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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해운대가 보여주는 것

by 격암(강국진) 2009. 8. 3.

2009.8.3

바캉스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해운대같은 곳으로 미친듯이 모여든다. 하지만 해운대는 거대한 목욕탕과 같을 뿐이고 매우 더럽다. 쓰레기가 넘친다. 오늘은 해운대에서 상한 닭을 파는 상인들을 고발하는 기사까지 등장했다. 이걸 보고 한국인의 국민성이 어떠니 하며 자학적인 대사를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거기서 놀다온 사람들이 안되고 불쌍해 보인다. 그들은 해외로 바캉스를 떠나거나 비싼 호텔로 바캉스를 떠나기에는 돈도 시간도 없었던 것 뿐이다. 그리고 한국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고 바캉스를 즐기기에는 너무나 시설이 열악하다. 그들도 조용하고 깨끗한 곳에 여행가고 싶지 목욕탕 같은 곳으로 가는 것을 바캉스라 여기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엄청난 나라이며 3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해수욕장이 즐비하고 나라도 작아서 동서남쪽 어디하나 크게 먼 곳이 없으니 간단히 갈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래야 할까. 왜 사람들은 멋진 해수욕장으로 가질 않고 대도시 부산의 해운대로 가는가. 붐비고 시끄럽고 더러운데. 

 

그건 한마디로 지방에 사람이 없어서 일것이다. 지방에는 노인들빼고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지방은 살기 불편하다. 술집이며 편의점에 익숙하고 도시 생활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은 비록 물이 더 깨끗하고 조용할 지라도 늙은 어부 몇사람 정도 밖에 없고 부대시설이 거의 없는 곳으로는 바캉스를 떠나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우리는 우리가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세계를 여행하는 미국인이나 일본인들도 세계곳곳을 그들의 나라의 판박이로 만든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진정한 야생의 장소로 갈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은 나라는 아름다우나 멋진 관광지가 드물다 왜냐면 관광의 첫번째 자원은 그곳에서 행복하게 사는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개발이 늦으니 매력적인 곳이 되는게 늦은 것이다. 단순히 경치가 좋은 것이 아니라 편리한 환경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거기가서 보니 종합적으로 말해 아 여기서 살고 싶구나 하는 그런 곳이 되어야 관광도 된다. 특히 돈을 쓰게 된다. 아무 것도 없으면 돈 쓸것도 없으니 관광객이 몰려와 봐야 쓰레기만 생길 뿐이다. 

 

그런데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돈쓰는데 익숙한 젊은 사람들은 수도권에만 버글거린다. 지방에는 사람이 없다. 특히 젊은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젊은이가 없는 중소도시들은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도 지저분한 해운대에 밀리는 것이다.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도시에서 결코 탈출하지 않는다. 시골의 불편한 삶에만 익숙한 거친 농부들은 젊은이들이 뭘 바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서울에만 미친듯이 몰려서 사는 이유를 한국이 불투명한 사회이며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라서 그렇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대면접촉이란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사실 법과 질서와 상식이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란 대면접촉이 지금보다는 훨씬 덜 중요한 사회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문화도 경제도 심지어 교육도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은 가진 자들이 서로 서로 몰려서 살고 싶어서 생기는 일이다. 나는 내 자리에서 내 할 일만 하면 되고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가 서로 만나서 무슨이야기를 쑥덕대는지 알 필요가 없다면 이렇게 서울이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러가지 다른 이유도 있지만 결국 이것이 모든 원인들의 바닥에 있다. 

 

뭉쳐서 살 필요가 있어서 뭉치기 시작하니까 부동산이 오르고 부동산이 오르니까 더더욱 뭉칠 이유는 증가하고 그런 식으로 점점 더 탐욕스럽게 서울은 모든 것을 삼킨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데 한때 서울시장을 하던 누군가는 수도이전문제를 거론하자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다 집을 더 많이 짓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헌재는 관습헌법이 어쩌고 말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인 이명박은 지금 대통령을 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2만불이건 1만5천불이건 서울은 흉물스런 콘크리트도시일 뿐으로 아파트로 빼곡히 들어차있고 지방은 노인들의 도시로 늙어죽어간다. 국민들은 비싼 주거비를 대야하고 연구에 힘쓸 대학들은 천문학적 가치의 땅을 깔고 앉아서 서울에서 운영된다. 그리고 국민들은 바캉스 계절이 되면 또 외국이나 가볼까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몇개안되는 관광지를 떠올리면서 바가지를 불평하고 불친절을 불평하고 그 불편함을 불평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국토의 균형발전이 안되서 생기는 일이다. 더러운 해운대를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해운대는 말하고 있다. 뻔한 현실적 모순을 국민들이 보지 못하는한 우리들의 삶의 수준은 언제나 이렇게 쓰레기 수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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