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참전의 일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대 법을 잘키면 잘살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지금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다.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두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도 않고 잘살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지금 잘살고 있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고 살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될까. 일단 현재의 대통령이 전과14범이고 부동산투기를 위해 위장전입을 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부자들의 대사면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이재용씨 재판 결과가 보도 된다.
나는 부자들이 법을 지키지 않으니 한심하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이사회에는 그래도 열심히 일한 보상을 받고 사는 사람, 그렇게 부자가 된 사람이 많다고 믿는다. 그렇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이 불신이 한국에 가져온 해악이 너무도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일 첫번째로 나오는 해악은 준법정신이 희미해지는 것일것이다. 어차피 남도 안지키는 법, 나라고 지키랴 라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신의 해악은 그 끝이 안보일정도로 깊다.
일단 기회주의가 판을 친다. 세상은 복잡하다. 그런데 정해진 원칙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의 복잡한 일을 전부 신경써야 한다. 판사가 재판을 하고 검사가 구형하고 변호사가 변호를 하는 세상이 아니다.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정치를 하고 정치인이 정치를 하면서 경제활동을 한다. 그렇게 기회주의는 창궐하는 것이다. 원칙이 없으니까 한탕주의가 판을 친다. 어차피 인생은 조금씩 쌓아가는거고 투자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거니까 줄잘서고 한번 기회있을때 눈한번 질끈 감으면 인생 바뀌는 거니까.
기회주의는 기회주의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회주의가 판치는 세상은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 결국 기회주의가 판치고 원칙이 없어진 세상이란 산마다 들마다 산적패들이 들끓는 무법천지나 다름없다. 그런 세상은 권위에 비굴하고 권력에 비굴해지는 세상이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힘있는 자가 말하면 무조건 그렇다고 맞장구쳐야 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그런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결국은 자기 머리로 생각할 힘을 잃어버린다. 패거리를 만들어 의리를 강조하고 우리 패거리의 승리를 위해서는 도덕이고 명분이고 다 팽겨치는 조폭식 논리만 세상에 가득해진다.
이걸보고 있으면 결국 세상이 썩었다고 말하는 것이 세상을 갈취하는 조폭이 번성하도록 돕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법이 잘지켜지는 나라에서 폭력이 어디에 쓸모가 있겠는가. 법이 안지켜지면 폭력의 가치는 올라간다.
김대중과 노무현 시대가 우리나라의 황금기였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소수파라서 사법기관이며 언론들이 최선을 다해 법질서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10년전 김영삼시절 그이전 노태우 시절에는 실로 별별 부패가 한국에 가득했었다. 전직대통령 추징금나온 규모가 수천억씩이다. 지금돈으로는 수조씩은 될거다. 그런시대에서 처20촌 비리를 파해치고 손녀에게 천만원을 줬는데 증여세를 냈느니 안냈느니 하는 시대까지 왔다. 그러니 얼마나 법질서가 서겠는가.
그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말하고 최악의 10년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그리 억울했을까. 그들은 그시절동안 큰 부자가 되었다. 경제는 성장했고 주가가 올랐고 집값도 올랐으니 그 과실을 부자가 대부분 가졌지 가난뱅이들이 가졌을까.
그런데도 주가가 폭락하고 나라가 연일 위기상황에서 헤매는 지금이 좋은 이유는 하나있다. 그들이 권력을 부리며 가난한 사람들, 부하직원들을 종처럼 부리지 못했기 때문일것이다. 돈은 많아졌지만 위세가 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다. 꼴사나운 놈들은 물대포로 진압하고 경찰서에 맘대로 가둬버리는 그런 시대가 역시 돈좀 없어도 좋은 시대라는 이야기다.
쓰다보니 정말 화가난다. 나라가 망해도 설사 내가 돈좀 못벌어도 윗사람행세하며 권력을 누리겠다는 사람들때문에 도대체 언제까지 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바보같은 세상에 살아야 하나. 그만큼 가졌으면 족하지 않은가.
'카테고리없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왼쪽의 반대는 오른쪽인가? (0) | 2008.09.09 |
---|---|
외국인으로 변해 가는 나 (0) | 2008.09.06 |
과학적이지 않은 과학맹신 (0) | 2008.08.19 |
평상심에 대하여 (0) | 2008.08.19 |
뉴로 폴리틱스 : neuropolitics (0) | 2008.08.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