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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meme), 원자론 그리고 유전자.

by 격암(강국진) 2009. 8. 3.

2009.8.3

 

밈이란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도입한 말로 문화적 전파를 진화론적 생명체의 변화와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즉 문화적 측면에서 인간 유전자에 해당하는 것이 밈인 것이다. 밈이란 것은 사람과 사람에게 퍼져나가며 약간식 개조되고 죽거나 살아남기도 한다. 그 가운데서 밈은 전체로 퍼지고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생존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과연 어떤 실제적 쓸모가 있는가 혹은 사실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밈이란 단어는 상당히 퍼졌고 일단의 학풍을 만들었으며 당연하게도 지극히 제멋대로 쓰이고 있는 단어중의 하나가 되었다. 

 

밈이란 개념의 유용성과 밈의 실존에 대한 증거가 약하지만 이런 개념이 왜 간단히 서양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많은 지지를 얻을까? 그것은 원자론과 유전자이론의 성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는 서구 철학과 과학의 기본적 성질과 성공이 관련되어져 있다. 

 

원자란 만물의 궁극적 구성요소다. 물론 원자는 전자와 원자핵으로 원자핵은 양자와 중성자로 양자는 쿼크로 계속 나뉘어 가기때문에 나뉘어 지지않는다는 뜻의 진정한 아톰 atom은 우리가 아는 원자가 아니다. 그러나 원자는 아주 특이한 환경에서만 깨어진다. 핵분열이나 융합이 없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원자는 깨어지지 않으며 무엇보다 서로 똑같다. 서울의 수소원자와 뉴욕의 수소원자는 정확히 같다. 이것은 이 세상에 무엇하나 정확히 똑같은 것은 없다는 우리의 일상적 체험을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이런 동질성때문에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세상에 무한대의 수를 가지는 원자가 있었다면 그들이 반응하고 섞이는 화학반응은 그 원리를 탐구한다는 것이 무의미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계에는 97개정도의 원자밖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실은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원자는 그보다도 훨씬 적다. 대부분이 희귀한 원자다. 이 세상은 몇개 안되는 블록들로 만들어진 레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현실이 이러하다는 자각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보다 쉽게 만든다. 

 

비슷한 혁명이 생물학에도 있었다. 지구상에는 무수한 종류의 생물들이 있다. 이런 생명의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들이 한일은 먼저 비슷한 것들끼리 모아서 친인척 분류를 하는 일이었다. 종속과목강문계하는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유전의 법칙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유전적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이중나선구조를 알게 됨으로해서 생명과학은 전과는 전혀 다른 수준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유전자는 겨우 4개의 단어만을 가진 암호체계로 그 안에 우리에 대한 정보가 가득담겨있다. 눈의 색이라던가 키와 지능지수같은 것이 그것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유전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도 계속 생물학을 혁명적으로 발전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전에 한 후배와 과학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약간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과학의 발전을 보면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수학에서 물리학 그리고 화학 그리고 생물학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느낌이 든다. 기술은 그 세부적 이해가 없어도 시행착오에 의해 발전되며 역사적으로는 물론 위의 순서대로만 발전이 있었던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구문명에 국한시키고 보면 위에서 말한 추세는 상당히 분명한 것이다.

 

수학적 탐구와 절대진리의 탐구는 그리스 철학의 기원이었으며 서구문명의 초석이었다. 뉴튼시대를 거치면서 물리학은 일상어로하는 철학이 아니라 엄밀한 수리과학으로 변한다. 물리학이 양자역학을 발전시킬 때까지 생물학이나 화학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양자론의 발전은 화학과 물리학을 통합하며 화학을 전혀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다음에 혁명적 발전을 한것은 생물학이었다. 이는 물리학과 화학의 발전을 기반으로 유전자의 이중나선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가능한 것이었다. 

 

진짜 질문은 다음이다. 그럼 미래의 과학은 어디로 갈까? 이에 대한 나의 추측은 이렇다. 과학은 결국 세상에서 인간으로 가는 길을 택하고 있다. 인간을 두고 그 거리를 살펴보면 수학보다는 물리학이 물리학보다는 화학이 화학보다는 생물학이 더 가깝다는 것을 알수가 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의 가치기준은 인간이 되기 쉽고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과학적 이해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럼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과연 인간의 정신인가 하는 것은 철학적 주제가 될수 있는 문제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명제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과학은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는 쪽으로 가려고 하지 않을까? 사실 실제로 이미 유전자적 기술을 통해서 인간의 두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은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는 주제다. 경제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예술등은 인간과 관한 연구이되 마치 원자론 이전의 화학이나 유전자 발견이전의 생물학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문맥에서 다시한번 맨 앞의 질문을 반복해 보자. 밈이란 무엇인가? 사실 내게는 약간 전율이 흐른다. 밈의 존재는 신경세포의 존재나 유전자의 존재가 한 때 그랬듯이 증거가 없는 가설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가설이 구체적 증거를 가진다면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 될것인가 생각해 보자. 그것은 인간의 지능, 인간의 마음, 인간의 문화에 대한 이론의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없이 두꺼워져만 가는 수많은 자료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정도의 가치가 있다면 그 제안이 비록 구체적 증거를 상당히 결여하고 있다고 해도 그에 대해 생각에 잠길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원자론이 나온이후 우리는 원자를 깨는 기술을 알고 별의 핵융합을 이해하고 원자폭탄을 만들어 냈다. 유전자의 존재를 알고 나서 우리는 유전자 개조라는 신천지를 열고 있는 중이다. 인간의 사고나 생각이 근본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인간들간의 의사소통에 대해 전혀 다른 신천지를 열어젖힐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혹은 다행히도 아직 우리는 세기적 천재를 맞이해서 인간의 마음에 대한 혁명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격하고 있지는 않다. 원자이론과 유전자공학은 수많은 사람을 매료시켰다. 새로운 과학의 문은 열릴 것인가. 인간은 과연 이해가능한 존재인가? 우리는 그런 답에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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