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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

과학자는 사기꾼?

by 격암(강국진) 2009. 10. 1.

2009.10.1

 

모든 투자유치는 일정정도 사기다.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는 성공의 확율을 높이 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그러므로 극단적인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일에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 되니 이렇게 되면 빼도박도 못하는 사기가 된다. 

 

그럼 양심적인 사람들의 경우는 성공의 확율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까? 가치관과 보는 관점에 따라 솔직과 성공이 뭔지는 달라진다. 입자물리 연구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분야는 오늘날 인간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의 없는 학문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엄청나게 거대한 가속기를 건설하는데 돈을써야 할까? 이것은 성공이란게 뭘 의미하는가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다. 과학자들 중에는 과학이 응용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자체가 착각이라고 오만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과학이란게 돈많이 들어가는 일이고 본인도 먹고살 걱정없는 재벌이 아닌데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금속활자의 발명은 대단한 일이다. 누가 돈을 투자해서 발명된것은 아니겠지만 만약 누가 금속활자의 발명에 투자자를 모은다고 하자. 그는 금속활자는 인류사를 바꿀 발명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런 변화가 오려면 천년쯤이 걸린다는 말은 빼놓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는 아니지만 미국대륙을 '발견'했다고 말해지는 콜럼부스가 세계의 크기를 최대한 줄여서 왕실을 설득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한 이야기다. 20년쯤전 내가 학부에 있을때 물리학과에서는 온통 초전도 연구 이야기가 가득했으며 신문과 잡지에서는 상온 초전도체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오늘날 초전도체가 얼마나 세상을 바꾸었는가는 여러분이 보는 대로다. 

 

오늘날 과학은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빈방에서 혼자 공부해서 만들어 낼수 있는 과학적 진보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투자자들에게 약속을 해야 한다. 이 투자자는 특정 기업일수도 재단일수도 있지만 정부나 국민전체일수도 있다. 나는 사석에서 거대 과학프로젝트는 모두 사기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진정으로 모두 사기다. 다만 필요한 선의의 사기가 많다. 만약 어떤 과학프로젝트가 성공이 확실하고 돈도 안든다면 즉 쉽고 빠르게 이룰수 있는거라면 그런 프로젝트는 거대 과학프로젝트로 발표될 리가 없다. 그냥 발견되고 발표된다. x선이나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위한 거대 과학프로젝트따위는 없었다. 우연히 그냥 발견된 것이다.

 

과학이나 탐험프로젝트는 성공하기가 어렵고 그 성공이 투자한 사람에게 금방 돌아오기는 훨씬 더 어렵다. 이러저러한 것에 투자하면 기대한 대로 일이 되는 경우는 거의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성공은 기대하지 않은 방향에서 온다. 거대 과학프로젝트는 모두 돈이 많이 들고 이것은 그만큼 그 프로젝트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한다. 물론 그래도 많은 거대 프로젝트는 성공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거대 과학프로젝트중에서 유명한 것에 게놈프로젝트가 있다. 우리는 아직도 게놈프로젝트가 보여주는 미래의 전망에 가슴떨려하지만 그 프로젝트가 완성된지 한참지났는데 우리는 얼마나 세상이 확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가? 1990년대에는 뇌과학에 있어서 급격한 발전이 있을거라는 희망에 부풀어있었다. 그러나 21세기 현재 뇌과학이 죽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뇌를 이해한다는 것의 어려움은 점점더 확고해 져가고 있으며 몇번인가 있었던 연구의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지 돌파구가 만들어진 시기가 아니다. 

 

한국의 언론은 쉽게 호들갑을 떨기 때문에 황우석교수가 유명세를 떨칠때 사실 지나치게 장미빛 미래를 언론이 떠들었다. 마치 그거 하나로 한국이 돈방석에 앉아서 세계를 지배하게 되기라도 할 것처럼 그리고 그런 미래가 1-2년뒤에는 올것처럼 군다. 이런 현실에는 황우석교수이상으로 언론에 문제가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을 그저 기삿감이라는 장사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므로 과학프로젝트를 신청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하는 어느정도의 장미빛 전망이 언론을 거치자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것이고 나중에 사기꾼의 오명은 황우석이 모두 뒤집어 쓰게 된 것이다. 

 

과학자가 뭘까? 어떻게 보면 이렇게도 말할수 있다. 사기꾼과 사기꾼에게 고용된 사람들. 거대 과학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출발시키는 과학자는 어떤 의미에서 사기를 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가 수많은 과학자를 먹여살린다.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돈받고 시키는 일을 해줬을뿐이니 사기꾼이 아니라고 말할수 있지만 그건 용병으로 전쟁에 나갔으니 나는 전쟁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이 말을 쓰는 것은 과학자를 매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나친 미화와 선전때문에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균형감각을 주기 위한 것이며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져야할 책임감때문이다. 어딘가에서는 땅을 파고 사과를 만들고 짜장면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자가 교육수준이 낮고 권력이 없는 대중을 착취하기 위한 시스템에 기여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감이 필요하다. 

 

이는 물론 모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다가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환상속에 모래성같은 기업을 일으키고 이념을 만들어 내고 유행을 만들어 내고 정치가로 활동하고 하는 일이 모두 사기가 되기 매우 쉬운 일이다. 그 사기의 열매는 물론 돈냄새를 맡는데 익숙한 자본가며 권력자들이 대부분 따가지만 그런 구조에 기여하는 것도 올바르지 만은 않다. 

 

시스템을 탈출해서 혼자살수는 없겠지만 대중을 마취상태에 빠뜨려 착취하는 구조에서 가끔은 벗어나서 대중에게 그들의 위치와 진실을 이야기해줄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양심있고 시야가 넓은 전문가가 아쉬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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