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한국인이 이렇다라고 쓴 책이 나오면 대부분 흥분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때도 있고 없을때도 있는데 충분히 이유가 있다고 해도 책한권 기사하나에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크게 흥분하는 경우가 많은 것같습니다. 그게 마치 최후의 심판처럼 한국인이 이렇다고 결론이 난것처럼 말입니다.
사실은 한국에 대해 잘 소개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책이 있는가하면 없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이나 한국인이 뭔지 우리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명예살인이니 뭐니 하고 유명한 중동지역에서는 날마다 다른 남자랑 자는 여자가 나타나면 나라망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미국여자중에 그런 여자가 있어서 방송을 탄다고 해도 미국사람중 미국의 이미지가 치명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런 차이는 그나라가 소중히 하는 가치, 자부심을 가지고 후세들에게 교육시키는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우리는 이런것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박정희를 존경할만한 정치인으로 생각합니다. 세종대왕급으로 생각하는것같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집회로 생각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세계에 창피한 사건으로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김구를 존경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사람?이 지지하는 정부와 정권을 지지합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문화적 역사적 정체성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선악과 좋고 나쁨을 판단할 기준이 매우 모호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옳으면 한국에서도 옳은거 아니냐는 식으로 통용되는 것이 아주 많은데 자기 기준이 없이 바깥으로 열려있으니까 때로 크게 화를 내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게 어느정도 중요한 사건인가를 판단할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인의 문화적 정체성은 물론 일제시대에 상당히 약해졌습니다. 일본인들이 자기들의 윤리와 관습을 교육시켰는데 그 교육받은 세대가 그걸 당연한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한국은 주체적인 문화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가 정리가 안되고 그래서 윤리교육이 엉망입니다.
일본인을 모두 사무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오해의 여지가 큽니다. 여러가지 사람들이 사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사무라이라는 어떤 표준적 인간형을 제시하는 것은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의 일상예절을 은원을 갚는 것을 중시하는 사무라이의 문화로 설명하는 것이죠. 이것이 얼마나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는가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게 없죠. 그러니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이해할수가 없는 겁니다. 이해할수가 없으면 결국 자국의 것을 당연한것으로 놓고 그것과 다른것을 모두 비판합니다. 한국인도 스스로 어떤 내적 논리로 이러저러하게 행동한다는 그림을 그려낼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유교문화를 포함한 전통문화를 철저히 배척해왔기 때문에 우리를 선비로 묘사하거나 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선비는 아닌데 사무라이도 아니고 젠틀맨도 아니고 서부극의 영웅도 아닙니다. 스스로에 대한 일관된 묘사가 없으니 우리도 우리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외국인들의 이런 저런 지적에 당하기 쉬운거죠.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자꾸 나쁜 이미지가 쉽게 붙는 겁니다. 기준이 외국기준이니까요.
국민들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게 뭔가에 대해 보다 공감대를 가져야 우리도 한국인이 뭔지 좀더 확실하게 설명할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오기전까지는 쉽게 흥분하고 상처입는것을 피할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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