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삶이 주는 메세지

2009.5.27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로 그를 좋아했습니다. 또한 하나의 삶이 주는 메세지란 당연히 매우 복합적 일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의 삶에서 유독 튀어나온 것이 있다면 그건 합리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합리주의를 이 권위주의의 나라 한국에 심고자 평생 노력하셨습니다.

 

우리는 이같은 것을 노무현 대통령께서 평생 꺼려하시던 것, 강조하시던 것 그리고 그 분이 살아오신 행적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 분이 꺼려하시던 것은 남의 신세를 지는 것이었고, 자신이 정해둔 원칙을 깨는 것이었으며 강조하시던 것은 상식, 타협과 토론하는 열린 자세, 정의 그런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합치면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하시던 것은 독립적이고 이성적인 시민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유명하게 한것은 5공 청문회에서의 합리적인 추궁모습이었습니다. 대다수 무력했던 국회의원들, 그저 위압적으로 호통이나 치려고 했던 국회의원들에 비해 논리로 조목조목 말을 풀어가는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속이 후련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또 유명해 진것은 정치적 후견인인 김영삼의 3당합당결정에 불복한 것이었죠. 정치적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노사모를 안겨준 사건은 지역구도를 깨야 한다면서 부산으로 가서 선거에 패배한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지역에 기반한 인간차별인 지역구도를 깨겠다고 한 일이었습니다.

 

즉 학벌이라던가 지역, 성별, 나이등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들을 차별하고 구분하는 그런 모든 권위주의와 관행을 노무현 대통령은 거부했던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것이 그가 정치의 길을 걷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도 대통령은 대화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고 열려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심하다 할정도로 자신을 비판하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열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이 강조하시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 전에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그분은 극소수의 원칙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열린자세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실용적 정신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런 언행을 많은 사람이 비판했지만 그렇다고 그는 전임대통령들처럼 근엄하게 권위를 발하는 삶을 살지 않았고 살 수도 없었습니다. 바로 그같은 권위주의를 타파하겠다는 것이 그의 삶의 핵심적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그때문에 그분은 정치적 반대자였던 한나라당에서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진보세력 모두에게서 극렬한 반대에 부딛힙니다. 파병이나 대연정제안, 대통령 재신임 같은 제안을 내놓았는데 그 모든 것이 과거에는 금기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은 충격을 받았고 때로 그것들을 그의 배신으로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관행적으로 적당히 뒤에서 합의하고 앞에서 토론하는 척하다가 발표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너무나 많은 금기를 가지고 있었고 공개된 토론을 기반으로 합의를 하는 것에는 익숙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성향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주국가가 되어가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왕권통치나 서양 중세의 종교통치를 연상케하는 권위주의, 반이성주의의 관행은 한국사회에 아주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관행은 우리가 서로를 부르는 호칭에서 극명하게 나타나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사람들을 길고도 긴 사다리의 어딘가에 놓는 일을 합니다. 이것은 서로 이름을 그냥 부르는 일이 관행화되어 있는 미국이나 심지어 권위적이라는 일본보다도 심합니다. 공과 사가 구분이 안되어 모두가 친인척처럼 얽혀서 헌법으로 보면 자유와 평등을 보장한 국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누구도 인간관계를 통한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런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지역구도는 그런 패거리주의의 한 예에 불과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일생은 그런 불합리와 싸워온 인생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겸손하고 투명한 처신을 할 수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노사모가 결성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정치를 하다가 그렇게 가셨습니다. 그분으로서는 법적인 싸움에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참여정부가 이뤄내온 사회적 변화가 도덕적 하자로 인해 붕괴되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누구나 합리주의가 옳다고 말하지만 한국사회는 작은 가족안에서나 통할 것같은 위계질서가 사회전체에 퍼져있습니다. 합리주의와 인간의 자유는 긴밀히 얽혀있습니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인터넷에 글을 쓴 미네르바가 구속수사당했던 일은 이런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시위를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걸핏하면 거리를 막는 경찰, 길에서 촛불을 켤 자유도 없다는 경찰이 이런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통해 최적을 답을 찾아간다는 믿음이 그들에게는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인들이 독립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국이 진정한 민주공화국,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있다는 메세지를 평생에 걸쳐서 국민들에게 호소해 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많은 정부기구들에게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할 것을 주문하고 자유를 주었습니다. 오늘날 적어도 일부 국민들이 다시 권위주의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미국 사회가 링컨과 마틴루터킹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다시 되새기듯이 우리도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되새겨 보다 합리적이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시민들이 사는 진짜 민주국가를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