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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화나게 만드는 부부

by 격암(강국진) 2009. 9. 7.

사생활의 일이라 누구라고 쓸수는 없지만 아는 부부의 일로 골치를 썩고 있다. 부부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 부부간의 일을 듣게 되는 것인데 듣다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이따금 느낀다. 


맨처음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그 남편의 무심함이며 뻔뻔함이다. 외국에 그것도 후진국에 사는 그 부부는 남편의 경우는 어린 시절 거기로 이민가 자랐기 때문에 현지적응이랄것이 없지만 아내의 경우는 시집가서 그리로 간것이기 때문에 현지에 적응하기 어려워 하고 있다. 사실 결혼한지 10년이 된 지금도 그녀는 남편이 없으면 그 나라에서 살아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말도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낯선 외국에 갔으니 아내가 남편에게 기대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그 남편은 매우 꼼꼼하게 집안 살림을 챙기는 스타일이란다. 예를 들어 선풍기 하나를 사는데에서 가정부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일 심지어 전기세 가스세도 남편이 직접 챙긴다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아내는 뭐하나 자기 맘대로 살수가 없다. 


반면에 사업을 하는 남편은 생활비를 아내에게 가져다 주고 생활을 꼼꼼히 살피지만 자기에 관한 정보는 별로 주지 않는 것같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집안 재정상태에 대해 아는게 없다. 남편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모르니 지금 사치하면서 사는건지 아니면 남편은 밖에서 돈을 펑펑쓰는데 자기는 푼돈에 쩔쩔매며 살고 있는 건지 알도리가 없다. 


이런 환경이 종합적으로 합쳐지면 아내는 결국 남편에게 대롱대롱 매달린 죄수꼴이 되고 만다. 그런 상황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무관심하게 대한 다는 것이다. 아내가 필요한 것은 바로 바로 구해주지도 않으면서 아내에게 권한은 주지도 않고 집에서 식사안하는 날이 대부분이며 애들을 키우는데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아이들 생일이며 아내의 생일도 챙기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부부싸움이 몇일마다 있다. 그리고 아내는 몇일마다 울면서 지내는데 남편은 이제 아내의 눈물에는 익숙해져서 울어도 그다지 위로도 해주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현실은 여자 하나를 외국에다 납치해서 가정부보다 못하게 부려먹는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며 애까지 낳아 키워주니 가정부보다 더 일도 많이 한다. 그런데 집안재정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권한이랄것도 거의 없으며 싸움속에서 멸시하는 폭언까지 이따금들으며 살아야 하니 가정부보다 못하다. 거의 지구반대편의 먼 타국이니 친인척과 모두 헤어져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으니 그야말로 외국에 납치되어 갇혀 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그녀가 진짜로 갇혀 사는 것은 아니며 남편도 남편으로서 최소한 의 일은 이따금 하는 것같다. 하지만 싸움과 눈물은 끊이질 않는다. 이러니 이런 남자에 대해 같은 남자로서도 화가 난다. 누구보다 사랑을 강조하며 결혼한 이부부는 왜 보통의 부부만큼도 사랑하며 살지 못하는가. 애초에 모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결혼했는데 그약속이 깨어졌듯이 사랑의 약속도 결국 사기였다는 말인가. 


나를 또 화내게 하는 것은 그 아내다. 아내의 딱한 사정은 동정받기에 충분하며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기 전에 타국생활에 지쳐 우울증증세를 보이는 그녀가 안돼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40이 코앞으로 다가온 그녀는 아직도 어린애처럼 세상을 살고 있다.


물론 그녀는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며 조언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어린애가 아니므로 자기 인생은 자기가 결단을 내려서 이끌어 가야 한다. 누가 대신 결정해주고 누가 죽을때까지 챙겨줄수 없다. 그런데 그녀는 남편에게 이제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남편이 자기를 챙겨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대가 깨어지면 불평하고 싸우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기대가 일정수준까지는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남편을 비판하기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녀 앞에 놓인 인생의 현실은 그런 남자와 자신이 결혼해서 외국으로 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그 상황에서 자신이 해야할것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하는 것이다. 길이 멀고 험하면 남들에게 동정은 살수 있겠지만 그 길을 누가 대신 걸어줄수는 없다. 자리에 주저앉아 운다고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의 관심을 받을수 있도록 노력하던지 남편이 자기를 돌봐주는 것을 포기하고 재정적 도움만 있으면 혼자서 살아가는데 익숙해지던지 이도저도 아니며 그렇게 외국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것이 회의가 든다면 결혼생활을 파탄내야 한다. 어떤 길도 그녀가 선택하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을수 있을뿐 누가 이길로 가라고 해줄수 있는게 아니다. 누가 대신 결정을 내려주려고 한다고 해서 그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라고 할수도 없다. 인생의 결정은 결국 자기가 하고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울기만 할뿐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는것 같지 않다. 남편이 자기를 좀더 잘돌봐달라고 주저앉아 우는 어린애같다. 물론 잠시는 그럴수도 있고 누구나 때때로 그러고 싶어하며 그러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몇달이고 몇년이고 그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남편입장에서는 핑계만 는다. 여자가 독한말을 많이하고 끊임없이 싸움을 걸며 잠자리도 거부한다는 식의 핑게는 쌓여만 간다. 


남의 일이므로 어쩔수 없다고 할수 있으나 간단히 신경끊을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계속해서 부부싸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몇달이고 계속 말이다. 남의 일이지만 어떤 때는 화가난다. 그것도 많이. 그 부부는 대체 왜 그렇게 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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