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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

한국에 있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

by 격암(강국진) 2009. 9. 13.

2009.9.13

나는 한국에 있어서 가장 남용되고 있는 것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가족의 범위를 한없이 넓힘으로서 가족의 의미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비합리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호형호제를 하고 아버지처럼 아들처럼 주변 사람을 대하고 모신다. 그걸 단순히 그저 친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친한것과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죄를 저질렀을 때 아들은 아버지를 신고해야 할까 아니면 아버지를 숨겨주고 자신이 벌을 청해야 할까. 나는 후자가 옳다고 본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사회적 도덕과 법률의 벽을 넘어서서 한몸으로 지내는 것이 천륜이고 가족이다. 물론 세상에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독립된 개인으로서 남을 대하듯이 가족도 똑같이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바로 이런 생각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왜냐면 현실은 거의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가족의 범위는 아주 엄격하게 지켜서 확대하고 진짜 가족이 아니면 가족의 예를 생각지 않고 네것과 내것을 엄밀히 구분하는 개인주의를 지키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가족의 범위가 너무 쉽게 세상 끝까지 넓어지는게 한국이다. 그래서 한국은 만난지 5분만에 호형호제하기 쉽고 그날 만난 사람도 서로의 집을 내집처럼 드나드는 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그래서 한국은 누군가를 만나면 청탁을 거절하기 쉽지 않고 너무 쉽게 패거리가 생긴다. 요즘에는 빚보증 서주는 문제가 줄어든 모양이지만 그래서 전에는 마음 약한 사람은 동네사람 아는 사람마다 빚보증 거절을 못해서 매우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특히 노년층이 그렇지만 몇몇 사람들은 악수한번만 해도 니편 내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마음이 약해진다. 

 

한국은 작은 나라인데 이렇게 쉽게 가족의 예로 얽히기 쉬우니 한국에서 잘나간다는 사람들은 몇다리 건너면 다 혈맹이나 마찬가지다. 이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끼리 뭉치고 없는 사람들 힘들게 하기가 쉬운것이며 그래서 독과점이 한국에서 잘일어나고 그래서 정치가 후진적이 되기 쉬운 것이다. 

 

반면에 진보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현실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기때문에 현실적으로 가족의 가치 자체를 공격하는 일이 생긴다. 가족이 별거냐 가족관계 의미없다는 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윤리의 핵심은 가족윤리고 효의 정신이다. 이러다가는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악습과 싸우다가 진보는 미풍양속도 모두 없애버리고 모두가 외로운 개인이 되자고 외치는 꼴이 되기 쉽다. 그런 사회는 그런 사회대로의 문제가 있다. 인간은 로보트가 아니라서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것이 고아원이 자식을 키우는 것과 다르다. 논리로만 사람이 사는 게 아니다. 

 

이런 현실은 바로 가족의 울타리를 다시 점검하면 해결되는 일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가족의 예로 얽혀서는 안된다. 우리는 서로 서로 독립된 존재로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전통적 가족윤리의 소중함도 알아야 한다. 가족이 있기에 우리는 외롭지 않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며 가족윤리가 있기에 세대에서 세대로 신뢰가 넘겨지고 돌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후배나 회사 후배는 아랫사람, 동생처럼 생각하는 버릇은 없애야 한다. 회사 직원들이 한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그들은 모두 친한 친구들일 뿐이다. 왜 가족인가. 왜 위아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정말 문제가 생기면 친족의 개념으로 서로를 책임질 수 있는가? 그럴 자신도 없으면서 가족을 흉내내는 것은 결국 위선과 착취, 부패와 불합리를 만든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알지도 못하는 청년을 자식처럼 대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가족이 아니다. 교수님을 쉽사리 부모처럼 모시는 척하면서 어리광을 부리지도 말아야 한다. 사제지간은 가족이 아니다. 

 

물론 이것은 일반론이다. 자식은 부모가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일반론이 있다고 해서 고아는 모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듯이 개개의 경우 서로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해서 진짜 가족같은 신뢰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그럴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들은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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