않고 인생을 열어나가는 아이의 이야기죠. 한국은 그저 애처러운 시대의 반항아입니다. 매우 어둡습니다. 한국은 돈이야기 아니면 계급투쟁이야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심지어 드라마도 신데렐라 이야기가 주로 나오죠. 재벌들 이야기나오고 가난한데 한번에 출세하는 사람들 이야기나오고 그게 아니라도 뭔가 돈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주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다뤄지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무지가난해서 비참하거나 아니면 재벌급의 화려한 인생이거나죠. 


제글을 읽는 한국분들은 그래 넌 확실히 한국욕하는거 보니까 외국인 다됐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저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왜 한국인들은 그냥 조용히 화목하게 살지 못하는 걸까요, 왜 반드시 잘난체하고 뻐기고 뭔가 욕심내고 그럴까요. 절로 교회로 가서 제대로 신앙생활하는 사람은 소수고 전부 현대판 무당모시기수준의 종교로 빠져듭니다. 


저는 한국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한국에 대한 느낌이 제발 다시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외국인이 되어가는 제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서 살 자신은 점점더 줄어갑니다. 슬픈일입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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