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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와 한국인의 파이나누기

by 격암(강국진) 2009. 8. 4.

동방신기때문에 연예란이 시끄럽다. 일본에도 여기저기 사진이 붙어있는 동방신기가 장기계약에 대부분의 수익을 회사에 빼앗긴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런 주장은 동방신기의 경우가 당연히 처음은 아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노예계약을 불평했으며 그에 대한 사측의 주장도 한결같다. 


사측주장의 핵심은 대개 투자의 입장에서 보았을때 그럴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예인기획사가 키우는 신인들이 모두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적자투자가 되고 만다. 따라서 전체 투자와 수익을 생각하면 성공을 한경우 그 수익의 상당액을 연예인 기획사가 가져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런 양측의 주장들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것을 논하기 전에 이 주장들의 뒤에 있는 시각의 차이를 먼저 눈치채야 한다. 성공한 연예인의 경우는 자신은 자신의 노력과 자신의 재능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의 노력과 가치에 대한 댓가를 받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 시각은 거의 없다. 성공은 재능이나 노력과 거의 상관없다. 재능있고 노력하는 사람은 어차피 아주 많으니까 성공은 운과 자본의 투자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파이조각 나누기에 대한 주장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 태도위에 쌓아올려진 여러가지 숫자며 논리는 단순한 장식이며 핵심은 성공의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  


한편으로 보면 한국 음악계는 점점 가수 개인의 특징이 사라져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무슨 자동차 조립하듯 여기저기서 부품을 가져다가 뚝딱뚝딱만들어 낸것 같은 음악과 춤과 자극적 마케팅속에서 가수 개인의 느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동방신기처럼 해외에까지 진출해서 성공하는 경우 그걸 단순한 기획의 성공으로 말할수 있을 것인가. 동방신기는 과연 이수만이 없었으면 성공할수 없었을 것인가. 


연예계에서 어느쪽의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는가를 따지기보다 나는 이런 논쟁이 두가지 논쟁과 닮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식민지 사관이다. 한국민족은 스스로의 힘으로 부국을 만들 능력이 없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한국사회에는 있다. 바로 뉴라이트인데 그들은 그래서 일본의 한국통치가 한국사회에 준 혜택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두나라가 섞여있다가 헤어졌는데 어찌이런 저런 복잡한 사정이 없을 것이며 역사에 가정은 없으니 그때 한국이 독립을 유지할수 있었다면 이라고 가정한다는 것도 무의미하다. 


그러나 역사의 해석은 다르다. 한국은 이제 세계의 경제대국반열에 올랐거나 오르기직전이다. 이정도를 해외 진출까지 해서 성공한 동방신기 같은 가수의 성공과 비교한다면 역사의 해석에는 이런 질문이 있게 된다. 한국에 뭐뭐뭐가 없었다면 성공할수 있었을까. 한국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시대에도 불구하고 성공한것인가 아니면 일본의 통치에 힘입어 성공한 것인가. 나는 당연히 전자로 생각하지만 이나라의 여당과 뉴라이트 같은 사람들중에는 후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 


이런 시각은 이완용같은 사람의 행동에 대한 해석도 다르게 만든다. 민주주의의 가치라던가 독립운동했던 김구의 가치와 미국에서 학위받은 이승만의 가치에 대한 해석도 다르게 만든다.


동방신기 논쟁이 보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것은 해방이후의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해석이다. 한국에는 두가지 상극을 이루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등의 정재계의 인사들 덕분에 한국이 성장했다는 시각이고 또하나는 한국민중의 근면과 효를 중시하고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가 한국의 발전을 가능케 했다는 시각이다. 하나는 자본가, 통치자 쪽의 시각이며 또하나는 민중중심의 시각이다. 


전자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박정희 같은 사람을 훌룡한 지도자로 말한 연후에 그가 없었다면 한국의 경제발전은 불가능했을거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의 발전이라는 파이의 조각분배에서 정재계가 보다 큰 몫을 먹어야 한다. 


후자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말해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같은 사람들은 한국의 경제발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거나 오히려 방해를 하기조차 한 존재라고 말한다. 먹구름이 오고 천둥치면 비는 내리기 마련인데 그밑에서 손들고 비내리라고 외친 사람이 내덕분에 비가 내렸다고 말한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보다도 자식교육에 헌신적이고 한글덕분에 문맹율이 매우 낮았으며 긴 문화유산을 가져 범죄율도 낮고 사회적 통합이 잘된 나라가 한국이었다. 이건 슈퍼맨수준의 선수들을 줄줄히 데리고 야구경기해서 이기고 나서 감독이 내 작전이 훌룡했다고 말하는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성공에는 회사와 연예인 양측이 모두 꼭 필요했을 것이다. 자동차에서 엔진이 중요하다지만 바퀴가 없고 핸들이 없으면 차가 아니다. 나없었으면 안된다는 주장은 이래서 설득력이 없다. 어느쪽이 희소가치가 높은 가가 중요하다. 한국에선 개인의 재능이 희소가치가 높은가 자본이 희소가치가 높은가. 한국에서 부자는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진다. 자본의 가치가 매우 크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다면 이건희가 자식에게 삼성을 물려주는 결정따위를 할수는 없을 것이다. 동방신기는 문제는 이런 것이다. 


동방신기의 문제는 단순히 연예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사회와 역사 도처에서 발견되는 문제며 한국 사람 다수의 보수가 왜 그런가에 대한 문제다. 개인의 가치와 독립성이 중요한가 아니면 개인은 언제든지 교체될수 있는 부품같은 존재에 불과한가에 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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