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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로 망한 것인가 망하게 한것인가.

by 격암(강국진) 2009. 8. 7.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던 2002년경, 한국은 전세계 최고의 인터넷 환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고속 통신망이 대중화되었는데 유럽은 말할것도 없고 미국에서 조차 다이얼업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을 했다. 한때 무선인터넷을 하는 장소인 핫스팟이 한국에만 많아서 전세계 핫스팟의 절반은 한국에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홈페이지는 외국에서 접속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전화모뎀으로 여러가지 플래쉬가 뜨는 홈페이지를 띄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의 차이는 한국 인터넷 게임과 인터넷 산업규모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메신저와 온라인 게임이 한국에서 크게 붐을 이룬 것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한국의 통신 환경은 평범하기 짝이 없으며 미국이나 일본보다 오히려 뒤진것처럼 보인다. 페이스북이나 지식검색, 아바타 만들기 같은 것은 한국에서 유행해서 세계로 나간것이다. 오마이스쿨의 인기를 기억해 보라. 문화에서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앞섰다. 


노무현 정권는 삼성출신의 진대제를 정통부장관으로 임명하고 정통부는 많은 조명을 받았다. 진대제는 많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정통부가 크게 자랑했던 것이 바로 와이브로 기술이다. 그런데 여기서 일은 묘하게 흘러간다. 와이브로 사업권은 기존의 통신사업자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나는 이것이 대기업출신의 진대제의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기업의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시각에 익숙한 진대제는 한국의 대표선수는 대기업들이고 대기업이 나서면 한국이 쭉쭉 발전한다는 식의 생각을 한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후 와이브로는 사업권만 따고 영업은 하지 않는 세월보내기만 한다. 사업을 해도 턱도 없이 비싼 가격에 서비스는 형편없어서 누가 보기에도 와이브로를 그들 사업의 중심으로 삼기보다는 구색맞추기의 느낌이 강했다.


요즘 인터넷 전화 가입이 크게 붐을 이루고 있다. 신청하면 전화단말기를 공짜로 주는데다가 전화요금은 더싸고 시외전화도 시내통화료로 하며 특히 인터넷 전화들끼리는 전화가 공짜다. 다시 말해 전국민이 인터넷 전화를 가입하면 핸드폰에 걸때를 제외하면 전화비가 공짜라는 이야기다. 


아 그런데 만약 와이브로 같은 무선 인터넷이 싸게 대중화되면 무슨일이 벌어질까. 지금 기존의 전화서비스가 인터넷 전화에 밀려나는 것처럼 핸드폰이 무선인터넷에게 밀려날것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과거의 서비스를 밀어내는데 과거의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게 새로운 서비스의 독점 운영권을 주면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은 무한정 뒤로 밀릴 것은 뻔한 일이 아닐까?


와이브로는 아직도 전국화가 안된가운데 비싼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경쟁기술인 엘티이라는게 힘을 얻고 있다. 엘티이는 WCDMA에서 발전한 것이라 기존의 핸드폰 통신망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미 와이브로 사업자들도 엘티이가 차세대 시장의 주류가 될것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말이 기사에 나오고 있다. 이런 말이 나올정도면 와이브로는 내부적으로 망한 것으로 판명났다는 이야기다. 


와이브로는 망한것인가 망하게 한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씨티폰의 이야기를 한다. 씨티폰은 잠깐 나타나고 사라져서 많은 투자손실만 남겼다. 그러나 그손실은 투자를 한 투자자들의 손실이며 소비자의 손실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는게 중요하다. 


투자가들의 꿈은 투자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시대일것이다. 그들은 투자가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고 소비자는 더 싸고 좋은 서비스를 바란다. 이둘은 반드시 같은게 아니면 때에 따라 반대가 된다. 투자환경이 너무 위험하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겠지만 과잉투자를 막는다고 투자실패를 원천적으로 막을수 있는 내부담합 분위기를 만들면 소비자만 죽어난다. 이런 의미에서 씨티폰의 실패는 소비자들을 위해 좋은 실패였고 발전을 위해 여러가지를 모색하다가 반드시 나오는 필수 불가결의 실패였던 셈이다. 


요즘 경제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단순히 세계 경제난 때문만은 아니다. 부동산 거품은 누가봐도 위험하게 부풀기만 하는데 한국 사회의 미래로 생각한 통신사업은 패색이 완연하다. 한국하면 한때 첨단기술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제 그런 것은 사라지고 대운하 같은 이야기로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엠피쓰리도 우리가 만들었고 한국 핸드폰은 세계 최첨단이고 하는 것이 얼마나 더갈것인가. 한국 시장이 시대에 뒤쳐지고 있는데. 온라인 게임산업의 발전은 인터넷 환경에서 기인한것이다. 무선 인터넷 환경도 뒤져서 점점 더 한국이 후진이 되면 뒤쳐지는 것은 아주 광범위한 분야가 될것이다. 


와이브로를 망하게 한 사람들은 한국에 아주 몹쓸짓을 한것이다. 와이브로를 기존사업자에게 던져준것은 엄청난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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