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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국적 허용과 대한민국인의 정체성

by 격암(강국진) 2009. 9. 8.

나는 한국사회문제의 뿌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종종 써왔다. 도대체 한국인이란게 뭐냐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는 이중국적문제같은 것 그리고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더불어 더욱 크게 부각될것이다. 


최근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가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자는 이야기를 주장한바 있다. 한국에 외국의 인재를 끌어오는데도 편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한국국적을 준다'라는 이 '실용적' 태도가 과연 실용적일까. 


한국인의 정체성과 같은 이야기는 흔히 강성 민족주의로 변질되기 쉽고 따라서 그렇게 매도되기도 쉽다. 그러나 이것은 법질서같은 단순한 이야기다. 한국에선 차가 오른쪽으로 다니고 일본에서는 차가 왼쪽으로 다닌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를 따질수 있을지도 모른다. 왼손잡이 비율이라던가 사람들의 버릇같은 것으로 말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라는 테두리에서는 일본 교통법이 작동하고 한국이라는 테두리에서는 한국 교통법이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두가지가 혼용되면 대참사가 나니까. 


한 사회의 정체성이란 가치판단에 대한 불문법같은 것이다. 도덕도 그안에 포함되고 일반적 관례같은 것도 그안에 포함된다. 관례는역사적 연원이 있고 역사적 연원에는 관례의 본래적 의미가 있다. 미국이 자국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워싱톤이나 링컨같은 사람을 높이고 자유의 가치를 국민에게 재교육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일본의 문화속에서 은원을 잊지 않는 사무라이의 이야기, 셀러리맨의 이야기가 반복되어 사회속에서 보여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각 나라안에는 나름의 문화적 공감대가 있고 이것이 어느정도 선에서 확실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외국인들을 자유롭게 받아들일수 있다. 외국인들은 일본에 가고 미국에 가고 프랑스에 가면 이 나라는 이렇다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서 행동하며 단지 그나라의 법과 문화적 관용안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받는다. 미국에서도 이슬람교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이슬람교도들이 사우디 아라비아 사람들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 무한대의 자유가 있는 미국같지만 또한 엄격한 법질서, 개인주의, 타인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인내해야 한다. 그러기 싫으면 미국에서 살수 없고 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안에 문화가 다른 민족들이 적당히 섞여있고 공감대가 없거나 그 민족이 자체의 정체성이 희미하여 다른 나라사람들에게 우리는 누구라고 설명도 못한다면 무슨일이 벌어질까. 손님들이 주인이 된다. 한국인이 한국인이 뭔지 설명하지 못하는데 일본인이나 아랍인이나 미국인이나 유럽인이 한국에 와서 자기식을 올바른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한국인이 한국 교통법이 뭔지 모른다면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차를 왼쪽으로 타지 않겠는가? 그들은 차를 오른쪽으로 타는 한국인들을 볼때마다 한국인들이 교통질서를 모른다며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일제시대라는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때문에 문화적 정체성이 크게 타격입지 않을수 없었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자신들의 가치관을 교육시킨것을 배우고 자란 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해방이후에는 미국문화가 일방적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있으므로 이것들이 섞여서 하나의 독특한 문화가 되면 좋지만 그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에게는 사무라이는 인간상이 있고 미국인들에게는 보안관이나 개척자같은 인간상이 있다. 영국인에게는 신사의 이미지가 있다. 한국에는 뭐가 있는가. 한국인은 한국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인을 한국국적을 가진 사람과 유전자로 이어진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말면 그사람의 사고 방식은 뭐라도 상관없다는 것이 된다. 일제침략을 찬양하건 한국의 역사를 부정하건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 비해 열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건 다 떳떳한 한국인이 된다. 강조하는 가치관이 없으니까 도덕도 파괴된다. 부모를 필리핀에 버리고 오는 인간도 한국인이고 동남아에 가서 패륜아짓을 하는 사람들도 확실한 한국인이며 한국이 뭔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역사와 미국 프로스포츠는 줄줄이 외워서 미국학교에 진학하는 것만이 소원인 학생도 당당한 한국인이다. 


한나라당은 우리 정체성세우기와 역사규명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폄하해 왔다. 이유없이 군대안가고 자식군대안보낸 의원이 많은 걸로도 알려져 있다. 한민족의 능력을 폄하하는 뉴라이트가 지지하는 정당이며 자주국방같은 개념에 저항하는 정당이다. 이제 이중국적을 허용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물건팔때 끼워주는 사은품 주듯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마음껏주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들이 왕창들어와서 이게 오른길이라고 하면서 한국을 몰아대면 그리로 가면 한국이 좋아지는가? 찌개를 끌이다가 프랑스요리사, 미국인 요리사 일본인 요리사 불러다가 한번씩 맘대로 뭔가 첨부하라고 하면 멋진 요리가 되는가 쓰래기가 되는가. 


세계화의 시대다. 많은 비판이있지만 본래의 의미에서 세계화란 찬성반대할 사안이 아니다. 피할수 없다. 세계여행이 간편해 졌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세계를 움직이고 잇으며 경제는 서로 더욱 연결되고 문화상품이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온다. 아이들을 미국 드라마보여주고 일본만화보여주고 키우면서 세계화를 찬성하느니 마느니 생각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이제 필요없는게 아니라 더더욱 필요하다. 국제화가 한국보다 더 잘된 나라일수록 자국의 역사와 정신을 기리는 건축물들은 더욱 웅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남을 만난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며 위험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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