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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식 삶의 모델은 뭘까.

by 격암(강국진) 2009. 6. 13.

모름지기 한 나라의 안정적 집권세력이 되려면 삶의 모델이 있어야 한다. 그 모델은 하나의 이야기형태나 분명한 철학으로 설명될수 있어서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지한 자기성찰이나 합리주의는 배격되고 사람들을 자극에 빠진 약물중독자나 미신에 빠진 사람들처럼 살게 만든다. 그런 집단의 말로가 좋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나라당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삶의 모델은 뭘까. 난 진지하게 그것을 묻고 싶다. 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런게 있기는 한가.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은 이승만, 박정희 그리고 이명박 같은 사람이다. 박근혜야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말고 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없다.

 

이승만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뭔가. 미국의 명문대에서 학위받은 지식인이라는거? 박정희는 뭔가. 새마을 운동? 이명박은 출세와 부를 차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삶의 모델이라는 것이 잘 정리되어 철학으로 씌여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그걸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또 대개 진짜 중요한 핵심은 간단한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모델로 삼을수 없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나라당식 삶의 모델은 노력해서 가난을 극복한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명박이 나오는 드라마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수출에 목을 메고 혹은 기업의 성공을 위해 피땀흘려일해서 마침내 성공한다는 이야기, 더러운 마을이 사람들의 협동속에서 부유한 마을로 태어나는 이야기 같은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나라당 이야기라고 부르자.

 

나는 이 이상의 이야기를 들은바 없거니와 제발 그런 게 있기를 바란다. 이야기란 하나의 사상이고 이데올로기다. 그런데 사상으로서 이 이야기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모든 삶의 문제는 단순히 돈의 부족이라고 설명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가난의 극복이라는 주장말고 뭐가 있는가. 이것은 굶어죽기 직전의 북한이나 극빈자국가에서 설득력이 있는 것이지 다이어트와 웰빙라이프, 비싼 사교육비에 고민하고 자가용을 굴리며 외식하고 분위기 있는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상이 될수 없다.

 

이문열같은 작가조차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을뿐 한나라당의 이야기를 더 일반적이고 수준높은 차원으로 이끌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를 인기작가로 만들어준 이야기들은 한나라당의 이야기와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한나라당 지지자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것인가. 한나라당 지지자로 이름을 알린후 이문열이 대중에게 호소력이 있는 작품을 내놓은 적이 있는가. 없다면 왜 없을까.

 

한나라당 이야기가 돈과 명예를 성취한후 그것에 공익적 목적을 더한다던가 하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그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입만열면 반공과 안보를 외치지만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나 그 자녀들이 군대를 다닌 기록을 보면 형편없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학재단은 대학을 회사로 여겨 이익을 불리는 일에 충실하다는 느낌이며 재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는 소위 막장드라마라고 하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고 자주 방영되는데 나는 이것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기득권층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도 하나의 이야기다. 거기에는 분쟁과 악의 정체가 그려지고 그와 싸우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다. 영화도 드라마도 사람이 쓰는 것인데다가 제작하는데는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득권층의 사고방식이 스며들지 않을수 없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스며들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반대하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런데 한나라당 이야기는 이미 너무 조악하다. 박정희시대에나 드라마로 만들수 있었지 지금 그렇게 드라마를 만들수는 없다. 결국 남는 것은 이세상에는 인간성 더러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와 재벌같은 부자들에 대한 동경을 그리는 이야기만 남는다. 이 세상에는 인간성 더러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메세지는 숨겨진 결론이 있다. 결국 돈으로 자신만의 성을 만들고 살지 않으면 세상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믿을수 없으므로. 재벌에 대한 동경이야 말할것이 없다.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기득권층이 제대로된 이야기하나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크나큰 불행이다. 미국의 주류는 부시같은 사람조차 자유의 가치, 기독교적 가치를 설파한다. 그들은 부시보다도 훨씬 못한것이다. 이야기가 너무 엉성해서 조금만 진지하게 따져보면 허무하다. 따라서 빨갱이 소동을 만들어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여러가지 욕망과 자극으로 사고를 정지시키지 않으면 삶의 허무성과 비일관성을 견디기 힘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모였다하면 술로 시간을 쓰는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합리주의가 무시되고 지식의 가치는 의문시되며 미신이 창궐하는 것은 괜한 것이 아니다.

 

과거 독재에 항거했던 것이 대학생들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현실과 그들이 책을 통해 습득한 지식, 관습과 욕망과 좌절에 빠지기 전에 아직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그들의 이성이 충돌하는 것을 견딜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위선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긍정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기득권이 지금처럼 유치한 이야기밖에 내놓지 못하면서 나라의 권력을 계속 차지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약물중독자나 정신분열환자의 장래나 다름이 없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끝없이 술을 먹고 자극에 몰두해서 현실을 도피하는 국민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내부에 존재하는 위선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광화문을 가득채운 국민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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