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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성의 문제

매춘에 대한 생각

by 격암(강국진) 2009. 3. 19.

09.3.19

신문을 보니 철없는 여고생의 상경기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여고2년생이 서울에 와서 2주만에 매춘으로 2백만원을 벌어 명품사고 술마셔서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신문을 보면 거의 매일 매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매춘이 좋은 짓인가 나쁜 짓인가 하는 질문에 매몰되어 매춘하는 여고생을 살인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욕을 퍼붓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듭니다. 보다 중요한 질문은 매춘이 왜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요. 

 

매춘은 돈을 받고 섹스를 하는 것입니다. 쓸 돈이 충분히 있으면 그럴리가 없지요. 그러니 매춘의 시작은 가난입니다. 요즘은 저렇게 돈벌어 유흥비로 쓴다며 매춘이 가난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더 가지고 싶은데 그럴 방법이 없으면 가난한 것입니다. 이런 정의대로라면 돈버는데 미친 재벌도 가난하다고 부를 수 있지 않은가 하고 말하지만 이렇게 정의하지 않으면 사실 한국에서 진짜로 가난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아프리카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고 인도네시아, 필리핀에도 있습니다. 뭘 기준으로 우리가 어딘가에 선을 그어 여기보다 아래면 가난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매춘은 가난때문입니다. 그리고 매춘의 원인을 가난에서 찾는다라는 것은 바로 요즘의 한국 사회가 그만큼 사람들의 욕망을 키우고만 있는 거 아니냐는 말입니다. 

 

실제로 한국사람들은 매우 가난한 것같습니다. 전 외국에서 10년간 살아왔기 때문에 여러국적의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 만큼 모이면 돈이야기하는 사람은 중국사람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자동차, 아파트, 브랜드 가방, 브랜드 옷에 대한 이야기가 한국사람에게는 아주 흔한 이야기주제입니다. 이러니 한국사람들은 분명 가난한게 맞습니다. 

 

중국 사람도 가난합니다. 전에 만난 홍콩 아가씨하고 이야기해보니 홍콩 아가씨들의 정조관념은 몸을 팔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그저 화대가 얼마냐의 문제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일본이나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이 돈에 무관심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부자면 좋겠지만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안빈낙도적인 생각이 그들은 한국 사람이나 중국사람보다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 사람은 가난하면 무조건 불행하고 또 누군가가 불행하면 그것은 가난 때문이라고 믿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명품 한번 걸쳐보고 싶고, 비싼 차도 타보고 싶고, 비싼 술집도 가보고 싶은데 도저히 그럴수가 없습니다. 아무 희망도 비전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몸을 팔면 돈을 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걸합니다. 이런 아가씨들을 욕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아가씨들을 만든 사회를 반성하고 이런 아가씨들을 불쌍히 여겨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왜 그렇게 해서라도 그까짓게 그렇게 하고 싶을까요. 천만원짜리 명품가방도 사실 보면 별거 아닌데 천만원짜리는 아니더라도 비싼 명품 살려면 몇번을 몸을 팔아야 하겠습니까. 그게 그렇게 가지고 싶을까요? 사실 고생해서 알바하는 사람들은 대개 만원쓰는 것도 벌벌 떱니다. 자기가 그 만원 벌려고 고생한 생각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묻게 됩니다. 굶어죽을 것같아서 몸을 파는 것도 아니고 명품때문에 몸을 판다면 왜 그녀들은 그렇게도 그게 하고 싶을까요? 왜 그녀들은 그렇게도 큰 욕망을 가지게 되서 가난해 진걸까요?

 

돈으로 여자를 사는 남자도 어떤 의미로 가난한 남자입니다. 남자들은 사실 알고 있습니다. 사랑없는 자극을 추구해봐야 돈과 시간만 들뿐 결국 허무해 질뿐이라는 것을. 돈주고 여자와 자는 것이 연애를 대체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연애는 예전에 없어졌을 것입니다. 매춘의 매수자들을 욕망에 눈이 멀어 도덕을 어긴자라고 욕하기는 쉽습니다만 생각해 보면 그들은 알콜중독자나 마약중독자와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지속될 수 없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한 쾌락으로 빠져들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사실 쾌락은 그들의 상상속에서나 있습니다. 매춘이란 결국 그저 역할극이며 시간이 지날 수록 현실이 더 강하게 느껴지면서 후회와 모멸감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춘하는 남자들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불안에 떨거나 따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죠. 가진게 돈밖에 없는 겁니다. 좌절하거나 그도 아니면 뻐기고 싶은 겁니다.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삶, 어떤 방식의 생활습관 진정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삶이 되는가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이사회에 부족하기 때문에 매춘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요. 마음이 가난하건 몸이 가난하건 한국에는 가난한 사람이 참많습니다. 슬픈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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