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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수술 과연 해야 하는 것일까.

by 격암(강국진) 2009. 8. 26.

2009.8.26

경희대 의상학과 엄현신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많은 한국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그녀가 한국 전체 여자들의 절반은 성형수술을 받았으며 특히 25-29세 사이의 여성은 62%가 성형을 했다는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또한 “미용 성형수술은 미적 권리이며 정신의 치유라는 긍정적 기능을 갖고 있다”며 “단순한 외모 열등감을 해결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게 아니라는 정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흥미로운 소식을 좋아하는 외신을 타고 외국에 펴졌다. 물론 외신에서 그 조사가 몇명을 대상으로 어디서 행해졌는가 하는 사실, 특히 그녀가 말하는 성형수술이라는게 뭘 말하는가를 자세히 말했을 리가 없다. 그녀는 주근께, 점제거수술에서 치아 미백, 눈썹 성형수술도 성형수술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 성형수술의 40% 이상은 이런 수술들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성형수술 참 많이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성형수술이란거 해야 하는 것일까?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누구도 수술했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누가 자기 다리를 잘라내는 것을 감행했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본인의 선택이며 본인이 감내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일반론이고 내 딸이 성형수술을 하려고 한다면 단호히 말릴것이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의 성형수술이란 잡티제거나 점빼기 같은 것은 포함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쌍꺼풀 수술 이상의 수술에 반대한다. 내가 느끼기에는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외모란 천에 하나도 많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수술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의 청춘들은 물론 외모의 중요성을 피부로 절감할 것이다. 그래서 그걸 수술로 바꿔보려는 유혹을 느낄수도 있다.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누리는 혜택은 확실히 달콤해 보인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나는 우리가 흔히 그저 외모 탓이라고 말하는 것의 상당부분은 실제로 외모탓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너무 쉽게 그것을 외모 탓으로 돌릴 뿐이다. 젊을 때도 그렇지만 더 나이가 들어 30-40에 이르르면 얼굴이란 타고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생활습관, 자신이 짓고 다니는 표정, 자신의 생각에 따라 사람의 얼굴은 바뀐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보통 외모에서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노력과 태도로 그걸 만든 것이다. 진짜로 타고난 미인과 타고난 추녀는 드물다. 자기의 외면과 내면을 어떻게 가꾸는가, 어떤 표정을 짓고 사는가가 인상을 만들어 간다. 압도적 다수의 경우는 운동잘하고 깔끔하게 다니는 것으로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머리속에 든 것이며 싸구려 화장에 넘어가고 머리속에 든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성은 애초에 별로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다. 게다가 어린 나의 기호에 따라 바꾼 얼굴이 20년뒤에도 마음에 들까? 그건 미래의 나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고치지 않은 얼굴은 타고난 나의 얼굴이다. 타고났다고 생각하면 애착이 생긴다. 칼을 죽죽 그어 고쳐버린 얼굴이라면 이제 그 얼굴은 의미가 별로 없을 것이다. 못난 손이라도 자기 손보다 백화점에서 장갑을 사랑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얼굴을 고치게 되면 이제 그 얼굴은 타고난 나의 얼굴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쇼핑한 장신구가 되고 만다. 애착이 있다고 한들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쉬우면 고칠 것이다. 어차피 이제 구두바꿔신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게으른 사람도 자기 손씻는 것을 방청소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한다. 수술로 다이어트해서 다이어트가 해결된다는 이야기는 극도의 고도비만인 경우나 그렇다. 지방흡입술같은 걸로 살빼봐야 그런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면 평생 그렇게 하게 된다

 

여자는 다르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한 못생긴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남자가 스스로  못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관상도 공부했는데 공부한 다음에 자기 얼굴을 뜯어보니 어디 하나 고상한 기운이 서린 곳은 없고 천한 기운만 가득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낙담한다. 남자는 나중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남자가 되는데 내가 보기에 그 얼굴은 너무 멋지다. 웃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남자의 이름은 김구다. 생각과 살아가는 방식이 인생을 결정한다. 외모라고 말하는 것은 대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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