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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노무현 이야기

노무현만큼 열린 사람은 없었다

by 격암(강국진) 2009. 5. 25.

2009.5.25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사건은 한국사회에서 수사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검사가 찍으면 무죄가 증명되기 전에는 유죄인 것처럼 대우받는 그런 현실 말입니다. 교훈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이 서거하시자 여러사람들이 여러가지 유감의 뜻을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단순하게 그의 부재를 슬퍼하는 사람도 많으나 그의 서거를 유감으로 말하면서도 자신을 정당화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노무현을 싫어하고 반대하는 이유는 참으로 가지각색입니다. 한미 FTA때문에 노무현이 싫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라크 파병문제로 그렇다는 사람, 부동산 정책때문에 그렇다는 사람, 대연정 제안때문에 그렇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노무현 대통령만큼 열린 자세로 문제에 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은 언제나 문제를 탁자에 올려놓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되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확고하게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듣겠다는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합리적이라면 기꺼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태도였습니다.

 

검사와의 대화같은 것도 그런 것이었죠. 그냥 권위로 누를 수도 있으나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것인데 무더기로 나와 1대 다수로 붙어 말하는 검사가 말하는 것이란 고작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논리로 싸워서 할 말이 없어도 그건 잔재주 때문이라는 식입니다. 그 검사들이 참여정부가 끝나자 노무현 대통령을 돌아가시게 합니다. 그들은 피라미드 질서 아래서 시키는 대로 하는게 편한데 왜 생각을 하게 만드느냐고 항의 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자랑스런 자부심을 가지는 신기한 집단입니다.

 

따지고 보면 옳고 그른 것이라는게 실제로는 매우 허망할 때가 많습니다. 사회적 국가적 질문이란 대부분 여러가지가 꼬여 있기 마련입니다. 파병하는거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파병이란게 외교와 얽혀 있습니다. 외교는 또 경제와 얽혀있습니다. FTA란것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언제하는가에 따라 우리에게 해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경제 교육 환경 외교정책 모두가 그렇습니다.  어떻게와 누가는 빼고 다 똑같은 것, 내로남불 운운하면서 이야기를 막아버리면 꼬인 상황에서 탈출구는 없을 수 있습니다. 

 

이제 인터넷에 글을 쓰면 구속될 것이 두렵고 아고라에서 추천수 조작한다고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며, 시위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 주변을 미리 경찰이 차단해 버리는 그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입으로는 빈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예산을 삭감해버리는 자아분열적 행위를 하는 지금의 정부를 보면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에게 주었던 자유로운 선택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위선적이지 않았고 국민들에게 정보를 주었습니다. 말할 수 있을때는 투명했고 정히 안되면 이건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탁자에 올려놓고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것을, 합리적 토론을 해볼 것을 주장했습니다. 정쟁으로 여야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건 일이 되도록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열려있지 못했습니다. 항상 어떤 것은 절대적인 것이며 그것이 잘못되면 모든것에 있어서 반대하고 지지해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FTA에서 의견이 갈리면 이제 이 정권은 없어져 버려야 하는 정권처럼 투쟁의 대상이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을 함부로 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무 의미없는 대사만 근엄하게 말하며 국민들을 무지의 그늘속에 내버려두는 전두환 같은 대통령이 그렇게 좋았나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열심히 반대하다보니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쌍동이 처럼 춤을 추는 코메디도 많이 보았습니다. 자신들에 대해 말할 때는 잘한 것만 말하는 사람들이 노무현대통령을 말할 때는 이건왜 아닌가만 말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간단한 원칙을 제외하고는 안되는게 없었습니다. 이건 왜 금기냐고 대담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이야기해보자고 합니다. 그게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통일도 하고 지역감정도 없애고 정치발전에 선진국도 되자면 열린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도 노무현 대통령만큼 열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매우 매우 닫혀서 황당한 멘트만 날리고 있는 불도저 대통령의 시대에 우리는 이것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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