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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하는 정치

by 격암(강국진) 2009. 9. 3.

노무현과 이명박의 공통점


지난 두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번은 노무현이 당선되었고 한번은 이명박이 당선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노무현과 이명박에게는 공통점이 있을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큰 공통점이 있으며 이런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박근혜의 다음 대선 영향력은 정말 별거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공통점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전과는 다른 종류의 정치인이라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학생운동출신이 아닌 변호사출신의 정치인이고 이명박은 회사 CEO 출신의 정치인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욕한 정동영도 방송앵커로 유명한 전문 직업인 출신입니다.


왜 전문직업인이 뜨는가. 그것은 한국사회를 떠받치는 사람들이 그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이념화에 빠지지 않을 것같고 현실사회에 대한 경험과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을 국민들이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정확히 반대되는 사람이 박근혜입니다. 아버지 후광으로 커서 뭐하나 자기가 이뤘고 전문적 지식이 있다고 인정받는 분야가 없지요. 이런 인물은 1등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표를 얻을 뿐 결코 본선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우며 실제로 결국 이명박에게 박근혜가 눌린 이유도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다음 선거이겠습니까. 세상은 5년 10년만에 엄청나게 변해서 이제 우리 국민도 외국인들에 익숙해졌고 세계속의 한국인의 위상에 대해 전혀 다른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엠에프와 한류열풍을 거쳐온 한국인은 10년이나 15년전의 한국인과 상당히 다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상 


언제나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질적 성과와 간판입니다. 박원순같은 분은 시민운동의 개척자로 실질적 성과를 높이 사며 변호사 출신이며 저명한 저술가라는 점을 봐서 실질적 성과와 간판 모두를 높이 평가받아 지금 이렇게 인기가 좋은 겁니다.


사람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홍정욱같은 의원은 하버드출신이고 유명한 책을 쓴 사람이라고 해서 국민들의 주목을 받아 선거에 이기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엔 특히 국제적 감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느낄수 밖에 없습니다. 도포자락에 외국에 평생한번 안가보고 외국에 대해 무지하며 외국어 한마디 못하는 사람이 민족적 지도자로 나서는 것에 한계가 있는 시대입니다. 도사나 선비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하버드나 엠아티 출신의 박사에게 밀립니다.


실질적 성과로서 효력이 다한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바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성과입니다. 독재시대에 독재와 싸우는 조직을 이끈 사람들은 실질적 성과를 올린 사람들이었죠. 그러나 직접적 독재가 가버린 시대에 우리는 거리로 나서서 화염병던지는 민주화운동, 투옥으로 정부와 싸우는 그런 운동을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치인 구직 이력서에 쓸 항목으로 민주화운동 참여는 이미 효력이 다한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유시민이 아에엠에프전에 독일로 떠나면서 했던 생각을 다시 해야 합니다. 그때 유시민을 잡으며 국내에서 정치참여를 계속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유시민은 실력을 쌓지 않으면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독일유학을 떠납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토론회 진행자로 이름을 날립니다.


반면에 유시민과 학생운동을 했던 많은 학생운동계열의 정치인과 정치인 후보대기자들은 기껏해야 그냥 개인적으로 책만읽고 정치일선에 참여해서 제자리만 맴돌았습니다. 박원순처럼 시민운동의 선구자가 되어 실적을 올리거나 유시민처럼 전문가로서 변신하지도 못했습니다.


새시대 새정치?


지금의 민주당 혹은 신당주변의 인물들중에는 새로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물론 억울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들에게 CEO자리 걷어차고 미국가서 학위받고 돌아온 안철수같은 이미지를 주지 못합니다. 국제감각도 있어뵈지 않고 전문가적 능력도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집에서 책만읽고 연구해서 사학과에서 박사받은 사람보다 한국역사에 대해 더잘알수도 있습니다. 독학으로 환경문제의 전문가가 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독학의 시대, 검증받지 않은 전문가의 시대는 갔습니다. 학위가 없다면 최소한 그분야에서 베스트셀러라도 써서 여러사람의 평을 받아야 전문가로서 행세할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금 하는 말이 한국정치판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잘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낯설게 들리거나 기분나쁘게 들릴수 있습니다. 별 실적도 없는데 피알만 잘해서 유명해진 사람, 학위만 있을뿐 아무 학식이 없는 사람도 있고 실질적으로 많은 일을 했지만 정리나 홍보를 잘하지 못해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 학위나 무슨 자리에 올라선 적은 없으나 훌룡한 실력과 인덕을 갖춘 사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국민들은 이제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평가하지도 않고 할수도 없습니다. 진짜 진실을 아는 사람은 가까운 지인들뿐입니다. 나머지는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을 접하는 거지요. 말하자면 이력서 놓고 사람뽑기 입니다. 이력서에 쓸것 한줄없으면서 알고 보면 좋은 사람입니다로 나가기엔 세상에 사람이 넘칩니다.

새정치는 사람이 하는 겁니다. 그리고 새정치는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새정치는 그런 것을 할수 있다고 말하는사람이나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행해질수 밖에 없습니다.


맺는말


한국에서 돈과 언론과 사학재단을 지배하는 한나라당은 홍보와 그럴듯한 실적 만들어주기와 명함만들어주기로 사람을 키웁니다. 그럴만한 사람을 스카웃 합니다.


엠아티에서 박사받고 돌아온 어떤 사람이 정치에 뜻이 있어 정당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합시다. 과연 이사람은 한나라당쪽에서 편안한 대접을 받을까요 아니면 반 한나라당쪽에서 편안한 대접을 받을까요.


엠아티에서 박사받았다고 무조건 위인이라고 말하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개혁을 말하면서 인재를 끌어들일 문화도 여건도 마련하지 않은채 교도소에서 별이 몇개였다는 이야기나 민주화운동당시의 역할이 자꾸 다시 거론 되는 개혁세력쪽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노무현시대에  개혁당이 따로 만들어져야 했던 이유의 일부입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참여정치가 실패한 이유이며 노무현 정부가 결국 실패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분명 명분이 이쪽에 있는데도 개혁세력이 멸종해가는 이유입니다.


흘러간 옛배우와 흘러간 옛노래로 무대에 장식새로 하고 대본바꾼다고 영화가 히트칠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개혁세력이 개혁을 하는게 아니라 개혁을 가로 막는 현실이 있을수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삶의 방식은 새로운 삶을 경험한 사람들을 대거 포용할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이 뭐건 주장되는 이념이 뭐건 아무도 신뢰하지 않을 겁니다. 개혁의 주체라기 보다는 개혁의 대상이 되기 쉽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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