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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성의 문제

매춘은 왜 불법일까.

by 격암(강국진) 2009. 11. 13.

9.11.13

매춘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쁠까. 게다가 도덕적으로 나쁜게 모두 불법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왜 그렇게 나쁜 것일까. 나는 매춘을 합리화하자는게 아니다. 그러나 매춘이 세상에 많은 것이 현실인데 매춘이 왜 나쁘냐고 하면 그저 그냥 나쁘니까 나쁘지 정도에서 머물고 마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 매춘은 왜 나쁠까.

 

일단 사회적으로 확대해서 여성을 남자가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주장은 요즘 설득력이 약한 것같다. 사실 방송에도 여러번 나온 것처럼 매춘에 종사하는 여자들은 그 직업을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종종 그 만큼의 돈을 다른 노동을 통해서 버는 것보다는 그걸 선호해서 일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몸파는 여자는 돈이 필요하고 몸사는 남자는 돈이 있어서 서로 그런 거래가 좋다는데 사회가 그런 거래를 막는것이다. 왜 그럴까.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예 매춘이 전혀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사회를 상상해 볼수 있겠다. 매춘이 전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회에는 무슨 문제가 생길까? 일단 아마도 결혼제도가 붕괴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하고나 섹스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가치판단이 없어진다면 결혼이라는 틀은 사라질것이다. 

 

성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것이므로 그 사회는 실질적으로 가진자들이 다수의 배우자를 거느리는 것과 같은 중혼제사회 비슷해 지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다수의 사람들이 섹스산업에 종사할 것이다. 일단 산업화되면 오히려 섹스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거듭날 것이다. 섹스에 아무런 도덕적 가치판단이 없으니 그저 섹스를 하는 것뿐이라면 상대는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니까 차별화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환상이 필요하고 상품에 포장하고 선전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며 최고의 섹스 상품들은 너무 자주 팔 수 없다. 희소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각이 이쯤에 이르자. 오히려 이 매춘이 자유인 사회에 대한 상상이 자꾸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즉 내가 매춘이 불법인 사회, 매춘이 일상화되어 있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는건지 혼동이 된다. 현실에서는 포르노물이 범람하고 있다. 포르노는 인간이 찍는 것이지만 성인물로서 합법이며 그다지 범죄시되는 행위는 아니다. 

 

방송과 영화관을 채우는 여배우들과 가수가 전부 매춘업계에 종사하는 것이라고 하면 세상이 떠들썩할 일이며 그게 사실도 아니지만 매력을 파는 사람들과 몸을 파는 사람들과의 경계선은 과연 그렇게 높은 것일까? 거의 벗은 몸을 도발적으로 흔들며 야한 가사를 외치는 가수나 여배우들이 파는 것은 몸파는 것과 정말 그렇게나 엄청나게 다른 것일까? 하나는 예술이고 하나는 범죄인가? 

 

이제 한국에는 애인대행 사이트라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일반인 여자들이 자신을 경매로 내놓고 돈을 제일 많이 낸 남자들과 데이트를 한다는 것같은데 여기에 몸을 파는 일은 포함되어져 있는 것같지 않다. 그러나 정말 이것은 매춘이 아닌가? 

 

과학의 발전으로 가상현실 즉 아주 현실적인 환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날로 발달하고 있다. 인간과 똑같은 로보트가 나오는 미래는 멀지 몰라도 그런 로보트가 줄수있는 만족감과 환상은 이미 현재의 포르노나 영상매체들이 넘어선것같다. 

 

매춘에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는 사회에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홰손되는 것일것이다. 섹스는 본래 인간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되는 그 과정에서 모든 가치판단을 제외해 버린다는 것은 인간을 공장에서 나오는 자동차수준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현실적으로 임신중절수술을 금할 수도 금해서도 안되는 것이지만 너무도 안전하고 편리한 임신중절방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 누구나 쉽게 그렇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도 무시무시한 일이다. 인간이 태어나는 일에 대한 통제는 그것이 완벽해 질수록 태어나는 아이들을 공장에서 나오는 인형처럼 느껴지게 만들것이다. 

 

사실 오늘날  인간존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세계의 빈부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빈민국에서는 1억쯤 되는 돈이면 거부로 살수 있고 몇천원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부자나라에는 병치료를 위해 장기가 필요한 부자들이 얼마든지 있다. 한쪽에는 푼돈이 없어서 사람들이 대량으로 죽어가고 한쪽에는 큰 돈을 들고도 장기가 없어서 불편하게 살면서 죽어가는 부자들이 있다. 그러나 장기매매는 악마의 유혹이다. 그것이 보편화된다는 말은 인종말살같은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세상을 말한다. 누가 말살될것인가. 그야말로 지옥이 될것이다. 

 

나는 매춘에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매춘이 도덕적이지 않은 근본이유는 인간존엄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우리는 인간존엄따위는 가져다 버린 사회에 매우 매우 근접해 있는 느낌이다. 마치 아주 작은 막하나만 뚫으면 무너져버릴것같은 상태다. 사람들은 온갖 기괴한 이름을 붙여서 합리화하는 방식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합리화에 소질이 뛰어난 존재다. 

 

섹시한 매력으로 돈을 버는 여배우나 여가수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저 우리 사회의 현재 상태다. 언젠가 팔다리를 기계로 교체하는 것이 '섹시'해 보이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아이들을 키우는 대신 혼다에서 만든 인간형 로보트를 키울지 모른다. 그리고 뭔가 이유가 있다면 예를 들어 오사마 빈라덴 같은 사람이 어딘가 사람많은데 숨었다는 이유같은 것으로 전쟁을 시작해서 수없이 사람을 죽이고 정의는 실현되었다며 자랑스러워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이게 다 미래의 이야기인가 지금의 이야기일까. 

 

그런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초등학교때 사우디에서는 맹물을 돈받고 판다는 이야기는 재미있는 농담이었다. 우리는 설마 사우디에서도 맹물은 돈받고 팔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25년이 지나자 요즘도 수돗물 그냥먹냐면서 생수 안 먹는 사람을 이해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흔해졌다. 그렇게 된 것도 이젠 오래전이다. 자신 사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지는 대로 생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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